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방역 체계가 전환되면서 폐쇄돼있던 각종 시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유흥시설·헬스장 등 고위험시설을 제외한 다중이용시설의 영업 제한이 풀려 식당 등은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졌다. 또한 CGV, 롯데시네마 등 영화관에선 최근 ‘백신 패스 전용관’을 신설해 접종 완료 후 14일이 지난 사람은 극장 안에서 팝콘과 음료수 섭취도 가능하다. 도서관을 비롯한 아동 및 청소년시설, 체육시설 등 공공시설도 운영을 재개하고 있다.

이렇듯 위드 코로나 이후 문화 체육계 역시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중증 장애인은 위드 코로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우선 복지관 이용이 자유롭지 않다. 필자가 자주 방문했던 영등포장애인복지관,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모두 현재 일부 프로그램만 운영한다.

각종 도서관의 경우 출입 자체는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필자와 같은 시각 장애인들이 책을 읽기 위해선 시각장애인 낭독실이 필요하다. 도서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점자책 보유량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책을 읽기 위해선 독립된 공간에서 낭독 봉사자가 직접 읽어줘야 한다. 하지만 낭독실이 마련된 도서관은 몇 개 없다. 또 마련돼 있다 하더라도 낭독실이 밀폐 공간이라 환기가 잘 안 된단 이유로 위드 코로나 이후에도 굳게 닫혀 있다.

국회도서관 1층엔 작은 시각장애인 낭독실이 하나 있다. 이 낭독실은 2019년 필자가 건의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필자는 위드 코로나로 방역 체계가 전환된 이후에도 낭독실을 이용하지 못한다. 국회도서관 측에 이에 대해 문의했지만 "추후 논의해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필자가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기했는데도 신속한 대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립장애인도서관 역시 소극적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국립장애인도서관 측에 "감염 문제가 걱정되는 거라면 접종 완료자에 한해 시간별 예약제로 운영해 이용자 수를 제한한 다음 중간마다 소독 작업을 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러자 관계자는 "주신 의견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면서도 "국립장애인도서관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기도 하고 이용자가 시간제한 없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낭독실의 특성상 환기가 불가능하면 개방하기 힘들다"는 답을 반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필자와 같은 중증 시각 장애인은 사실상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 어렵다. 비장애인과 함께 이용하는 열람실에서 책을 낭독했다간 민원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 이후 모두가 이전보다 비교적 자유롭게 각종 시설을 이용하는데, 왜 중증 장애인들은 사각지대에서 방치돼야 하는 걸까.

사실 밀폐된 공간에 낭독실을 보유한 도서관들은 위드 코로나를 대비해 미리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 아니, 이보다 훨씬 이전인 낭독실을 조성하는 단계서부터 환기를 잘 시킬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도서관 이용을 원하는 중증 시각 장애인들의 건의 이후, 신속히 낭독실 개방을 위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아무런 대책 없이 그저 "논의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은 시각 장애인 이용자에겐 편의주의에서 오는 안일함으로 느껴질 수 있다. 앞으로 코로나19는 언제 어떻게 종식될지 그 누구도 모른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 낭독실을 보유한 국립장애인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은 위드 코로나 시기를 살아갈 시각장애인을 위해 환기가 잘되는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복지관 역시 마찬가지다. 장애인은 복지관에서 많은 일을 해결한다. 각종 교육 프로그램, 장애인 취업 지원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고 식당과 카페 등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관 이용은 장애인의 권리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중증 장애인에게 장애인복지관이 개방돼야 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억눌려 있던 중증 장애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중증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장애인도서관, 국회도서관을 비롯한 각 도서관과 각종 복지관은 정부 대응책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장애인 관련 시설을 개방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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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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