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된 왕진의사 양창모 에세이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 표지. ⓒ한겨레출판

장애인 보건의료와 관련해서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을 전문적으로 진료해 줄 기관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진료가 필요한 장애인을 의료기관에 연계하고 싶어도, 어떤 곳은 병원의 물리적 상황(예: 문턱) 때문에 어렵다 하고, 또 병원 시설(예: x-ray) 때문에 검사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럼 장애인주치의 방문진료를 요청하고 싶어서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장애인주치의에 연락을 하면, 역시나 방문진료 수가가 낮고, 행정적인 절차가 복잡해서 쉽지 않다고 말한다.

집에서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 가지 못하는 장애인들은 아파도 제대로 진료도 보지 못하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혹은 한 번 병원에 갈 때 여러 진료과를 순회하듯 돌거나.

어떤 장애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아마 많이들 그럴 텐데, 아이를 치과에 데리고 가고 싶어도 워낙 거부감이 심하다 보니 치아가 다 썩을 때를 기다렸다가 한 번에 간다고 한다. 치료 받을 때마다 전신마취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한 번에 끝내는 것이다. 그간 충치로 겪어야 할 고통은 오로지 장애인 자신이 감내해야 하겠지.

노인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왜냐면 누구나 노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다. 전 국민의 5% 밖에 되지 않고, 무엇보다 소수이다 보니 정치적 목소리도 적은 편이다. 그나마 몇몇 시민단체들이 열성적으로 해줬기 때문에 이만큼이라도 왔다고 해야 할까?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인의 의료접근을 향상시켜줄 의료진들이 주위에 간혹 계신다. 업무적으로도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수익보다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분들. 대표적으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선생님들이 그러하다. 그리고 뜻있는 몇몇 의사회 선생님들도 계신다.

최근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인 양창모 선생님도 사명감으로 일하는 의사 중 한 분이다. 이 책은 양창모 선생님이 방문진료를 하면서 느낀 소회가 담겨있다.

의사가 진료실 밖을 벗어나 집에서 환자를 마주할 때의 느낀 감정들. 저자는 진료실에 앉아있으면 "저 환자는 어디가 아파서 왔나" 하고 '질병'에 포커스를 두는데, 왕진을 나가면 "이 환자는 이곳에서 이렇게 사는 분"이라는 관점의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질병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

저자인 양창모 선생님은 왕진에 대해 "수가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의료기관에 해당 센터를 만들어 전문적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민간 의료기관의 몇몇 뜻있는 의사 선생님으로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말씀처럼 공공의료기관이 의료사각지대의 장애인과 노인의 왕진 사업을 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의 영향도 있고, 공공의료기관이 더 많아지고 인력도 늘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의 영역이라 쉬운 일이 아니어서 문제다.

이 책을 읽으며, 왕진 주치의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금 느꼈다. 지금도 병원에 가지 못해 혼자 다양한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분들을 떠올리며, 더 이상 소외되지 않고 의료접근이 더 가능해지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이준수 칼럼니스트 서울특별시북부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애인의 건강한 삶에 관심이 많아서 지금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장애인이 병원을 떠나 지역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