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장애인개발원 국정감사에서 최혜영 의원(사진 왼쪽)이 최경숙 원장(오른쪽)에게 질의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DB

지난달 10월 한국장애인개발원 국정감사에서 BF인증제도에 대한 최혜영 의원의 질의가 이슈가 되었다.

최 의원은 장애물없는생활환경 인증(BF) 기관 8곳에 임명된 심사위원 708명 중 장애인 심사위원은 43명으로 6%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장애인 심사위원 가운데서도 지체장애과 시각장애 유형이 전체의 83%이고 뇌병변, 청각, 신장애인은 2~7%, 지적, 자폐성, 호흡기, 장루요구장애 등 나머지 유형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최혜영 의원의 지적에 대해 많은 장애인들이 BF 인증 심사위원에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가 중요하므로 장애인 당사자의 비율을 높이고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이 참여해야 한다고 동의하였다.

필자는 BF인증에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해야 하며,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인증기관들도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 심사위원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시행이 안 되고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BF인증이 편의시설 점검과 다르기 때문이며, 필자가 최 의원의 지적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것도 그 다른 차이점에 대한 오해에서 나온 지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필자는 장애인 당사자가 BF인증에 참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지만, 심사위원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BF인증 심사와 편의시설 점검은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다.

편의시설 점검에서는 장애인 당사자의 감수성과 이용성에 대한 평가가 매우 중요하지만, BF인증은 편의시설 점검과 목적, 대상, 절차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 차이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먼저 목적이 다르다. BF인증은 교통약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접근, 이동, 이용하기에 편리한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반면에 편의시설 점검은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편의시설이 설치되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BF인증은 교통약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이용이 편리한가를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며, 편의시설 점검은 건물에 설치된 편의시설이 장애인 등이 이용하기에 적합한가를 점검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의 차이는 관점의 차이를 가져온다. 편의시설 점검은 철저하게 장애인의 시선에서 장애인의 접근과 이용을 평가해야 한다면, BF인증은 장애인 뿐 아니라 비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편리하고 안전한 이용과 접근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장애인 화장실의 세면대 거울에 대해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법률인 장애인등편의법 시행규칙에서는 전면거울 또는 경사형 거울을 동등하게 인정하고 있다. 반면에 BF인증에서는 경사형 거울은 우수 등급, 전면거울은 최우수 등급을 주고 있다.

경사형 거울은 휠체어 사용자 및 작은 키 사람들에게는 편리하지만, 서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기 때문에 모두가 이용하기 편리한 전면 거울을 더 높은 수준으로 보는 것이다. 이것은 BF인증이 장애인만을 위한 관점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관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요즘 자주 접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과 BF인증의 개념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인증 대상이 다르다. BF인증은 전체 건물에 대한 인증이다. 화장실, 경사로 등을 평가하기는 하지만, BF인증의 대상은 하나의 개별 편의시설이 아니라 건물 전체이다.

따라서 평가를 하는데 있어서 단순한 편의시설의 설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 대지의 레벨(해수면에서으로부터의 높이), 교통영향평가에 의한 교통의 흐름, 정화조의 위치 등 내부 시설의 위치와 구조, 바람의 세기나 습도 등 기후, 이용자의 유형 및 이용 빈도, 건축물의 용도 및 주 쓰임새, 건축물의 면적 및 구조, 각 실의 용도 및 사용목적 등을 모두 고려한다. BF인증 심사를 한다는 것은 이 모든 것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건축적 식견을 가지고 BF 인증 기준에 따라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출입구 높이차이를 볼 때, 편의시설 점검에서는 무단차인지, 높이차이가 있으면 경사로가 있는지, 경사로가 있으면 기울기나 유효폭이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적합한지를 보면 된다.

그러나 BF 인증 심사에서는 건물 배치도를 기본으로 건물의 대지 레벨을 먼저 파악하고, 이 레벨에 따라 주출입구 배치가 적절한지, 그때 주출입구의 높이차이가 왜 발생하는지, 높이차이 제거 방법은 대지 레벨을 낮추거나 건축물 레벨을 높이는 것이 적절한지, 아니면 주출입구를 옮기는 것이 적절한지, 대지 레벨도 낮출 수 없고, 건축물 레벨을 높일 수도 없으며, 주출입구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없다면 최대한 높이차이를 제거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평가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주출입구 하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 전체 측면에서 주출입구를 평가하는 것이 BF인증이다.

셋째, 절차가 다르다. BF인증의 목적은 설계(디자인)에서 시공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이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이용하고 이동하며 접근하기 편리하게 되었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BF인증 심사는 예비인증과 본인증으로 나누며, 예비인증 심사에서는 건축도면을 보고, 건축도면에서의 건물 전체가 BF 인증 기준에 적합한지를 평가하게 된다.

건축물의 BF 인증 항목은 98개 항목에 달하며, 이 항목은 각 항목별로 일반, 우수, 최우수 등급에 따라 내용이 정해져 있다. 이 내용에 따라 심사를 하게 된다. 따라서 건축 도면 읽기와 같은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고 각 항목별로 필요한 전문 지식이 요구된다.

본인증 심사에서는 준공 현장에 가서 예비인증에서의 도면에 의한 평가가 정확한지, 그 평가가 제대로 반영이 되었는지를 평가한다. 따라서 정확하게 말하면, 경사로가 편한지, 편하지 않은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경사로가 BF인증 기준에 맞는지, 예비인증 심사에서의 도면에 의한 평가 및 심사결과를 반영했는지를 심사하게 된다.

BF인증은 이처럼 건축도면 심사에 의한 예비인증 심사를 마치면, 5명의 심의위원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심사 결과를 평가하고, 심사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어 도면이 수정되었는지, 수정된 도면이 BF인증 기준 및 원칙에 적합한지를 평가하여 인증을 줄 것인지, 준다면 일반·우수·최우수 등급 중 어느 등급으로 줄 것인지를 결정하여 BF 예비인증을 주게 된다.

본인증 역시 준공 현장에서의 본인증 심사 결과와 심사위원의 의견이 반영되어 현장에서 개선 공사가 이루어졌는지, 이루어진 개선 공사가 BF기준과 원칙에 맞는지를 심의위원회에서 평가하여 인증을 줄 것인지, 준다면 등급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편의시설 점검과 BF인증 심사는 목적, 대상, 절차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최 의원의 지적도, 또 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의 의견도 BF인증 심사와 편의시설 점검이 동일한 것이라는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는 보장해야 하겠지만, BF인증의 특징으로 볼 때, 심사의 경우는 당사자의 참여가 어려운 부분이 있으며 참여한다 해도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할 부분이 매우 적다.

예비인증 심사의 경우 건축도면에 의한 심사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건축도면을 읽고 해석해야 하며, 읽고 해석한다 해도 정해진 인증 지표에 따라 점수를 주는 정량적 평가여서 다른 의견을 개진할 여지가 없다.

본인증 현장심사의 경우 대부분 준공전이라 공사가 끝나지 않은 현장이 많으며, 이에 따라 장애인의 접근이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참여한다 해도 역시 예비인증 심사 결과의 반영을 평가하는 것이어서 당사자가 참여한다 해도 크게 달라질 내용이 없다. 바로 이것이 인증기관에서 장애인 당사자 심사위원이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는 장애인 당사자는 오히려 심사위원이 아닌 심의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 심의위원회에서는 도면 심사보다는 심사 의견의 반영 여부를 평가하며, 시설주나 건축가가 심사 의견을 반영할 수 없다고 할 경우 그 부분이 장애인의 접근성에 중요한 부분이라면 반영을 요구할 수 있으며, 그 요구가 BF인증 기준과 부합하면 반영시킬 수가 있다.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할 경우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것은 심사가 아닌 심의이다. 따라서 인증기관들은 심사위원보다 심의위원에 당사자를 많이 참여시키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한국환경건축연구원의 경우에도 장애인 당사자 심사위원은 1인(외부)이지만, 장애인 당사자 심의위원은 10인이 넘는다.

특히 다양한 유형의 당사자 참여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에게 필요한 BF 항목이 인증 기준에 추가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항목은 BF 인증 기준에 거의 없다. 장루·요루 장애인에게 필요한 화장실 시설에 대해서도 인증 기준에 없다. 이러한 기준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 장애인 당사자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당사자 단체에서 BF인증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전문성을 갖춘 당사자를 양성해야 한다.

BF인증평가와 편의시설 점검은 다르다. 목적도, 대상도, 평가방식과 절차도 다르다.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는 필요하지만 그 차이를 알고 참여해야 한다.

인증기관들도 장애인 당사자이면서 BF 전문성을 갖춘 심사위원이나 심의위원을 늘 찾고 있다. BF인증에서 BF인증을 잘 이해하고 이를 심사하고 심의할 수 있는 장애인 당사자를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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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융호 칼럼니스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서울시 명예부시장(장애)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환경건축연구원에서 유니버설디자인과 장애물없는생활환경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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