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시청각장애인의 방송접근권 보장을 위해 TV 수신기 무료보급사업을 하고 있다. 2003년 시각장애인용 TV 음성이 나오는 라디오 수신기 보급을 시작해 청각장애인용 자막기, 노인들을 위한 라디오 보급사업이 시청각장애인용 TV 수신기 보급사업으로 발전해 온 것이다.

그런데 이 사업에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이 사업의 목적은 방송접근권 보장인데, 저소득 경제지원 사업으로 변해 버렸다.

사업 공고문에는 시청각장애인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한 것처럼 하고 있으나, 저소득층이 아니면 신청이 불가능하다. 저소득층을 우선으로 한다고 하면서 저소득층이 아니면 신청 자격조차 없는 것이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신청접수 전용온라인 프로그램에서는 시각이나 청각장애인이면 신청할 수 있는 줄 알고 장애인들이 신청을 진행하다 보면 기초생활수급자인지, 차상위 계층인지 선택을 하는 곳에서 저소득층이 아닌 사람은 신청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주민센터에서도 접수를 받는데 저소득층이 아니면 접수를 받지 않는다.

처음부터 공고를 할 때 저소득층에 한해서 보급사업을 한다고 명시해야 한다. 항공사들이 장애등급제 폐지 이전에는 항공료를 할인해 주다가 폐지되자, 불과 몇 천원도 되지 않는 항공이용료만 할인되고 항공료는 전혀 할인해 주지 않으면서 마치 장애인들에게 대폭 할인 혜택을 주는 것 같은 홍보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두 번째 문제는 신청을 받는 온라인 프로그램이 접근성이 부족하다. 본인확인을 위해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문자로 표시된 암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저시력인은 흘림체 숫자를 읽을 수 없고, 전맹은 그 숫자가 무엇인지 음성으로 들어야 하는데 음성으로 듣는 버튼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본인인증 프로그램 자체가 연결되는데 있어 이러한 프로그램은 접근성이 되지 않는다.

세 번째 문제는 TV 수신기는 장애인에게 편리한 기능들이 들어 있다. 예를 들면 리모컨은 음성을 인식하여 작동할 수 있다. 이런 장애인 방송접근을 위한 TV라면 저소득층이 아니면 무상으로 받지 않더라도 구입할 수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시중에는 판매하지 않는다.

오로지 저소득층 장애인만이 가질 수 있는 TV다. 편리한 기능을 저소득층만 이용하여 방송접근권 보장을 한다면 그러한 편리함을 이용하려면 저소득층이 되라는 말인가! 여기에는 역차별이 존재한다.

보급되는 제품은 매년 방통위에서 심사를 하여 선정된다. 어떤 때에는 삼성, 어떤 때에는 LG가 선정된다. 이 제품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하여 기능테스트를 전파연구소에 의뢰하여 소비자 관련 사이트에 합격된 제품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검사에 사용자 당사자의 검증이 없다. 그리고 시중에 최소한 1년 이상 판매되는 제품 중에 선정을 해야 보급사업에 선정되지 않은 사람은 구입할 수도 있고, 판매품이니 AS도 받을 수 있다.

보급받은 제품이 기능테스트만 하고 고장이 잘 나지 않는 안정성 테스트는 장시간 사용하면서 한 적이 없어 고장이 나 에프터서비스 수리를 맡기려면 어느 수리센터에서도 그런 제품은 판매한 적이 없어 수리해 본 적이 없고, 부품도 없어 그냥 버리라고 한다.

방통위에 납품하기 위한 용도로 별도 생산한 제품이고 25만원 상당의 제품이라 고급도 아니어서 고장이 나서 버린 제품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이제 방송접근 소외계층을 위한 다년간 보급으로 인해 올해 보급을 마치면 100퍼센트 보급하게 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실제 무료보급을 받아 잘 사용하고 있는지, 실태 파악도 한 적이 없고, 수명이 얼마인지 측정도 한 적이 없다. 적어도 유니버설디자인으로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는 판매되는 제품으로 개발된 제품을 선정하거나 판매되는 모든 제품에 시청각장애인에게 편리함이 보장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납품용만으로 개발된 제품을 구입해 보급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아마도 2015년 이후 보급받은 사람 중에 제대로 지금까지 사용하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다. 싼 것이 비지떡이라며 욕하는 장애인이 주변에 널려 있다.

저소득층에게 경제적으로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우선으로 보급하는 것은 동의할 수 있으나, 진정 방송접근권 보장을 위한 사업이라면 역차별이 없도록 최소한 전자대리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하며, 전용으로 보급품을 별도로 만들도록 할 것이 아니라 판매되는 제품들이 모두 장애인도 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제는 자선적 보급사업이 아닌 권리보장을 위한 당사자중심의 제대로 된 정책이 필요하다. 이제 저소득층에게는 다 보급했으니 내년부터 무료보급은 예산이 없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은 방송접근 보장을 위한 제대로 된 제품을 가지고 방송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생색내기는 이제 그만하고 권리보장이든, 차별 해소이든 원래의 사업 취지를 실현하여 사각지대를 해소할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된 감수성을 가진 올바른 정책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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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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