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검사에 참여하는 실제 상황. ⓒ EBS <자이언트 펭TV> 실제 화면 갈무리

요즘 MBTI 검사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가끔 성격 유형을 판단할 때 보는 그 유명한 검사인데요. 여기저기서 자신의 검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자신의 성격이 어떠한 스타일인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저도 인터넷으로 검사를 받아봤는데, 제 성격 유형은 ‘ENTJ’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성격 유형을 평가하는 사이트에서 비슷한 성격의 유명 인사와 드라마 캐릭터를 소개했습니다. 결과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 대처 전 영국 총리, 스티브 잡스와 비슷한 성격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주위에서는 예상외의 평가를 받았는데, 자폐성 장애인이 ‘E’가 들어가는 평가를 받은 것은 저를 빼면 거의 없다는 것이 제 친구의 평가였습니다. 자폐성 장애인들도 성격이 다양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MBTI 검사는 은근히 발달장애인에게는 조금 어려운 검사일 수 있습니다. 먼저 발달장애인에게는 ‘중간’의 개념이 부족할 수가 있어서 정확한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검사는 ‘그렇다’와 ‘아니다’도 몇 단계로 나뉘어 있어서 ‘조금’, ‘보통’, ‘확실히’ 이런 식의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일부 발달장애인들은 이러한 검사를 양극단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그렇게 평가하면 평가 결과가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 문제점을 부릅니다. ‘평균’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검사는 평균을 측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 ‘평균값’을 바탕으로 결과가 나오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염려되는 세 번째 부분은 발달장애인들이 지시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면서 응답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의 지시에 적힌 언어표현을 이해하지 못하여서 벌어지는 일도 있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로, MBTI 같은 검사의 구조적 문제이지만, MBTI 같은 검사는 영어로 된 검사를 번역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영어를 배우신 분들은 잘 알고 있으시겠지만, 한국어와 영어는 ‘예’와 ‘아니오’를 판단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한국어는 문장에 따라 판단되지만, 영어는 기계적일 정도로 긍정하는 것이면 무조건 ‘예’, 부정하는 것이면 무조건 ‘아니오’라고 쓰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그 ‘예’와 ‘아니오’를 기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점을 발달장애인들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들도 다양한 심리검사를 받습니다. 장애 상태를 검증하는 검사부터 진로직업 설정을 위한 성격 유형 검사 같은 것이 있습니다. 물론 중요한 검사인 직업 흥미를 파악하는 검사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그림을 사용한 흥미검사를 시행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통일된 규격이 있어야 하는 MBTI 검사 같은 것은 발달장애인에게도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자세한 교육과 설명, 조사 도구의 간편화 같은 보조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장기적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발달장애인도 이해하는 MBTI 검사 시스템 같은 것도 개발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물론 MBTI 같은 검사의 질문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고, 검사 설명 방식과 질문 표현을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맞춰서 재구성하는 정도만 필요합니다.

그 외에도 발달장애인에게 조금 어려울 수 있는 심리검사가 있다면, 바로 일부 기업에서 시행하는 ‘인·적성 평가’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평가는 정답이 없어서 더 힘들고, 저도 인·적성 평가에서 탈락해본 경험이 있기에 골치 아픈 평가입니다. 기업들이 어떻게 이 평가 자료를 가지고 판단하는지 지금도 신기한 시선을 바라보며 궁금해할 정도입니다.

요즘 취업준비생들에게서 들어보니 아예 이 평가를 통과하기 위한 맞춤형 답안 원본이나 사전에 체험해볼 방법 같은 것도 있다고 할 정도로 중요성은 높은데 은근히 함정에 빠뜨릴 수 있는 평가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이 겪는 다양한 검사들이 역설적으로 발달장애인들에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필요해도, 그러한 것을 잘 이겨낼 수 있을지가 걱정입니다. 저는 그나마 다양한 심리검사나 평가를 치를 수 있어서 다행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발달장애인들에게도 친절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평가를 새로 만들 필요는 없고, 평가를 발달장애인에게도 친절하게 수정만 해도 충분히 발달장애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평가입니다.

더 나아가서 발달장애인도 이해할 수 있는 시험평가 결과지도 나왔으면 합니다. 저도 심리평가 결과지를 받아봤을 때, 결론이 뭔지를 겨우 이해했을 정도입니다. 그나마 직관적으로 ‘당신은 특정 유형이다’라는 결론을 누가 설명해주거나, 결과지에 ‘결과지 읽는 방법’이라는 글이 실려있었기 때문입니다.

발달장애인에게도 평가의 연속입니다. 장애 유형이 하필이면 정신적/지적 기능 장애다 보니 그러한 평가가 많은 것에 비장애인도 하는 평가까지 섞이고 그러면 더 복잡한 상황이기는 합니다. 과연 발달장애인에게도 친절한 평가는 언제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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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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