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예방 5계명 홍보 문구. ⓒ배융호

얼마 전 필자의 페이스북 친구들 사이에서 한 장의 사진이 논란이 되었다. 바로 모 구청보건소에서 만든 장애 예방 5계명 홍보 문구였다.

그 홍보물에 따르면 장애 예방 5계명은 아래와 같다.

1. 무단횡단 하지 않기

2. 안전벨트 매기

3. 계단에서 뛰지 않기

4. 물가에서 다이빙 하지 않기

5. 청소년은 위험한 오토바이 타지 않기

내용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위 내용들은 모두 사고예방에 대한 것이다. 사고로 인해 부상을 당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내용이다.

이 계명은 국립재활원에서 제안을 한 것이다. 2007년 국립재활원이 개최한 “사고로 인한 후천적 장애,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당시 국립재활원 척수손상재활과의 이범석 과장이 제안한 것이 바로 이 장애예방 5계명이다. 그리고 이 계명은 10년간 척수손상병원에 입원한 152명의 소아척수손상환자들의 사고를 분석한 것이라고 했다.(에이블뉴스 “후천적 장애예방 어떻게 하나” 2007.6.6. 기사)

그런데 사고로 인한 후천적 장애예방 5계명이 어느 새 장애예방 5계명으로 둔갑하여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립재활원도 처음의 장애예방교육에서 장애발생예방교육으로 명칭을 바꾸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오래전의 장애예방 5계명은 지금도 여전히 이용이 되고 있어 문제가 된다. 필자는 무단횡단도 하지 않았으며, 안전벨트 매기를 잊은 적도 없다. 계단에서 뛰지도 않았고, 물가에서 다이빙도 하지 않았으며, 오토바이는 더구나 타 본 일도 없다. 그렇지만 필자는 장애인이다.

위의 계명은 장애를 결코 막지도 못하며, 예방하지도 못한다. 다만 사고와 부상을 예방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그 사고와 부상으로 일부의 사람들은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장애인이 사고와 부상으로 장애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현재의 장애 예방의 문제점이 있다. 일부의 사고로 인한 장애예방을 마치 전체 장애의 예방처럼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6월 30일 국립재활원이 개최한 “사고로 인한 후천적 장애,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당시 국립재활원 척수손상재활과의 이범석 과장이 장애예방 계명을 발표하는 모습. ⓒ에이블뉴스DB

장애예방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장애예방의 뒷면에 장애에 대한 혐오와 장애인의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장애가 아닌 다른 원인의 장애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임신 중 검사를 통해 장애아의 경우 낙태를 하는 것이 예방인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장애인이 될 확률이 높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임신을 막을 것인가?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가지게 될 경우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선택하는 대신 안락사를 선택하게 할 것인가? 이것은 우생학과도 그 길을 같이 한다.

결국 궁극적인 장애 예방은 장애인의 출현을 막아야 가능하며, 그것은 장애인의 죽음을 전제로 한다.

이토록 집요하게 장애를 막고 장애인이 되기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물론 사회에서의 장애에 대한 억압과 차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에 대한 억압과 차별 못지않게 장애를 막고 싶어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장애에 대한 혐오이다. 장애가 두렵고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애를 막고 싶은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장애에 대한 혐오가 장애인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고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혐오는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권리와 인권 보장을 위해 제정된 유엔의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25조(건강)에는 "적절한 조기 발견과 개입을 포함하여, 장애인이 특히 장애에 기인하여 필요로 하는 보건서비스와 아동 및 노인에게 발생하는 장애를 포함하여 추가적인 장애를 최소화하고 예방하기 위하여 고안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라고 하여 “추가적인 장애를 예방”할 것만 명시하고 있다.

즉, 장애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된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장애, 장애인의 노령화에 따른 추가적인 장애를 예방하라는 것이다. 장애 자체를 예방하라고 하지 않는다.

장애 예방은 장애인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며, 장애인의 인권과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장애인인 나는 예방되고 싶지 않다. 내가 예방되었다면, 나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사회의 억압과 차별과 편견 속에 살아야 한다는 것과 일평생 장애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장애인으로 살 기회조차 빼앗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장애예방은 사고 예방과 질병 예방으로 바뀌어야 한다. 장애는 예방의 대상이 아니다. 장애인도 생존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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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융호 칼럼니스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서울시 명예부시장(장애)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환경건축연구원에서 유니버설디자인과 장애물없는생활환경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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