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 노동권 확보 궐기대회 모습.ⓒ에이블뉴스DB

노동조합이라고 장애인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할까요? 장애인 노동자를 도와줄까요? 아마도 이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아닐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의 조사 결과, 의외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민주노총이 발간한 실제 보고서 초안 원문을 입수해서 읽어본 결과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먼저 노동조합의 간부들조차 장애인고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불편한 진실을 먼저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알고 있다는 비율도 있었지만 공무원 노동조합에서나 그랬고, ‘아니다’ 또는 ‘모른다’라는 비율이 상당했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에 답을 했던 노동조합 관계자가 대부분 간부급 직위에 있었던 분들이라, 노동조합 간부들조차 장애인고용에 대한 인식 부족이 팽배해있다는, 즉 장애인고용의 필요성에 대해 노동자들 사이에 형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장기적으로 장애인식개선교육이 고용된 기업 단위에서의 교육을 넘어, 노동조합 단위에서의 장애인식개선교육이 필요한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법률상의 인식개선교육과 달리 장애인의 노동권과 노동조합 활동 가능성등 노동조합에 걸맞은 인식개선교육 프로그램을 노동조합총연맹 단위에서 개발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입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민주노총에서도 관심 있다면, 장애인 노동자 인식개선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노동하는 특성에서의 장애 유형 간 차이도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지체장애의 경우에는 사무직 위주가 많았는데 반면, 청각장애 노동자들은 주로 생산직 위주에 편성되어있습니다. 아마 공장에서 소음이 많이 발생하기에 ‘청각장애인 노동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을 할 것이다’라는 약간의 편견 섞인 고용 인식이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지체장애와 청각장애 노동자의 고용 특성 차이에 대해서만 보고서에서 언급했기 때문에, 시각장애나 발달장애 노동자들의 고용 특성 차이에 대한 분석이 부재한 것이 아쉽습니다. 장기적으로 시각장애 노동자와 발달장애 노동자의 고용 특성에 대한 분석도 시도될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의외로 장애인 노동자들에게도 인식개선교육을 넘어서 ‘권리이해교육’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당한 편의제공 제도에 대해 일부 장애인 노동자들은 “그것이 무엇입니까?”라는, 한마디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임에도 자신들조차 잘 모르는 ‘신기한 제도’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이상했습니다.

장애인 노동자들도 자신의 권리를 알게끔 할 수 있는 교육도 장기적으로 준비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기업체의 장애인식개선교육은 장애인 노동자들에게는 조금 다른 내용으로 진행되어야 할 부분도 적잖이 있다는 결론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업 안전 문제도 지적된 주요 사안이었습니다. 장애특성에 따라 안전사고 등의 위험이 서로 다른데, 이러한 장애특성에 따른 의외의 안전사고가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물론, 발달장애인 노동자가 겪는 장애특성에 따른 안전사고 문제에 대한 서술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장애인 노동자의 직무 배치를 노동자-사용자 양측이 협력하여 장애특성 등을 고려한다고 해도 이것이 의외의 차별이 될 수 있고, 비장애인 노동자들에게도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지적은 뼈저리게 느껴야 할 것 같습니다. 장애특성을 고려한 업무 배치는 응당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그 안에서도 도전적인 직무나 과업 등 어느 정도의 ‘도전 과제’는 적절히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것이 중요한 이유는 장기적으로 장애인 노동자도 승진, 임금인상등의 문제와 겹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사람에게서 들었는데, 직급은 사원/대리 등 직급이 낮아서 책임을 지는 것이 덜한 직급으로 두더라도 임금 등 처우는 과장/차장/부장 등 고위급 직위에 걸맞은 대우를 하는 방법이 있다는 해외 사례도 장기적으로 참조해볼 만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보고서에서는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태도 전환을 통해 장애인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같이 연대활동 등에 나서야 한다는 등의 노동조합 운동론적인 결론이 약간은 있다는 점을 부분적으로 참조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직장 내 직원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직장 내 집단은 사실상 노동조합밖에 없다고 보고서도 인정할 정도이니, 앞으로 노동조합 단위에서의 장애인 노동자 권리 옹호 문제 등에 신경을 쓸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도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실제 노동자들의 인터뷰도 담겼지만, 지적장애인 노동자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신체장애 위주였기 때문에 발달장애인 노동자의 특성에 대해서는 전혀 알 길이 없다는 아쉬움도 섞여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발달장애인 노동자의 현실에 대한 새로운 보고서가 그들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발달장애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더 이야기하면, 발달장애인이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실제로 저는 발달장애인 노동조합원 1명을 알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대해 인식하고 활동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은 듭니다. 실제로 제가 성인 자폐인 자조모임 estas 활동을 다른 자폐인들에게도 알리고 참여를 제안했지만, 몇몇 자폐인들은 자조모임 운동에 대해 인식을 하지 못해서 가입을 고사하는 일도 있었기에 그랬습니다.

이번 보고서의 평가 점수는 100점 만점에 85점입니다. 장애인 노동자의 현실과 노동조합 운동과의 결합이라는 과제에 대한 대답은 잘 작성했지만, 아쉽게도 발달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부분이 빠진 것이 감점 요인이었기에 그랬습니다.

장기적으로 발달장애인 노동자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장애통계의 예고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발달장애인을 배제하려는 것이 생기는 것은 노동조합 운동 원칙에 어긋나기에 그렇습니다.

다음번에는 발달장애인 노동자의 현실과 발달장애인과 노동조합의 연관성에 관한 것을 후속 연구로 진행해도 좋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이번 보고서를 펴낸 민주노총에서도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어쨌든, 저도 이번 보고서를 보고 나서야 장애인과 노동조합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은 해 볼 수 있었거든요.

추신: 아, 참 좀 무거운 이야기를 했나요? 다음번에는 좀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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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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