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용 블루투스 무선 키보드 “쿼티 케이스”로 문자를 입력하는 장면. ⓒ서인환

디아이전자는 영상음향기기 전문 회사로 제품디자인과 개발을 하면서 전자상거래도 하는 업체다. 디아이전자 최태홍 대표는 아이폰을 사용하는데, SNS를 하기 위해 글을 빨리 쓰다 보면 오타가 많이 찍히는 것을 경험하면서 무선 자판 키보드를 개발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구나 글을 쓰다가 오타를 쓰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전송을 하고 나서 다시 오타를 수정해서 보내는 번거로움을 느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최 대표는 키보드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위 여러 사람들에게 의논하는 과정에서 교수 한 분이 이 제품은 최 대표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해 주었다. 최 대표는 시각장애인 아이폰 동호회인 보이스맥과 소통하면서 제품에 대한 의견들과 사용자 검증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직접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여 개발에 참여시켰다.

아이폰을 먼저 선택한 이유는 시각장애인들은 음성으로 화면을 파악하여 사용해야 하는데, 접근성이 아이폰이 훨씬 좋아서 시각장애인들은 아이폰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4년 간의 연구 끝에 아이폰용 무선 키보드를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시각장애인들의 불편사항을 반영한 수정이 있었다.

최 대표는 처음에는 점자 키보드를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는 코드가 많지 않아서 중복성으로 인하여 특수키를 핫키로 정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많은 명령키나 기능키를 암기해야 하는 불편도 있고, 중도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를 모르는 경우도 많고, 점자를 알아도 노트가 아닌 타자기를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각장애인들은 일반 컴퓨터 자판의 키보드 배열로 입력하게 해 달라는 것과 전화기의 숫자 배열을 요구하였다. 최 대표는 숫자키는 비교적 간단한데, 시각장애인들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를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숫자키는 직접 전화번호를 누르는 경우 키 하나만 틀려도 엉뚱한 사람에게 전화가 걸리므로 터치 키패드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많이 불편해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경우 아이폰을 많이 사용하지만, 유럽의 경우 안드로이드 제품도 많이 사용되고, 한국에서 수출된 스마트폰도 많이 팔리고 있어 특정 제품만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제품도 시각장애인들에게 필요하다고 느껴 안드로이드용 무선 키보드 제품을 개발하여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터치스크린을 사용하여 누르는 것이 불편하여 폴더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폴더폰에 앱을 실행하여 접근하도록 음성앱도 개발하여 사용해 왔는데, 이를 해뜰폰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해뜰폰 판매회사는 이미 생산이 중단된 제품을 구해다가 시각장애인에게 맞추어 판매한 것이어서 수리도 어렵고, 접근을 위한 프로그램도 서버에서 제공하다보니 통신망의 문제나 프로그램의 버그 등으로 시각장애인들의 불만이 많았다. 더구나 서비스를 운영하던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단해버린 것이다. 해뜰폰이 해진폰이 되었다.

이제 안드로이드용 무선 키보드가 출시되면 더 이상 폴더폰을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아이폰이든, 안드로이드폰이든 시각장애인도 별도의 제품이 아니라 최신폰 어떤 것이든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디아이전자는 스마트폰은 크기가 다르고 모양도 달라서 폰의 버전에 따라 다양하게 키보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폰의 케이스 형태로 만들어서 폰을 케이스에 넣고 뒷면을 키보드로 사용할 수도 있고, 폰 뒤에 자석을 붙여 키보드를 탈부착할 수도 있다. 다양한 형태의 제품으로 만든 것이다.

키보드는 양손으로 폰을 잡아 키보드를 누르는 형태이므로 옆으로 회전하여 누운 형태의 키보드 배열을 가지고 있다. 컴퓨터 자판이 양쪽으로 나뉘어져 90도 회전한 형태로 배열이 되어 있다.

이제 최 대표는 영상음향기기 전문회사라고 회사를 소개하지 않고 시각장애인 제품 개발 전문회사라고 소개할 정도로 시각장애인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제품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선 키보드 이름은 쿼티 케이스라고 하는데, 쿼티는 컴퓨터 자판 배열이 좌측의 qwerty 순으로 배열되었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264,000원으로 수출할 경우에는 여러 가지 추가 비용을 고려하여 더 비싸게 판매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앞면은 액정화면이고, 뒷면은 키보드가 부착된 형태로 사용할 수 있어 시각장애인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블루투스 무선키보드로 사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블루투스 키보드를 별도로 가지고 다니지 않고 스마트폰에 붙이고 다니다가 컴퓨터 키보드로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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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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