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리아 바나나 농장 전경. ⓒ서인환

인트리아 바나나 농장 대표 김현식(55세, 지체장애)은 의사인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의사가 되는 꿈을 키워왔다. 그런데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시험을 응시하였는데, 면접에서 장애를 이유로 불합격되었다. 더 이상 도전을 할 수 없어 다른 길을 찾게 되었는데, 꿈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다른 직업의 길로 가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라 여겼다. 좌절하여 방황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것은 포기와는 다른 것이라 여겼다.

의사가 되어 환자를 보는 것은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질병으로부터 해방을 시키는 데 기여는 하겠지만, 그들에게 돈을 받는 것은 자신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 등 환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니 차라리 다른 직업을 가져 사회에 기여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였다.

김현식은 전자공학을 독학으로 공부하여 여러 가지 발명을 하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온실에서 식물을 재배할 경우 난방기가 필요한데, 열선을 이용하여 난방을 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세라믹을 초음파를 이용하여 진동함으로써 열을 방생하는 인트리아 난방기를 발명하여 특허를 획득하였다.

온실 한 평당 1킬로와트 이상의 전기를 소모하던 것을 3분의 1 이하의 전기로 난방을 할 수 있는 난방기인 인트리아 난방기를 제작하여 판매하면 상당한 수익을 올릴 것이라 여겼지만, 막상 시장은 그리 쉽지가 않았다.

구매자는 정말 절전이 되는지 시험해 보아야 하니 선설치 후결재 조건을 요구했다. 효능이 증명되어 결재를 받을 수 있을 시점이 되면 시범 설치가 되어 효능이 증명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고, 다른 영업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만족하고 설치물을 무상으로 내놓으라는 요구를 거절하자 효능에 대하여 왜곡된 소문을 내면서 판매 영업을 방해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기존의 열 히터 방식의 난방기 판매사들의 방해도 있었다.

그래서 직접 귀농하여 농사를 짓기로 하고, 해남으로 내려가 땅을 빌려 온실을 만들고 바나나를 재배했다. 수확물을 거둘 때가 되자, 출입구에 콩을 심어 휠체어 접근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방해를 하면서 땅을 빌려준 사람은 난방기를 무상기부하고 그냥 나가라는 것이었다.

장애인이 귀농하면 많은 주위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와 도움을 주는 듯하지만, 내심으로는 실패하여 포기하면 시설물을 무상으로 두고 떠날 것이므로, 시설물을 얻을 수 있다는 속셈을 가지고 망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소유로 된 땅이 아니니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하거나, 수확을 방해하여도 대항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하게도 지역 농민 한 분이 김대표의 기술과 성공한 재배상태를 보고 이를 인정하여 자신은 나이가 많아 농사를 짓기에 힘이 많이 든다며 무상으로 땅을 이용하여 농사를 짓도록 도움을 주었다.

김현식은 바나나를 재배하면서 외국에서 수입하면서 농약을 과다하게 사용하거나, 배로 수입하는 기간이 한 달 가량 걸려 제때에 수확한 바나나가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에서 직접 생산한 바나나의 부가가치가 컸다.

바나나는 잎은 잎대로 동남아식당에 판매할 수 있고, 당뇨 환자들에게 잎이 효능이 있으며, 꽃은 말려서 차를 만들기도 하고 술을 만들 수도 있었다. 술은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공장허가 조건을 맞추어야 하기에 소량 생산만 하고 있다.

생산된 바나나는 지역 마켓에 판매를 하기도 하고, 바나나 말랭이를 만들어 가공식품으로 유통할 수도 있다. 600평 이상의 대형 비닐하우스에 바나나를 심어 꽃이 열리면 알찬 수확을 위해 부실한 잎들은 솎아내어야 한다. 온도나 수분 공급이 바나나 성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자동 온도 측정기나 물 공급 시스템을 갖추고 이제는 몇 차례 농사 경험을 가져 많은 노하우를 갖게 되었다.

바나나는 키가 10미터나 되어도 일년생으로 풀이다. 대나무도 나이테가 없으니 풀이다. 적절한 온도를 맞추면 수확은 가능하지만 당도가 유지되는지는 의문이었는데, 막상 재배하여 보니 성공적이었다.

특히 기존 난방기는 히터로 히터와의 거리에 따라 온도 변화가 심하고, 열로 인해 건조해져 적절한 수분 공급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인트리아 난방 방식은 고른 열 공급과 수분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되었고, 초음파의 파장이 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미쳐 더 많은 수확을 올릴 수 있었다. 식물도 음악을 들으면 더 잘 자란다는 이론이 있는데, 초음파의 파장도 그러한 효과가 있는 듯하다.

이제 여러 곳에서 투자도 받고, 대지를 1만평 빌려주겠다고 나선 사람도 생겼다. 김현식은 다른 열대 식물들도 재배하는 시험들을 하고 있다. 식품은 원산지가 다른 곳이라 하더라도 먹거리를 구하는 지역 내에서 재배하는 것이 신선도나 안전성을 더 확보하는 방법일 것이다.

장애인 등이 귀농하여 힐링농업을 할 경우, 스마트팜이 필요하다. 문제는 시설비 투자가 많이 든다는 것이다. 인트리아 난방기의 경우도 평당 7만원 정도면 되는 히터 방식에 비해 두 배 이상의 투자비가 든다. 물론 전기료를 생각하면 저렴한 방식이지만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김현식 대표는 농장에서 재배된 식품들을 가공하는 경우와 농사를 짓는 데에 많은 손이 필요하므로,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성장시켜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싶어 한다. 장애인이 양질의 제품들을 고르는 것이나 검품, 포장 등에 많은 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식품은 요소수와 같이 국민들의 필수품으로 외국에 의존할 경우 안정된 가격을 유지하지 못하고 하나의 식량 무기화가 될 수도 있다. 장애인들의 귀농에서, 수경재배나 야채의 생산에서부터 샐러드 형태로 우리 밥상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자동화가 필요하다.

현재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로 힐링농업이 여러 곳에서 시도되고 있는데, 많은 투자비가 들다 보니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대기업의 투자가 농민들의 자리를 대체하지는 않을까 두려움이 크고, 단순 작업이라 장애인이 하는 일자리로 적합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도 기술을 가지고 경영을 할 수 있는 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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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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