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시장은 ‘장애인이 행복한 서울 만들기’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장애인 버스 요금 무료화를 포함한 장애인 정책을 내놨다.

각종 기사와 서울시 보도자료만 보면 오 시장표 '장애인 정책'은 순항 중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서울시는 2022년도 새해 예산안’을 서울시 의회에 제출하면서 장애인 관련 예산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또 확대된 예산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에 속한 장애인에게 월 4만 원씩의 서울형 장애인 부가급여를 지급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오 시장의 장애인 정책은 정말 잘 진행되고 있는 걸까. 알아보니 정책 중 일부는 오 시장 임기 내 시행될 확률이 없고, 일부는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인데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것처럼 홍보되고 있었다.

최근 필자는 오 시장이 공약한 장애인 버스 요금 무료화 정책이 실제로 추진 중인지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 복지정책실 장애인복지정책과에 질의했다.

그 결과 "해당 공약엔 여러 사전절차가 필요하며, 현재 검토 중인 단계로, 향후 반영·추진할 예정"이란 공무원들의 원론적 답변이 돌아왔다. 취재해보니 버스 요금 무료화와 관련된 예산은 2022년 예산안에 반영돼 있지 않았다.

필자가 "내년도 예산안에 정책 관련 예산이 없다면 사실상 오 시장 임기 내에 정책이 추진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묻자 장애인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서울시의 2022년 새해 예산안에 포함된 정책 중에선 이미 시행 중인 정책도 있었다. 바로,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 속하는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서울형 장애인 부가급여다.

서울형 장애인 부가급여는 국가에서 지급하는 장애인연금에 서울시가 추가 금액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이미 1997년부터 시작돼 2019년 박원순 서울 시장 시절 3만원이었던 지원금이 4만원으로 인상됐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 예산안 관련 보도자료만 보면 마치 신설된 정책처럼 오인될 여지가 있었다.

그간 정치인들이 장애인 관련 공약을 내세워 놓고선 막상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장애인들은 기대와 실망을 반복해왔다. 이런 현상이 지속하면 장애인들이 정치에 불신을 가지거나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그 결과 투표에 잘 나서지 않는 결과가 벌어질 수도 있다.

장애인 유권자들은 정치인의 공약을 잘 살펴보고 그들의 공약이 실현 가능한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 또 공약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정치인들이 공약을 수립할 때 신중할 것이며 장애인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저 그렇게 넘어가는 것이 반복된다면 장애인들은 정치인의 공약에 실망하고 정치인들은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내년엔 대선, 지방선거 등 중요한 선거가 있다. 재선을 원하는 정치인들이 꽤 있을 것이다. 또, 그들이 장애인들과 한 약속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장애인 유권자들은 투표 전에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재선을 위해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공약 이행률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오세훈 시장이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재출마할진 모르겠지만 만약 출마한다면 장애인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에 장애인들은 그에 맞는 평가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장애인 복지도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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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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