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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에게 무리한 스펙? 말도 안 돼!

때려 맞춘 발달장애인 직업논단-34 '적정 스펙은?'

발달장애인에게 무리한 스펙 요구 결국 '채용 거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10-16 13:59:52
'토익'(TOEIC)이라고 적힌 글자 배열. ⓒ장지용 에이블포토로 보기 '토익'(TOEIC)이라고 적힌 글자 배열. ⓒ장지용
필자가 겪었던 경험이다.

모 대기업 계열사 계약직 직원 공모에서 면접까지 갔는데, 나중에 들었던 회신은 ‘전원 탈락’이었다. 사유는 모두가 영어 성적 미달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영어 성적이 나중에 확인해보니 사실상 장애인을 뽑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점수였다. 바로 토익 850점 이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토익 시험의 만점은 990점으로, 사실상 장애인들이 취득하기 어렵거나, 취득하더라도 과정이 고단했을 점수였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비장애인들에게 토익 850점은 취업의 기본이라고 한다만,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들에게 토익 850점 취득은 거의 말도 되지 않는 수준의 점수 요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발달장애인에게는 이러한 점수가 장애 특성상 나오기 어려운 점수라고 할 수 있기에 그렇다.

발달장애인 고용에서도 가끔 ‘스펙’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발달장애인 취업도 나름대로의 스펙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평가가 있을지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비장애인과 통합해서 일해야 하는 원칙을 보고 스펙을 감안한 채용은 절대 발달장애인을 뽑지 않겠다는 의지의 해석으로 보일 가능성도 있다.

비장애인이 취득하는 일반적인 자격증이라고 해도, 어떤 자격증은 구조적으로 발달장애인의 진입을 거부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자격증도 더러 있다. 대표적으로 의료 계열 자격증 일부는 ‘정신질환’ 이력을 문제 삼는 규정이 있어서 결과적으로 발달장애인의 진입을 봉쇄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발달장애인 고용에서는 스펙을 덜 봐야 하는 채용이어야 할 것이다. 상당수 발달장애인은 그 스펙을 갖추는 것보다 사회생활을 먼저 배워야 하는 상황인 사례가 상당히 많다.

필자가 아는 한 발달장애인은 대학원까지 진학했지만 정작 사회생활 역량에서는 뒤떨어져서, 오히려 해당 부모가 추진한 대구대학교 K-PACE 센터 입학을 했어야 제대로된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었음을 파악할 정도였다. 그 발달장애인이 서울권 대학 진학을 고집했기에 그랬다고 한다. 이러한 것은 결국 스펙 이전에 필요한 ‘진짜 스펙’이 없이 사회로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발달장애인에게도 자격증이 필요한 직종은 있다. 대표적으로 바리스타 직종이 있는데, 이러한 특수 자격이 있어야 가능한 직무가 아닌 이상 일반적인 발달장애인 고용에서는 무리하게 ‘스펙’을 강요한 채용은 있으면 안 되고,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에게 그나마 취업에서 유리한 ‘스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직무 경험과 대학 졸업 정도밖에 없다. 직무 경험이 많으면 취업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대학 졸업자는 적어도 사회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증할 수 있는 증표이기에 그렇다.

그렇다고 해도 대기업처럼 발달장애인 고용에 앞장서야하는 분야에서의 발달장애인 채용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스펙을 최대한 완화해주는 것 정도로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인에게는 대학 졸업장은 볼 수 있어도 학점 제한을 두지 않는다거나, 특정 성적의 제한선을 대폭 완화하는 정도에서도 충분히 발달장애인 채용은 쉬워질 것이다.

물론 중소기업 같은 경우에는 사회생활과 일상생활 유지 등의 조건만 충분히 있어도 발달장애인을 최소한 단순직에라도 채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조건을 대폭 완화해주는 것만으로도 발달장애인 채용의 문은 조금 더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필기시험 같은 특별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면, 발달장애인에게는 과락 면제 등의 조건을 붙이는 것 정도로도 충분하다. 발달장애인의 인지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고려한다면 필기시험 과락 면제 정도로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스펙 파괴 전형’ 등의 도입으로 스펙 요소를 상대적으로 줄이는 채용 트렌드가 벌어지고 있지만, 발달장애인에게는 아직도 스펙에 얽매여야 하는 상황이 가끔가다 이렇게 드러나고 있다.

갑자기 내게 들어온 뉴스 하나가 이것을 바로 보여준다.

장애인 채용을, 그것도 체험형 인턴으로 한다는데 정작 변호사, 노무사 등의 자격증이 가점으로 부여된다는 것이 필자가 봤을 때는 발달장애인에는 사실상 ‘채용 거부’를 완곡히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 모 지역 언론의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스펙을 안 본다는데, 정작 장애인 채용에서는 스펙에 얽매여야 하는 비극이 남아있는 것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맨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으로 다시 돌아와서, 그 구인공고를 중개한 것은 장애인고용공단이었고 심지어 연봉까지 물어가면서 필자에 대한 채용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영어 성적이라는, 그것도 실질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을 붙인 채용이 과연 성공적인 장애인 채용이 될 것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발달장애인은 그렇게 뽑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의 이런 생각을 아는 장애인고용공단 직원이 있었다면, 아마 그 직원은 그 회사에 “그 정도 영어 성적 취득을 조건으로 붙이는 것은 사실상 허위 구인공고로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을 것이다. 안 그래도 그 회사는 필자를 떨어뜨리고 나서도 2번~3번 정도 같은 채용공고를 반복해서 냈다고 한다. 과연 그들이 그들 입맛에 맞는 장애인 인재를 찾았을지는 솔직히 궁금해진다. 최근에도 공고를 냈다 하니 조만간 그들은 다시 공고를 낼 것 같다는 역설적인 실망감이 든다.

그렇다. 발달장애인에게 무리한 스펙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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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 (alv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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