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입주자들에게 제시하는 편의시설 신청 양식.ⓒ서인환

장애인 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가가 보급하는 주택의 일정 비율을 주거약자에게 임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동법 시행령 별표 2에서 주거약자용 주택의 편의시설 설치기준을 정하고 있다.

이 기준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출입문의 손잡이는 레버형 등으로 하고 높이는 0.8에서 0.9미터의 높이로 한다. 현관에는 감지센서가 부착된 등을 달고, 출입구 측면에 0.75에서 0.85미터 높이에 수평손잡이를 설치한다. 거실은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요구가 있는 경우 높이 1.2미터 높이에 밖을 볼 수 있는 비디오폰을 설치한다. 청각장애인의 요구가 있는 경우 거실 조명을 600에서 900럭스로 밝게 한다.

부엌은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요구가 있는 경우, 좌식 싱크대를 설치한다. 가스벨브는 높이 1.2미터로 한다. 침실은 청각장애인의 요구가 있을 경우, 300에서 400럭스로 한다. 욕실등은 감지센서로 설치하고, 욕조 높이는 45센티미터 이하로 한다. 상하 이동식 샤워기를 설치하고, 욕실 출입문은 밖여닫이, 미닫이 등으로 한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요구가 있는 경우 높낮이 조절 세면대를 설치한다.

기준을 살펴보면 장애인의 요청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뉜다. 특정 유형의 장애인에게 필요한 경우는 요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별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편의시설은 사용자의 요구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모든 사람들에게 편리한 시설과 시공 당시 높이를 조절하는 등 별도의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경우이다.

입주하는 장애인이 편의시설을 신청하는 양식을 보면, 기준에 없는 현관 마루귀의 경사로 설치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유도기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비디오폰과 좌식 샤워시설과 좌변기 손잡이가 전부다.

표준 양식에는 법 규정에 있는 여러 가지 편의시설 목록을 체크하여 신청할 수 있게 되어 있으나, 실제 입주자에게 제공되는 편의시설 신청 양식에는 비디오폰, 음성유도기, 변기 손잡이, 현관 경사로가 전부다.

법에는 신청이 있으면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 높낮이 조절 세면대와 싱크대가 신청서 자체에는 누락되어 신청조차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국민들은 법만 보고 장애인 등에게 상당히 좋은 제도를 실시하는 것처럼 홍보가 되지만, 실상은 장애인에게 신청조차 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법이 국가 홍보용은 아닐 것이다.

만약 설치하지 않으면 과태료라도 내게 했다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장애인들이 왜 신청 자체를 받지 않느냐고 항변하면 LH 공사가 적자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적자의 원인이 장애인이 아닌데 왜 장애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장애인들은 사용할 수 없거나 매우 불편한 주거 환경을 감수하고 살아야 하는 것을 LH 공사는 강요하거나 정당한 편의제공을 방임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한 장애인은 세면대 높이가 맞지 않아 몸을 벽에 기대어 억지로 이용하려고 하다가 넘어져 뇌 외상을 당하여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분은 LH를 상대로 치료비라도 받을 수 없느냐고 억울해 하였다.

국민 주거복지를 지향하고 있는 LH 공사가 이러한 법을 어기는 고의적 행위가 이루어진 사례는 안양명확 행복주택, 화성동탄 행복주택, 남양뉴타운 행복주택, 김포 양곡 행복주택, 김포 마송 행복주택, 포항 일원 행복주택, 경산하양 행복주택, 경산 하양 국민임대주택, 경산 하양 임대주택, 포항 블루베리 행복주택, 문경 홍덕 행복주택, 진천 이월 행복주택, 나주 이창 행복주택, 완주삼봉 행복주택, 산청 옥산 행복주택, 공주 월송 임대주택, 천안 역세권 행복주택 등 무수히 많다.

이러한 행복주택에 사는 장애인들은 행복하지 않다. 현재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LH가 개인적 이익에는 그렇게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정말 편의시설이 필요한 장애인들에게는 법을 어기고 있는 현실은 너무나 개탄스럽다. 특히 LH는 무장애 편의시설 인증기관이 아닌가!

입주해야 하는 장애인들은 이러한 갑질에 을의 입장이 되어 강력하게 요구할 수도 없다. 법이 있으나 무시해 버리는 권력, 법 위에 존재하는 이러한 행위는 주는 대로 고마워하며 살라고 하는 장애인의 권리를 묵살하는 행태이므로 즉시 시정되어야 한다.

부실공사가 많다는 국가 기관인 LH의 아파트에 관한 뉴스가 나와도 끄떡도 하지 않는 LH가 장애인들에게 이러한 횡포를 부리고 장애인의 삶을 갉아먹고 있어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현실에 장애인들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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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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