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진정한 의미의 신용카드가 이제야 생겼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2015년에 생겼지만, 그때는 후불무임교통카드가 곁들여진 복지카드를 신청하는 와중에 신용카드가 따라온 것에 가깝다면, 이번에 생긴 신용카드는 진정한 의미에서 제가 선택하고 제가 필요한 것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신용카드인 것입니다.

기나긴 고심 끝에 만들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동안 매우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신용카드를 만든다는 것이 거대한 모험이었고, 이제야 하나의 고비를 넘기게 되었습니다.

제 신용카드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은 사실 집에서는 몰랐습니다. 비밀리에 추진한 것을 공개한 것은 카드 실물이 도착한 이후에야 그랬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으로 질문도 하고 하소연도 해보고 그랬지만 집에서는 하나도 이 계획안이 추진되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매우 큰 다행이었습니다. 만약 집에서 이 사실을 알았다면 뭐라고 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 신용카드인 '대한항공 카드' 안내 페이지 화면. ⓒ현대카드 해당 페이지 갈무리

이번에 고심 끝에 고른 카드는 최근 TV 광고를 통해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는 새로운 신용카드였습니다. 이 신용카드가 선택된 원인은 단 한 가지,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마일리지 적립 혜택에 확실히 집중한 카드였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해당 카드 업체가 대한항공과 협력으로 출시한 ‘대한항공 카드’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것이 선택된 것은 아버지에게서도 자극받은 것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대한항공, 특히 국제선 탑승 경험뿐만 아니라 여권까지 없을 정도로 해외 출국 경험이 없으신데 우연히 발견된 사실이 아버지 신용카드가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형으로 밝혀졌고, 대한항공에 문의한 끝에 회원 번호까지 있을 정도라는 것을 알고 역설적인 분노를 느꼈습니다.

저는 지난 2018년 장애청년드림팀 사업을 위하여 영국 연수를 갈 때, 대한항공 마일리지 회원 번호를 생성했습니다. 대한항공을 이용해서 영국을 오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긴 마일리지에 맞춰서 이제 확실히 불려서 쓸 생각을 했고, 그래서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형 카드로 선택한 것입니다.

사실 이 카드가 선택되기 전, 다른 카드와 최종 경합을 벌였습니다. 그렇지만 의외의 사실이 밝혀져 그 다른 카드는 탈락했습니다. 신규 발급이 종료되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연히 지금의 신용카드로 최종 낙점되었습니다.

신청을 머뭇거리다 인터넷에 물어본 답을 찾고 결국 카드 설계 사원에게 물어보니 또 이것은 인터넷 신청으로만 받는다고 해서 다시 인터넷 접속을 해서 인터넷으로 즉석 신청을 했는데, 간단한 개인정보 입력을 마치고 5분도 안 되어 최종 생성 승인을 받았습니다. 아마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제 신용정보를 확인했나 봅니다.

그리고 다시 며칠 뒤, 사무실로 카드 배달 사원이 도착하여 드디어 실물카드를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사무실 업무 중 잠깐 시간을 내서 받으니 직원들도 뭐라고 하지 않았고 그냥 받아와서 앱으로 최종 등록 작업을 하니 곧바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제 신용카드는 생긴 지 얼마 안 되어 여러 결제 업무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이제 제가 사들이는 것은 이 카드로만 결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전 신용카드에서 결제하던 정기 결제분을 다시 지금의 신용카드 앞으로 바꿔놓는 작업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결정으로만 중대한 계약을 치르는 것이 가장 큰 모험이라고 하겠습니다. 발달장애인 자신이 혼자서 금융거래를 하고, 계약을 맺고 하는 것 자체가 발달장애인에게는 꼭 이뤄야 할 목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자립생활에 더 가까이 간 제가 신용카드를 겨우 만들었을 정도면 다른 발달장애인들이 신용카드를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울 것입니다. 그나마 제가 학자금 대출 상환 등 신용기록이 많이 있어서 쉽게 만들어졌지, 발달장애인들은 신용거래 기록이 거의 없어서 그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몇몇 발달장애인들을 만나고 왔는데, 그들에게 새로운 신용카드를 장만했다고 말하니까 그들은 조금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모임을 진행한 조력자가 다시 저를 뺀 나머지 발달장애인들에게 “혹시 여러분들 중 지용 씨를 빼고 자기 신용카드가 있는 사람은 손들어보세요! 체크카드는 아니고요.”라는 질문에 한두 명 정도만 손을 들었을 정도였으니 발달장애인에게 신용카드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발달장애인들의 자제력 문제에서 신용카드가 어렵게 될 수 있을 것이고 신용 문제 때문에 신용카드 생성이 어려우리라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번 ‘진정한 의미의 신용카드’ 만들기를 겨우 끝냈다는 점에서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번에 새로 만든 신용카드에는 제가 애칭을 붙여놨습니다. 공식 명칭은 ‘콘스탄티노폴리스 카드‘, 카드회사 전산망에는 ‘콘스탄티노플’이라고 등록했습니다. 과거 로마제국이 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인 옛 비잔티움으로 천도하고 그곳을 ‘새로운 로마’라고 부르는 동시에 ‘콘스탄티노폴리스’, 옛날 세계사 교과서로 배운 사람들은 ‘콘스탄티노플’이라고 배웠던 이름을 따로 붙였던 역사적 사실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처럼, 이제 진정한 의미의 ‘경제적 수도’를 마련해서 앞으로 경제생활의 중심을 이뤄주길 바란다는 소망을 붙였습니다. 이제 진정한 의미의 신용카드인 ‘콘스탄티노폴리스 카드’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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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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