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여당과 야당은 대선 출마 선언자 중 한 후보자로 압축하는 경연의 장이 한창이다. 대선 후보는 여당과 제1야당에서는 각 한 명의 후보가 공천될 것이다.

현재는 지지율이 낮을지라도 뒤집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정책대결을 하고, 경쟁 상대의 도덕적 부적절성을 내세우면 아직도 많이 남은 경선 레이스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후보는 현재는 도저히 승산이 없지만 존재 가치를 높여 후일 입지를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후보도 있다. 또한 레이스에서 끝까지 완주한 다음, 승자에게 승복을 하고 그의 대선 캠프에 들어가 자신의 지지율을 보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므로 일종의 정치적 지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번 대선은 과거 대선과 좀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단일화로 정권유지와 정권교체의 효과를 높이려는 이벤트가 약하다는 것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정의당이 단일화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하며, 정의당 내에서도 경선을 치를 수 있도록 복수 출마자가 나올 것으로 보이고, 보수 진영에서도 일찌감치 입장을 통해 경선 레이스에 참여함으로써 단일화를 위한 당대당의 통합 등의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별도로 당을 만들어 당대당 대통합을 통해 몸집을 불린 후 경쟁을 하기보다 현재의 국민 지지율을 입당을 통해 높이려는 시도로 돌아섰다. 대선 전선의 대통합이 분명 효과는 있지만, 현재의 거대 여야의 대립 구도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통합은 도움은 주고 얻는 것이 없다는 정치적 불신과 존재감을 오히려 잃는다는 철새정치의 식상한 방식이 국민에게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인 듯하다.

시대전환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지지하며 별도의 노선을 걷게 되었고, 허경영과 같이 독자 출마할 후보자들은 이번에도 상당히 다수가 나타날 것으로 큰 정당의 통합이나 단일화 없이 각자의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반드시 대선에서 승리를 해야 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단일화를 통한 지지자 통합이 필요했지만, 이번 대선은 끝까지 완주하여 자신의 지지율을 늘려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정치세력에서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양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번 대선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당락을 결정하는 포인트가 과거 노인층의 투표가 좌우했던 것과는 달리 젊은 세대와 사회적 약자의 표가 힘을 발휘 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장애인과 관련 예상되는 공약은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고등교육을 보장하는 특수교육법 개정,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완전한 비준, 정책조정위원회의 상설화와 대통령 직속기구 승격, 장애인 기본소득제 도입, 복지서비스 현금지불제 도입, 장애인 주거복지 확충, 탈시설정책 선포, 이동권과 편의시설 확대 의무화, 보조기구 지원 확대, 장애인연금 인상, 보조기기 지원 현실화, 장애인 의무고용 확대를 통한 고용증진, 개인별 복지서비스 지원 외에도 장애인 문화향유권 보장, 장애인권리보장과 인권보호 대책 확충, OECD 수준의 장애인복지예산 확대 등 다양한 내용이 개발될 것이다.

권리보장법 제정은 정부가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통해 이미 정책으로 채택을 하였고, 탈시설은 아직 구체적 계획이 탈시설이란 용어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진전되지 못하였고, 법 개정 등은 대선 공약 수준에서는 큰 이벤트 효과가 없을 것으로 여겨지고, 입법부 소관으로 공약에는 맞지 않다고 여길 수 있다.

현재 후보자들 중에 가장 많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이다. 여당의 후보 중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등이 동의하는 입장표명을 하였고, 일부 후보는 장애인단체와 협약까지 맺었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에는 현 정부에서 치매 국가책임제를 실시한 것에서 벤치마킹한 것으로 구체적인 하위 실천 사항으로 발달장애인 생활실태 전수조사, 발달장애인공단 설치, 하루 24시간 지원체제 구축, 발달장애인 소득보장 구축, 발달장애인 노동권 보장, 주거권 보장, 교육권 보장, 건강권 보장, 문화향유권 보장, 권리보장 등을 담고 있다.

아직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공약으로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채택할 것인가 검토하고 있는 후보는 야당에서도 최재형, 유승민 등 상당수 있어 차기 정부에서는 발달장애인의 국가책임제가 채택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하위 실천 과제를 모두 수용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국가책임제라는 용어는 사용하되, 구체적 실천 과제에서는 보장 수준이 아닌 확대 실시 정도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인 200명을 대상으로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24시간 지원체계를 구축했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장애 정도와 유형 등 다양한 장애인 중 발달장애인만 공단을 별도로 수용할 것인가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현재의 권익옹호나 지원센터의 전달체계를 획기적으로 변경하여 공단은 아니더라도 종합적이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전담 전문 전달체계를 구축할 수는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센터 수준이 아닌 모든 발달장애인의 개인별 서비스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할 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권리협약의 완전한 비준은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현 정부에서 이미 유엔장애인위원회에서의 국가보고서 심의가 있어 그 이전에 비준을 서두를 것으로 자연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차별화된 공약으로 채택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여길 것이다.

정책조정위원회를 상설화하거나 대통령 직속으로 승격하는 것에는 아직은 아무도 선택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국가의 많은 위원회가 경중을 따져야 하는데, 장애인위원회를 상설화하는 구체적 고민 없이 공약을 채택할 수 없다는 고민이 있는 듯하다.

권리를 보장하고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은 후보자별 차별화를 위해 서로 선택을 달리할 것이다. 이동권을 강조할 수도 있고, 노동권을 강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확대라는 공약은 실효성이 없어 자연적 서비스 증가분이나 욕구에 의한 일부 수용 정도로 공약 실천을 한 것으로 적당히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이런 공약은 구체적인 목표 설정과 투입 예산을 밝혀 실천의지를 확실히 해야 공약으로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장애인복지의 총체적인 예산을 늘린다는 의미로 OECD 수준의 장애인복지 예산을 확충하겠다는 공약은 현재의 복지 예산의 3배수 정도의 투입이 필요한데, 당선 즉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 증가로 목표를 세울 경우, 집권 기간에 달성하지 못하고 임기 후반부로 밀어서 차기 정부로 넘겨버릴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장애인권리협약을 서명한 유시민 장관이 저상버스 50% 도입을 약속했지만, 이는 복지부의 노력만으로 할 수도 없었고, 장애인들에게 부푼 꿈만 안겼지 실제로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공약이 이렇게 꿈과 희망을 주었지만 공수표가 될지, 실천 대안과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직접 챙겨서 달성할 것인지를 우리는 따져 보아야 한다.

단지 공약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공약보다 우선과제인가, 실천 의지가 있는가, 장식용인가, 예산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목표 설정이 검증 가능한 구체적인 수치로 표현되고 있는가, 당사자들과 소통하면서 공약 관리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등을 따져서 공약에 대한 신뢰가 있을 경우 환영과 지지를 해 주어야 할 것이다.

공약은 준수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공약을 지키지 않고 지지를 받았다면 표를 도둑질 당한 것이다. 공약의 채택은 실천을 독촉할 근거는 되지만, 약속은 언제든지 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약속은 믿음이 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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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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