12월 2주차 제20대 대선후보 지지도 분포를 나타낸 도표. ⓒ리얼미터 사이트 캡처

이제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당에서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들은 각기 공약을 내세우며 민심을 사로잡아 청와대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아마도 선거일인 내년 3월 9일까지는 서로 토론하고, 때로는 치고받고 싸우는 형국이 될 것이다.

얼마 전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 힘’ 윤석렬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022 세계대전망’을 통해 전망했다는 기사를 봤다.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직과 압도적인 의회 과반수를 차지했지만 현 정부의 백신 보급률이 부진한 것을 이유로 대중이 불만을 내비친 것에 윤석렬이 혜택을 받는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국내에서도 ‘국민의 힘’ 윤석렬 대선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조사한 12월 2주 차 여론조사 결과 윤석렬 후보 45.2%, 이재명 후보 39.7%, 정의당 심상정 후보 3.3%,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3.2%였다. 이처럼 국민들의 정권교체 요구는 참 높은 것 같다.

이번 조사는 5일부터 1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3,043명이 응답을 완료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8%p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 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이하 중앙선대위) 출범식에서 20대, 30대를 대표한 시민 남녀 각각 1명씩 나와, 반대 진영을 수구와 적폐로 모는 정치를 끊어내겠다, 반칙과 특권이 판을 친다며 공정경쟁으로 성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등으로 윤석렬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잘한 건 별로 없긴 하다. 일자리 정책으로 청년들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든다고 했지만, 실제로 이들이 체감하는 고용효과는 별로 높지 않은 듯하다. 오히려 일자리의 질은 떨어졌다. ‘국민의 힘’ 중앙선대위 출범식 때 청년들의 삶이 힘겹다고 말한 한 20대 여성 연설자의 말에 반박할 순 없는 노릇이다.

반칙과 특권이 판을 친다는 말에서도 반박은 어렵긴 하다. 중증장애인은 선생님 하기 어렵다며 교대 입시성적이 우수했지만 장애를 이유로 점수를 조작해 내린 진주교대 사태가 드러났고 심지어 교육부 장관이 이 사태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소통으로 무마하려는 제스처를 보인 걸 보면 말이다.

또한, 전세보증금과 월세가 올랐다며 집 없는 국민은 고통받고, 집이 있는 국민이 세금이 과중해 힘들어한다며, 서민을 추운 거리로 내팽개치고 부패 기득권 사익을 챙긴다고 윤석렬 후보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때 작심한 듯 비판했다고 한다. 이도 역시 문재인 정부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지점 중 하나라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부동산 정책, 일자리 문제, 장애인 차별 등의 반칙과 특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민의 힘’ 전신이었던 새누리당 정권 시절에도 전월세값 폭동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큰 건 지금의 상황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지난 10월 18일 국무총리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이하 청조위)와 국무조정실 공동주최로 개최되었던 청년 의제 열린 공론장 일자리 세션 토론장 전경. ⓒ국무총리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사이트 캡처

청년 일자리도 현재 저임금, 단기간 일자리인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이는 거의 비슷했고 청년들 삶은 역시 고달팠다. 고용, 일자리 양에만 치중했지, 질에는 신경 쓰지 않기에 발생한 구조적 문제다. 장애로 인한 점수 조작 등의 장애인 차별 같은 반칙은 문재인 정부이든, 박근혜 정부든 상관없이 장애에 대한 차별적·부정적 인식이 계속 이어진 결과물일 뿐이다.

더군다나 윤석렬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방역 실패를 문제 삼았는데, 물론 장애인에게는 이 말이 맞다. 시설에서의 코로나 코호트 격리는 오히려 장애인들이 코로나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보여줬고, 이로 인해 올해 초 신아원이란 시설에서 확진자 45명이 76명으로 증가하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코로나 대처를 잘한다는 여론이 높기는 하다. 코로나 대처는 한국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임은 물론 전 지구적인 재난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이기에 2020년 총선 당시엔 ‘국민의 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코로나 방역 실패 지점을 공격하다가 도리어 상대방으로부터 공격당하게 된 거다.

결국,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정권교체를 이룩하는 게 좋아 보이지만은 않다. 어찌 보면, 정권교체만 하면 모든 세상이 좋아질 것이란 국민 정서에 윤석렬 후보가 힘입은 것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최저임금과 관련해 최저임금제가 비현실적이란 일부 중소기업인의 고충을 거론하며, 윤석렬 자신이 정권 잡으면 최저임금제 등의 비현실적 제도는 철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으며 많은 분노가 일었다, 정치권 안팎의 비판도 일었다.

최저임금이 없어지면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권, 심지어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마저 박탈당하는 위기에 놓인다, 더군다나 최저임금 적용제외를 적용받는 보호작업장 장애인들의 경우 월 10만 이하를 받는 장애인들이 수두룩하고, 이들에게 인간다운 삶이란 애시당초 꿈꿀 수 없으니 말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윤 후보는 최저임금을 지속적으로 올리되,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런데 이전엔 지역별,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전향적 검토를 밝혔다. 이걸 보면 최저임금을 지역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겠다는 뜻인 듯 보이며, 중소기업 등의 입장이 반영된 거다,

그런데 최저임금 TF에선 노동자 생활 안정을 위한 최저임금의 취지, 저임금 업종 관련 낙인효과, 업종별 구분 위한 합리적 기준이나 통계 부재 등으로 지역별과 업종별로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불필요함을 밝힌 상태다, 최저임금은 분명 노동자 보호효과가 있는데, 윤석렬 후보는 중소기업 포함한 기업인의 입장만 반영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이를 통해 장애인 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위협받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 12월 7일 KBS2 예능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국민의 힘’ 윤석렬 대선후보가 프로그램 출연진과 대화하는 모습. ⓒKBS Entertain Youtube 캡처

더군다나 지난 7일 KBS2 <옥탑방의 문제 아들>이란 프로그램에 나온 윤석렬 후보는 이런 말을 했다. 대학생 시절에 공부도 안 하고 친구랑 놀러 다녀 아버지에게 많이 맞았고, 한 번은 고무호스를 실로 묶어 엎드려 뻐쳐 하고 맞은 적도 있었단다. 이에 대해 윤석렬 후보는 사랑의 매라고 했단다.

물론 교육자인 아버지로선 자식이 공부해 훌륭한 사람이 되길 원하니 이해는 가지만, 힘든 입시를 벗어난 자식이 대학에 가서 놀고 싶은데, 놀았다고 술 마셨다고 매를 드는 건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는데 훈육을 목적으로 체벌을 정당화하는 그 당시의 문화에 상당히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사실 필자도 끔찍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수학 선생님이 있었는데, 포물선을 약간 삐뚤게 그렸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그 선생님은 내 뺨따귀를 세게 갈겼다. 반항하고픈 마음도 살짝 들었지만 반항했다가 어떤 사람이 고막이 터졌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때는 인권 개념도 없고, ‘사랑의 매’로 다들 인식하는 분위기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얼굴이 시뻘걸 정도로 상당히 아팠다. 지금 생각하면 저항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랬다면 아마도 저세상에 있겠지.

그러다 장애아동 학대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 2017년 특수교사 A씨가 부임한 이후, 4세 자폐 아동에게 급식 시간에 깍두기를 먹지 않는다고 울면 입 강제로 벌려 숟가락을 밀어 넣고, 깍두기 뱉지 못하게 손으로 입을 막는 등의 강압적 폭력을 훈육을 명목으로 가했단다.

여기에 대해 대법원은 특수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이에 대해 장애계는 훈육, 사랑의 매를 빙자한 학대에 대한 면죄부를 주었다고 주장한다. 판결을 생각해봐도 정말 대법원의 법관들이 훈육과 사랑의 매를 가장한 학대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이 있나 싶을 정도로 경악스럽긴 하다,

그래서 검찰총장 출신 윤석렬 후보 입에서 ‘사랑의 매’라는 말을 들으니 학대에 대한 사법부의 낮은 인식을 다시 한번 재확인시켜 준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게 된다. 결론적으로 내년에 윤석렬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장애인 노동권이 침해되지는 않을까, 또한 장애인 학대가 레퍼토리 되는 것은 여전할 것 같은 우려가 들게 된다.

지난 10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개최한 ‘제23회 전국장애인지도자대회’ 모습.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지난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에 맞추기라도 한 듯, 각 당의 대선후보들이 나와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계에 장애 관련 대선공약을 나름대로 내놓았다. 하지만 참신성 결여, 공약 재탕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재명 후보는 참석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고, 안철수 후보의 경우 소득 하위 70% 이하 보편적 장애인연금 40만 원 지급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연금 액수가 생활을 보장하기에 너무도 작다, 뿐만 아니라, 소득 하위 70%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건 이미 장애인연금이라는 게 보편적인 게 아닌 거다. 그냥 예전 정책을 답습한 느낌이다.

장애인 관련 대선공약 관련 소식을 접하다 보니, 현재와 과거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대선후보였을 당시 어땠었나를 생각해보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설 당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장애인 탈시설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금 보면 제대로 실천한 건 별로 없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장애인연금 3급까지 확대, 장애등급제 폐지를 내세웠지만, 중증과 경증 단순화에 그쳤다. 또한, 장애인연금 대상자도 기존과 같은 1, 2급에 중복 3급 장애인 중 소득 하위 70%라 공약 실천은커녕 공약을 파기하는 등의 사기를 쳤다고 장애계에서 비판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내년 장애인 관련 대선공약을 관심 있게 보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많이 관심이 많이 가지는 않는다. 최근 대통령들이 장애인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고 어기고 있고, 대선후보들은 재탕 수준의 정책들을 말하는 게 여전하니 말이다.

국민의힘 이종성 장애인복지지원본부장(국민의힘 중앙선대위)이 지난 13일 국회본관 계단 앞에서 ‘장문현답’(장애인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 출정식을 개최한 모습(좌측)과 출정식에 참석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우측). ⓒ이종성의원실

아까도 말했지만 ‘국민의 힘’으로의 정권교체도 장애인 인권이 침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기분이 썩 내키지는 않는다. 윤석렬 후보 측에서 장애인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일명 ‘장문현답’ 출정식을 개최, 내년 1월 초까지 릴레이 정책 투어를 펼친다고 하지만, 그게 어떤 구체적인 공약으로 나타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래서 나는 ‘정권교체’보다는, ‘대선공약’의 내용보다는 공약을 덜 헌신짝처럼 여기는, 평소에 장애인을 포함한 국민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는 후보에게 표를 찍겠다. 사실 찍을 후보도 마땅치 않지만, 최악은 피할 수 있는 차악의 후보를 찍겠다.

그렇게라도 해야 차기 정권 때 장애인들이 절규하는 모습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느낌이 들게 만드는 세상이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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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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