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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당사자, 신제품이 반갑지 않은 이유

새 핸드폰을 구입 이후 그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다

사회 환원 가치 다방면 실천해야 진정한 글로벌기업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5-31 13:07:47
필자가 얼마전 구입한 핸드폰. ⓒ한지혜 에이블포토로 보기 필자가 얼마전 구입한 핸드폰. ⓒ한지혜
대다수의 현대인들은 눈을 뜸과 동시에 스마트폰과 함께 일상을 보낸다. 스마트폰을 백과사전의 내용을 빌려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일반 휴대 전화에 여러 컴퓨터 지원 기능을 추가한 지능형 단말기라 말할 수 있다.

단말기에 자신에게 적합한 응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이를 적시 적수에 잘만 활용한다면 일상생활에서 최고의 절친이며 동반자일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있어서도 보조공학기기에 버금가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접근성 기능 등은 분명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필자 역시 그러한 기능 덕분에 더욱 핸드폰에 대한 활용도와 애착도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좀 더 좋은 기능의 편리한 핸드폰을 갖고자 하는 열의는 장애인이라고 다를 바 없다.

필자도 기존 핸드폰의 24개월 약정기간이 끝나자마자 들뜬 마음으로 바로 매장으로 향했다. 마음 같으면 아주 고가의 최신형 폰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워킹맘은 경제관념부터 먼저 앞서 매장에서 가장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보급형 제품으로 선택했다. 케이스부터 부속 충전기까지 모두 새것으로 바뀌니 잠시나마 40대 아줌마에게도 설렘이 찾아온다. 그런데 그 설렘은 핸드폰 매장을 나섬과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필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은 TALK BACK(화면 텍스트 내용을 읽어주는 기능)이다. 그런데 TALK BACK 기능에 연속읽기가 안 된다. 이전 제품은 핸드폰을 살짝 흔들면 그대로 연속하여 음성 출력이 이루어졌는데 이 기능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 문제는 핸드폰 매장 직원들이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었다. 본인들은 일생에 한 번도 이용해 볼 필요가 없는 기능인데 접하지도 못한 기능의 문제점을 점원들이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혼자서 접근성 내 모든 기능을 정독하고 또 훑어보지만 딱 명확한 설정 방법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날 밤을 그렇게 새로운 핸드폰을 알아가는 재미난 밤이 아닌 당황하여 기기랑 씨름하다 속상하게 흘려보냈다.

다음날 다행히 인복이 많은 필자는 시각장애인 후배의 도움으로 명령 동작 방법을 배웠다. 안드로이드 10버전 이상부터는 접근성에서 흔들어 연속읽기가 되지 않고 두 손가락으로 세 번을 톡! 톡! 톡! 쳐야지만 연속읽기 실행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고급 정보가 접근성 안내에는 탑재되어 있지 않았다. 아마 필자처럼 갑작스러운 혼란을 겪을 또 누군가가 벌써부터 걱정되었다.

한시름을 덜고 다시 이 새 친구와 친해지려 하니 또 다른 이상 반응을 보인다. TALK BACK 음량이 일정 수준 이상 작아지지 않는 것이다. 음향을 5%로 낮추어도 상대방이 다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출력이 된다. 혹시 기기 문제면 교환을 받아 볼까 하고 같은 기종으로 바꾼 남편의 폰도 테스트해보니 마찬가지로 더이상 TALK BACK 기능의 음향이 줄어들지 않는다.

이제는 조금씩 언짢은 기분까지 생기기 시작한다. 고객센터에도 전화를 해보고 사이트에도 질의를 해보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문제에 기술자에게 개념을 이해시키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렸을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제조사의 시각장애인 직원과 통화하게 되었는데 원인을 알게 되니 허탈감까지 들었다. 알고 보니 이러한 문제가 지난해 신제품부터 발생하여 신제품에는 수정조치 하였는데 올해 출시된 제품들에는 또 적용이 안 된 것 같다고 안내해 주셨다.

이달 내에 업데이트를 지원하여 더 이상 음향조절이 안 되는 경우를 방지하겠다는 대답을 들은 후 나의 속상함은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왜 당시 신제품들에만 적용되고 이후 출시된 신제품에는 또 놓친 그 상황에서 다시금 장애인 고객들에 대한 섬세함이 부족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해프닝 정도로 너그럽게 이해하고 모든 일이 종결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며칠 후 또 예상치도 않았던 오작동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TALK BACK 속도 조절에 문제가 생겼다. 음성 읽기 속도를 100%로 설정하여도 엄청 느린 속도로 음성이 출력되기 시작하였다.

껐다 켜기를 수십 번 반복하고 입이 닳도록 고객센터와 통화를 해본들 답답한 사람은 오롯이 핸드폰을 구입한 당사자 필자의 몫이었다. 결국, 근무를 조퇴까지 하면서 서비스센터를 방문했고 담당 기사님 역시 원인을 몰라 애쓰시다 해결점이 없어 초기화를 권하셨다. 나의 핸드폰은 그렇게 구입한지 2주 만에 원인불명의 접근성 기능이 제역할을 못하여 모든 시스템이 초기화되고 말았다.

같은 기종으로 구입한 남편은 전혀 불편 없이 잘 쓰고 있는데 시각장애인인 필자는 여러 이유로 이렇게 곤욕을 치르고 있으니 씁쓸하다. 장애인과 관련된 접근성을 비장애인들이 애용하는 솔루션처럼 심혈을 기울였으면 이러한 불편이 초래되었을까? 모든 불편이 장애인 소비자의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섬세하게 챙겨야 할 요소 중 배제되었기에 나타난 결과물들이 아닐까? 좋은 화소의 카메라를 출시하기 위한 노력, 획기적인 디자인 모형에 들이는 공의 십 분의 일만큼이라도 에너지를 쏟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절로 든다.

이제는 약정기간이 끝난 후 핸드폰을 구입할 시점에 마냥 설레지만은 못할 것 같다. 보편화된 기기를 장애인 편의에 맞추어 쓰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필자에게 신제품 구입으로 인에 얻게 되는 설렘을 빼앗아 간 원인은 제조사 기술진들의 무심함이다. 그 무심함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필자 역시 IT에 좀 더 능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약정이 끝나는 24개월 후 꼭 확인해 보고 싶다. 얼마나 장애인 편의가 도모되고 안정화된 프로그램을 내장하여 스마트폰이 출시되어 있을지 꼭 검증해 볼 것이다. 글로벌기업의 자긍심을 단순 확장성만으로 얻게 되는 가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비록 소수 고객의 목소리 일지라도 그 간절함과 절박함에 함께 공감하고 그들의 소비권을 지키는 것에도 소홀하지 아니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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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한지혜 칼럼니스트 한지혜블로그 (49502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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