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학교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늘 ‘너희 시각장애인들은 항상 깨끗하게 해야 한다. 목욕도 깨끗하게 해야 하고, 머리도 단정하게 해야 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좋은 화장품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일학년인 나는 도무지 이게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렇게 가꿔야 하고, 깨끗하게 다녀야 하는지 잘 몰랐다. 어려서 그랬을 것 같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했을 수도 있다.

맹학교를 다닌 12년 동안 외모를 가꾸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바쁘신 부모님께 도움을 받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다는 아니지만 일부 시각장애인 친구들은 외모에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느 날 나는 친구에게 옷을 사고 화장품을 살 때 누구의 도움을 받냐고 물었는데 친구는 그냥 ‘엄마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엄마가 좋다고 하면 그게 좋은 것이어서 본인의 개성이 드러나기 힘든 것이다. 어쩌면 시각장애인은 본인이 선택한 옷을 차려입고 좋은 헤어스타일을 하더라도 볼 수 없기에 아무리 꾸민다 한들 자신의 만족도가 낮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도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므로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시간, 장소, 때에 맞게 옷을 입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10년 전부터 필자는 자립센터에 전문 스타일링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비롯한 일부 자립센터가 스타일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의류학을 전공한 학생이나 졸업생이 백화점, 아웃렛 등에서 시각장애인과 함께 동행해 옷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사실 이는 쉬운 일은 아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의 스타일을 모르면 옷을 골라주는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시각장애인의 개성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필자는 퍼스널 브랜딩(개인의 고유한 색, 이미지를 통해 자신을 브랜드화하여 특정 분야에 대해 자신을 먼저 떠오르도록 만드는 과정) 업체의 도움을 받았다. 피부색, 머리카락 등의 분석을 통해 나에게 잘 어울리는 색을 찾고, 어떤 헤어스타일, 액세서리가 어울리는지 알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비록 보고 느낄 수는 없지만 본인의 색과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만 자신에 맞는 차림새를 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한 번 정리해놓으면 평생 동안 본인을 가꾸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비장애인과 쇼핑을 하러 가더라도 자신의 개성을 충분히 살려 옷을 구매할 수 있다. 자신의 고유한 이미지를 알고, 이를 활용하는 것은 ‘나 가꾸기’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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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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