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가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2차 추경안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알리는 모습. ⓒKBS뉴스캡처

코로나 시국이 계속되는 가운데, 약 1개월 전 정부에서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급한다고 발표하기까지, 정부와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국회 간 논란이 있었다.

기재부에서는 전 국민이 아닌 소득하위 70%에 선별적 지급이라는 입장을 냈다. 전 국민에게 주기에는 재정 건전성이 우려된다고 말이다.

미래통합당(이하 미통당)의 경우 총선 전에는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정치적 득실을 생각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기재부와 같은 이유로 전 국민 지급을 반대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총선 당시 전 국민 긴급지원금이라는 공약을 내세웠다. 코로나 시국에 자영업자, 영세소상공인 등 이들의 소득이 줄어들고 삶의 질은 심한 하락을 경험하는 것을 보며, 이들을 국가에서 마지막까지 보호하는 모습을 한 번쯤은 보여주고 싶다는 취지에서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야, 당정 간 갈등이 생기고 결국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며, 긴급지원의 속도를 강조하기까지 해 정세균 국무총리의 부담은 커졌다.

국무총리는 결국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시 자발적인 고소득자 기부가 가능하도록 한다면 정부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내놓아 당정 간 갈등은 해소되었다. 국무총리의 결정에 기재부도 말을 아끼며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에 합의했다.

이후 기재부 홍남기 장관은 이번에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은 한 번뿐이라면서, 다음에도 그런 상황이 오면 100% 전 국민이 아닌 다른 의견을 낼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이번에 쓴 긴급재난지원금은 총예산이 약 13조 정도 되었다. 그런데 정부는 경총을 만나면서 위기에 빠진 기업과 금융시장 등에 100조원 가량의 코로나 경제지원을 약속했고, 부동산 경기부양은 배제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렇게 경기를 부양하면 위기극복과 경기회복은 물론 고소득층과 재벌들에게 지원한 돈이 물처럼 아래로 내려가 서민들도 위기에서 벗어나 더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정부와 기재부, 경제계에선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서민들이 위기에서 벗어날 것 같지 않다.

낙수효과 허구 관련 이론을 간단 설명하는 모습. ⓒKBS뉴스캡처

신자유주의 첨병의 중심인 국제통화기금 IMF에서 5년 전 1980~2012년까지 32년 동안 전 세계 159개국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소득 상위 20%의 소득이 1% 증가 시 경제성장률은 거꾸로 0.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1% 증가 시 5년 동안 경제성장률은 0.38% 증가했다.

이 결과는 낙수효과와는 전혀 거리가 먼 결과인 것이다. 낙수효과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가정은 극소수의 부자들이 과도한 몫을 챙기는 경우라도 사람들이 떨어지는 낙수만을 바라보며 자기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선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실제로는 부자들이 과도한 몫을 챙기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어 일에 대한 의욕을 잃고, 결국에는 일하지 않으면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모두 공멸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는 경제학자들의 설명이 지금 현실에 더 맞아들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이재명 경기도 지사도 “법인세 인하하면 투자와 고용이 늘어 국민 가처분 소득은 증가하고 경제는 활성화된다는 낙수효과는 투자금 부족을 겪었던 과거에는 진실이었으나 수요 부족으로 투자금이 남아도는 지금은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라며 낙수효과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있다.

5년 전 IMF의 연구결과에서 시사하듯 법인세 인하나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대신 국민들 호주머니를 불리는 식으로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게 지금으로서는 더욱 필요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홍남기 기재부 장관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아닌 다른 방안을 고려할 것 같다는 말은 오히려 반복지 정서를 만드는 말이 아닌가 싶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 위주로 지급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세금을 내면 자기한테로 돌아오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게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있다. 더군다나 자본주의 사회이고 ‘give and take’가 강조되는 세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부유층의 경우 세금을 냈는데 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금을 자신이 받지 못했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그 당사자는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같은 제도 시행에 반대할 것이며 사회에서는 반복지 정서가 형성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할 것이다. 따라서 재난지원금 지원대상은 전 국민이어야 하고 그게 맞다.

긴급재난지원금의 목적이 국민의 생계안정과 소비 진작이라는 건 누구라도 알 거다. 그런데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시작되어 전염병이 장기화될지도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진짜 1회로 한다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생계, 경제적 사정은 일시적으로 나아질 뿐이지, 장기적으로는 나아지지 않는다.

코로나19 긴급재난 빈곤층의 생존권 보장 마련 토론회 모습. ⓒ뉴스민 LIVE캡처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에도 허점은 있다. 일단 지원금액이 장애 여부를 막론하고 1인 가구 40만 원, 2인 가구 60만 원, 3인 가구 80만 원, 4인 가구 100만 원 등 일괄적으로 지급된다. 그런데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이 소요된다. 추가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결국엔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겐 차별기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관련해 부양의무를 적용받는 장애인 가구 등의 사각지대의 경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이 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부양의무제 폐지가 정말 중요함을 다시 한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장애 여부를 막론하고, 노숙자의 경우 노숙지와 마지막 주민등록지가 다른 경우나, 스마트폰/휴대폰이나 신분확인을 위한 공인인증서가 없는 경우에도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에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공인인증서는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는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에 대한 접근성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분증 분실 시 어떤 것들로 대체하면 지원금 신청이 가능한지에 대한 안내조차 하지 않는다. 지원금 신청대상 기준이 가구이다 보니 출생·사망·혼인·이혼 등의 가족관계 변경 사항이 반영되지 않았을 경우도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따라서 긴급재난지원금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장애인의 욕구와 환경 및 필요도가 고려된 ICF기준이나 장애인 가족의 욕구를 반영한 추가급여를 긴급재난지원금에 반영하고, ▲부양의무자 기준폐지 등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 지원금 신청이 가능하도록 인터넷 접근이나 휴대폰 이용이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 현금 직접 지급 등 신청방법을 상시 개방함은 물론 신청수단에 대한 선택지를 마련하고, ▲신청자 필요에 따라 신청할 수 있는 제도의 유연성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신청했던 하나카드 재난지원금 관련 안내문. ⓒ이원무

그런데 건강보험 등의 보장률이 높지 않고 전 국민 고용보험이 아직은 아닌 등 사회보장 안전망이 견고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은 액수까지도 충분하지 않기에 모든 국민의 안정된 경제적 생활을 보장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그렇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은 무조건성, 보편성, 충분성을 가지며 전 국민에게 월 단위로 지속 지급하는 기본소득의 형태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오히려 국민들이 그 소득으로 대기업 등이 생산한 물품 등을 살 가능성이 증가하고, 기업 매출이 올라가 경제성장률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난 상황에서 지급한 기본소득은 후에 재난여부와 상관없이 기본소득으로 정착돼, 전 국민 소득 보장으로,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견인차 역할을 했으면 한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정도의 액수로 지금의 지원금보다 높아야 함은 물론이다.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등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높이고,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가는 노력 등을 통해 사회보장 안전망을 강화하는 노력도 정말로 필요함을 말하고 싶다. 사회보장 강화 없는 기본소득만의 도입은 오히려 소득재분배 효과가 미미하거나 역진적 소득분배로 갈 수도 있기에 그렇다. 사회보장 강화까지 할 때 국가가 전 국민의 생계를 책임지며 보장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려면 예산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산 무기 구입 줄이는 식으로 국방비를 절약하고, 대기업과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예산을 조금 더 줄이고, 국회의원들의 월급을 줄여 의원들의 특권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내리는 노력과 약간의 국채발행 등을 해야 기본소득과 사회보장 안전망 강화를 위한 예산이 마련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제한하라는 말을 의원 당사자들이 들으면 반발할 의원들이 분명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쩌면 현실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72년 동안 의원들은 국민의 삶이 어떻게 되든 말든 정치적 잇속에 따라 움직였기에 국민들은 의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면 의원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는 취지의 국민소환제를 요구하고 있을 정도다. 특권을 제한하라는 것은 국민으로서 당연한 요구이니, 21대 국회의원들이 일을 제대로 했으면 한다.

또한, 국방비 과다지출은 복지와 서민들의 삶을 증진하기 위한 예산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기에 이 비용을 줄여 복지예산을 늘렸으면 하는 생각에서 얘기했다.

낙수효과로 경제성장률을 높여 서민들의 삶이 좋아질 것이란 생각은 지금 이 시대에 맞지 않으며, 헛된 망상이다. 정기적인 기본소득으로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채워 경제를 살려야 하고 여기에 사회보장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까지 차분히 해나가는 노력을 더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정부와 기재부의 발상 전환을 촉구한다.

그나저나 2주 전에 받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필요한 책을 사거나, 배고플 때 외식하러 가야겠다. 최대한 잘 활용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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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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