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에 기반한 편견인 인종주의를 멈추자는 구호. ⓒPixabay

얼마 전 호주에 거주하는 한 페이스북 친구(페친)와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그 페친은 브라질인 남편과 호주 국적의 아동과 같이 살고 있다. 브라질 하면 축구 강국이고, 축구를 좋아하는 나라란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란 생각에, 필자는 ‘남편이 4년마다 하는 월드컵을 기다릴 것 같습니다’라고 페친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페친은 필자에게 브라질 사람이라서 모두 축구 좋아하고 잘할 것이라는 건 편견이라고 하며, 한국에서 그런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 이제는 정말 듣기 싫다고 했다. 이 얘기를 들으며, 분명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텐데, 그 점은 놓친 채, 브라질 인이니까 지레짐작하고 그렇게 말한 걸 보며, 나도 편견이 상당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중증보다 경증장애인이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높다는 기사를 보고는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다소 의외라는 생각을 피력했었다. 중증장애인이 경증장애인보다 심혈관 사망률이 높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그때 한 페친이 중증장애인에게 건강 관련 보조가 필요한 만큼 경증장애인에게도 필요하며, 장애 정도와 유형으로 신체적 아픔 등을 판단할 수 없고, 만약 그렇다면 그것 또한 장애인차별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생각하면서 중증장애인과 경증장애인이 처한 의료제도, 의료환경 포함한 생활환경이 다를 터이고, 이게 개인마다 다 다른데, 장애 정도만 갖고 심혈관질환 사망률을 지레짐작하는 것은 편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심지어 과도한 일반화를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장애와 관련해서도 과도한 일반화로 인한 편견은 존재한다. 지적장애인은 3~4세의 인지능력이라는 등, 지적능력으로 인해 일할 수 없는 무능력자란 편견이 우리 사회에는 상존한다. 이로 인해 경쟁 노동시장이 아닌 보호작업장으로 지적장애인들 대다수가 가며, 거기선 월급 10만 원 이하를 받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들도 일할 수 있도록 쉬운 말로 의사소통하는 등의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을 제공하고, 평등하게 대하면 얼마든지 일할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적능력 하나만 보고 과도하게 무능력자라고 일반화시킨다. 여기에 인간다운 삶은 애시당초 꿈꿀 수 없는 돈을 받으며 보호작업장에서 일한다.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장애인은 무조건 위험하다는 편견'이란 팻말. ⓒ에이블뉴스 DB

정신장애인과 관련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나면, 그 한 사례만 가지고 우리 사회는 정신장애인을 잠재적 범죄자, 폭력성향이 강하며 위험한 사람이라고 과도하게 일반화시키며 낙인을 찍는다. 그러면서 정신장애인을 정신병원에 수용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그래서 정신병원에 정신장애인을 감금, 수용시킨다.

그런데 정신장애인들은 비장애인에 비해 폭력적이지 않다는 것은 대검찰청의 2011년 범죄분석 보고서 등에도 나온다. 그런데도 폭력적이지 않은 정신장애인마저 감금당한다. 실제로 4년 전 한 일당이 폭력적이지 않은 정신장애 노인의 재산을 빼앗고 그를 정신병원에 감금시킨 사례가 있었고, 이게 뉴스에 보도되었다.

지하철 안에 있는 휠체어 이용인을 보면 아직도 이들에게 무조건 도와주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우리 사회엔 여전히 강하다. 장애인은 불쌍하고 도와주어야 하는 존재라는 과도한 일반화를 너무나도 사회가 오랫동안 주입해온 탓이기도 하다.

그런데 물어보지 않고 무조건 도와주려고 하면 이들에겐 커다란 모욕이다. 휠체어 이용인이 도와달라고 하기 전까지는 도와주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국가와 지자체는 적절한 편의시설 설치 등의 조치를 취해 휠체어 이용인이 당당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와 지자체는 편의시설 등의 합리적 조정을 권리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휠체어 이용인들은 지하철, 버스 등의 대중교통수단을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니, 물어보지 않고 무조건 휠체어 이용인은 도와주어야 한다는 사회 토양이 생기게 되고, 그런 인식으로 시민들이 장애인에게 대하는 것이겠지.

이렇게 과도한 일반화는 편견을 부르고, 편견으로 인해 편견 받는 당사자는 인격이 모독당할 뿐만 아니라 인간 이하의 삶을 사는 등 삶의 질 하락까지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부지불식 간에 나 자신 안에 있는 편견을 누군가가 느끼고 얘기한다면, 이를 듣고 매일 성찰하며 편견을 제거하려고 노력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람인 이상 과도한 일반화로 인한 편견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가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것을 그냥 놔둔다면, 돌아오는 것은 인격모독 차원을 넘어서 나와 상대방의 ‘삶의 질’ 하락까지도 갈 수 있음을 말이다. 이를 명심하며 나 자신 안에 과도한 일반화가 있는지 살피는 오늘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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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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