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 프로필 화면. ⓒ조현대

그 옛날 시각장애인들은 도스 운영체제에서 천리안, 나우누리, 하이텔을 통해 자유로운 컴퓨터 채팅을 할 수 있었다. ‘가라사대’라는 음성 지원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 덕에 당시에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정보 활용 격차가 크게 없었다. 채팅을 통해 결혼한 시각장애인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인터넷 기반의 다양한 소셜미디어가 개발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시각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이 누리는 텍스트 기반의 소셜미디어를 그다지 이용하지 않는다. 텍스트로 의사를 주고받기 때문에 빠르게 반응하는 데 제한이 있고, 감정을 주고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일이 본인의 의사를 키보드로 타이핑하고, 음성 지원을 통해 답변을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 또한 불편하다. 물론 오타의 염려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음성으로만 간단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늘 고민했다. 그러다 최근 뉴스를 통해 음성 기반 채팅 서비스 ‘클럽하우스’를 알게 되었다. 나는 지체 없이 활동 지원사에게 서비스 이용을 요청했다. 초대권을 구매해 바로 가입할 수 있었다.

클럽하우스에는 문학, 주식정보 등 다양한 분야의 채팅방이 있다. 실제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방이나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도 있다. 직접 이용해보니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신뢰를 쌓기 쉬웠고, 금방 상대방에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

클럽하우스가 한국에서 입소문을 탄 지 두 달이 지났다. 국내 이용자 수가 2월 말 기준 20만 명이라고 하니, 지금은 이용자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시각장애인은 50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몇 명의 시각장애인들과 팔로우를 맺었다. 다음엔 시각장애인들의 친목을 위한 채팅방을 만들어도 좋을 듯하다.

시각장애인은 전문지식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다. 시각장애인은 물리적, 경제적, 이동적 제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클럽하우스는 이러한 제한들의 상당 부분을 해소해 주고 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만 있으면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 내 의사를 전달하고 의견을 조율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공론장을 만들 기회가 열린 것이다.

클럽하우스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정보 격차를 해소해 주는 계기로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시각장애인에겐 또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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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대 칼럼니스트 ‘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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