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촬영한 정선 민둥산의 일출. ⓒ장지용

올해는 그야말로 ‘생존’ 그 자체가 ‘투쟁 목표’여야 했던 한 해였습니다. 무언가 희망이 있어도, 그것은 코로나19가 다 잡아먹고 그 코로나19는 내년에도 계속 우리를 잡아먹을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관한 논의 자체가 코로나19가 우리를 다 잡아먹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개인적 삶도 올해는 ‘생존’이 최대 문제였습니다. 극적으로 취업한 직장에서 알 수 없는 과정을 지나 갑작스러운 퇴출을 맞이했고, 극적으로 취업한 직장은 잘 다니고 있지만 대신 약간의 갈등이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 와중에서 코로나19 확진 공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그렇습니다.

올 한해, 장애계의 2020년도 결국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다 잡아먹었다는 것은 우리가 모두 아는 사실입니다. 그것도 무슨 행동 하나를 하려고 해도 비대면으로 하라거나, 행동을 할 수 없다거나, 지원을 받을 수 없다거나 그런 것들의 연속선상에서 계속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해마다 열리던, 저도 참여했던, 장애계 청년 인사들을 발굴하는데 쓸모 있었던 장애청년드림팀도 올해는 열리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국가에서 입국 제한등이 걸리는 등, 국내 활동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 교류마저 차단되는, 전 세계적 비극이었습니다.

심지어 외국의 장애인 당사자들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뉴스를 들으신 분이라면, 더 충격적이었을 것입니다. 사실 제 영국인 자폐성장애 당사자 친구 하나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기적적으로 완치되어 확진 사실과 완치 사실을 페이스북을 통해 들을 수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과거에 이런 일이 있어도 이런 일은 국경을 넘지 않았던 이슈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코로나19는 국경 너머에서도, 전 세계 어디서나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더 큰 충격이라 하겠습니다. 게다가 장애계는 구조적으로 국제교류가 활발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어서 이러한 ‘빈곤’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 봅니다.

제 개인적 삶에서도 힘들었던 일이 많았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비록 비극적으로 떠나게 되었지만, 극적인 올해 첫 취업도 면접에서 처음에는 탈락했다가 ‘전체 성적 2등’이라는 이유로 급히 합류했었던 자리였고, 지금 일자리도 장애인고용공단에서 갑자기 제안이 들어와서 고용 제의를 듣고 나서 고용까지 걸린 시간은 약 5일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주말과 임시공휴일을 끼고 이랬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지, 사실은 3일 만에 결정된 것이었다고 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눈물을 머금은 일도 있었습니다. 장애계에서는 각종 행사 등이 취소되면서 다른 활동이 축소되는 일이 있는 동안, 저는 몇 년 동안 따로따로 모아놨던 600만 원 가까이 채워놔 2022년 영국 여행 비용으로 쓰려던 비용이 이사라는 거대한 변수로 허망하게 사라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쓰고, 거기에 집에 100만 원어치를 꿔주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은 하나씩 있기도 했습니다. 장애계에서는 지난 국회에서는 “먹는 것에요?”라고 물어도 되었던 장애인 비례대표가 지난 4월 총선을 통해 3명이나 등장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눈물겨운 4년’에 대한 거대한 보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장애계 목소리가 국회 바깥에만 있지 않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미 성과도 조금씩 보이긴 했네요!

저도 희망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말에 ‘에이, 컴퓨터 새로 장만해야겠어!’라고 속으로 화를 내던 것이 결국 새 컴퓨터 장만으로 이어졌고, 생활에 불편해서 힘들었던 집이 졸지에 옆 블록의 중형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그러한 고민이 싹 풀렸습니다. 학자금 대출 종결은 작년에 이뤘지만, 그 이후의 재정 프로젝트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국 BBC 아침뉴스에서 진행되는 '수어로 전하는 뉴스' 방송 화면. ⓒ장지용

묵은 때 같았던 이슈도 이제야 끝이 난 것도 있습니다. 장애계에서는 그동안 요구해왔던 지상파 텔레비전 메인 뉴스 시간에 수어 통역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농인들을 중심으로 몇 년간 요구해왔던 이슈였는데, 이제야 해결을 보니 참으로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개인적 생각은 동시통역하기에는 수어통역사 크기가 작으니, 여유가 되면 영국 BBC의 사례처럼 아침 뉴스 정도에서는 수어통역사를 큼지막하게 보여주는 ‘수어로 전하는 뉴스’ 시간을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다고 봅니다.

저도 묵은 때 같았던 이슈가 마무리 단계로 진입한 것이 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기획하고, 2017년부터 집필해서 지난 2월에야 탈고한 자서전이 드디어 지난 18일부터 본격적인 편집 단계에 진입했다고 제 자서전을 출판할 꿈꿀자유 출판사에서 정식으로 메일이 왔습니다. 출간은 내년 2월로 예정되어있는 만큼, 총 5년간의 대장정이 드디어 끝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뉴스는 저를 뿌듯하게 만들었습니다.

올 한해를 어떻게 잘 마무리 지으면서, 2020년을 과거로 보내는 작별인사를 어떻게 표현하려고 생각했는데, 제가 주중 오후 6시만 되면 라디오를 KBS 클래식FM에 맞춰서 이 시간만 되면 방송되는 라디오 저녁 프로그램의 시작 인사말이기도 한 문구에 빗대서 써야겠네요.

“올 한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말이죠.

그렇게 2021년 1월 1일, 올해는 멀리 가지 말고 집 창문 바깥의 동트는 모습을 지켜보도록 합시다.

아, 참! 2021년에도 ‘장지용의 나 스스로 산다’는 계속됩니다. 2021년에도 ‘더 빵 터지게’, ‘더 울림 있게’, ‘더 매서우면서 따스하게’, 그보다 더 중요한 ‘더 장지용적인’ 이야기와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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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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