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동시 장애인콜택시나 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운영하는 생활 이동지원차량을 주로 이용한다. 장애인 바우처 콜택시 사업이 시작한 이래 줄곧 이용했으니 거의 7, 8년은 타고 다닌 듯하다.

장애인 바우처 콜택시 사업으로 이동에 대한 물리적 어려움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지만 이용하면서 기사님들에 의한 심리적 상처는 옵션으로 부담해야 했다. 인격적으로 무시당하기도 싫고 그로인해 기사 분들과 언쟁하는 것도 버거워 어느 순간부터 필요한 말 외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당혹스럽고 불쾌한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경험치의 사례도 많고 다양해서 건별로 적는다면 연재 수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부족한 필력으로 전달은 제대로 못하고선 괜히 되살아난 불쾌감으로 필자의 마음만 상하지 않을까 우려감에 그건 자제하고자 한다.

대략적으로 불쾌한 상황의 촉발 원인은 부적절한 지원 시스템과 기사 분들의 태도인 것 같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면서 황당한 경우로 가장 많이 경험하게 되는 것이 시각장애가 있는 필자에게 길을 묻는 경우다. 이동 중인 차안에서 현재 위치도 알지 못하는 데 정말 아무렇지 않게 경로를 묻는다. 물론 구두 상 설명 가능한 부분까지는 설명해드리기도 하는데 그럼 여지없이 "여기서 좌회전 하면 됩니까?"하고 더 디테일한 설명을 요구한다. 시각장애인에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반복되는 질문에 "저 시각장애인이에요."하고 정체를 밝힌다. 본능적으로 목소리에 살짝 짜증도 배어난다.

이러한 상황이 싫어서 도착지 주소를 정확히 알려 드리는데 기사님이 내비게이션 조작이 서투르신 건지 아니면 귀찮아서 그러시는 건지 내비게이션 찍어서 가자는데도 설명해주면 된다고 내비게이션을 작동하지 않으신다. 그럼 또 내 정체를 밝힌다. "저 시각장애가 있어서 설명 못해 드리는 데 내비게이션 찍으시죠."

또 이런 경우도 있다. 출발지에서 예약 차량을 기다리고 있는데 기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자신이 어디쯤에 있는데 그쪽으로 나와 달라는 것이다. 기사님이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설명하고 마침 옆에 도와주시는 분이 계시면 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도 하지만 다짜고짜 나와 달라는 기사 분들의 태도에는 불쾌감을 감출 수 없다.

게다가 항상 누군가가 옆에 있는 것도 아닌데 장애인 그것도 시각장애인에게 차가 있는 위치까지 찾아 나오라니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그럼 또 정체를 밝힌다. "저 시각장애인인데요.".

이쯤에서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진정국면으로 들어가는데 기사님이 한마디 툭 던진다.

"옆에 아무도 없소?"

이렇게라도 묻는 기사 분은 그나마 양반이다. 어떤 기사 분은 "에이씨"하고 그냥 전화를 툭 끊어 버린다.

콜택시를 이용하는 비장애인들도 기다림 없이 집 앞에서 편하게 타기 위해 콜택시를 이용하는데 하물며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의 예약을 자신이 직접 수락하고서는 장애인 이용자에게 화를 내는 건 무슨 경우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활동지원사나 옆에 있는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의 어려움을 돕기 위함이지 기사님의 영업을 위해 장애인 곁에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 하다 보니 한번은 기사님께 여쭈었다. "장애인 콜을 받으면 장애 유형은 표시되지 않나요?"

표시가 없단다. 다만 장애인 콜의 경우는 붉은색 글자로 구분한단다. 그래서 콜센터에 문의하니 장애 유형은 개인정보 상 노출할 수 없는 관계로 출발지 주소 뒤에 '지원'이라는 글자가 들어간단다. 그런데 기사님들은 그걸 모르시는 건지 아니면 외면하시는 건지 모를 일이다.

어쨌든 상황이 이러하면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하든지 아니면 안 보려 해도 안볼 수 없도록 시스템을 조정하든지 이도저도 아니면 기사 분들에게 장애인 이해 및 서비스 교육을 철저히 하든지 궁극적인 대책도 변화도 없이 되풀이되는 기사님들의 태도에 언제까지 인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장애인콜택시는 중증 장애인만이 이용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장애 유형에 따라 이동이나 보행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장애인분들도 이용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이용하는 장애인의 장애 정도가 중증이라는 점을 인지하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장애가 있어도 이쯤은 하더라.' 생각하고 툭툭 내뱉는 말과 행동에 그것조차 못하는 장애인에게는 모멸감을 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비장애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평범한 일상을 당연히 할 수 있다면 장애인으로 불리지 않을 것인데 '몰랐다'는 말이 시각장애가 있는 필자 외에 또 다른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도 자신들의 실수를 합리화하는데 사용될 거라는 생각에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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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칼럼니스트 9년 전 첫아이가 3개월이 되었을 무렵 질병으로 하루아침에 빛도 느끼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상자 속에 갇힌 듯한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나를 바라볼 딸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삐에로 엄마가 되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삐에로 엄마로 살 수는 없었다. 그것이 지워지는 가짜라는 걸 딸아이가 알게 될테니 말이다. 더디고 힘들었지만 삐에로 분장을 지우고 밝고 당당한 엄마로 아이와 함께 세상 밖으로 나왔다. 다시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초중고교의 장애공감교육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2019년 직장내장애인식개선 강사로 공공 및 민간 기업의 의뢰를 받아 교육강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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