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어린이처럼 싱싱한 어린이날 만난 나무. ⓒ최순자

올해로 제98회 어린이날을 맞았다. 어린이날을 제정한 소파 방정환 선생은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 자라나는 미대 세대인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걸었을 터이다.

소파는 어린이날을 제정하면서 ‘어린이 공약 3장’을 발표한다. “어린이들을 인격적으로 대하자. 어린이들에게 노동을 시키지 말자.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배우고 놀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자.”였다.

어린이를 위한 공약을 선언한 지 10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건만, 지금도 이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 처한 장애아동은 더할 나위 없다.

위 세 가지 공약 중, 인격적으로 대하자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 생각한다. 어린이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나머지 두 가지는 자연스럽게 지켜지리라 보기 때문이다.

인격적으로 대한다는 것은 ‘존중’한다는 의미이다. 나는 미래 교사가 될 학생들이 졸업 후 교사로 근무할 때 꼭 새겨야 할 말을 한 단어로 해달라고 부탁하면 “존중입니다.”라고 말한다. ‘존중’이라는 단어를 양쪽 가슴에 품으라고 당부한다.

김원영 저,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표지캡쳐

지체장애 김원영 변호사는 저서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에서 “존중은 개별자로서 그 사람을 대우하고 승인한다는 의미이다.”라고 했다. 인간은 누구나 각자의 고유성과 독특성을 지닌 존재이다. 그 자체를 인정하고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장애를 가진 삶은 생리적 고통이 수반되고, 일상에서 많은 불편을 겪으며, 타인의 혐오나 배제를 겪기도 한다는 점에서 ‘잘못된 삶’을 규정하는 대표적인 경험의 집합이라고 말해도 좋다.”고도 했다.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잘못된 삶’은 결코 아닐 터이다. 그런데도 ‘잘못된 삶’으로 규정하는 대표성을 갖는다는 말은 아프기도 하지만, 슬픈 우리의 자화상이다.

어린이들이 존중받아야 함을 선포한 어린이날이다.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들의 고유성과 독특성을 인정해 줘야 한다. ‘잘못된 삶’이 아니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 변호사는 자신의 삶을 수용하고 변론을 시도하는 모든 순간에 가족, 특히 어머니가 있었음 고백한다. 일화로 변호사 시험을 치던 날, 어머니가 기숙사로 찾아와 소고기를 구워준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린이날 만난 엄마와 아이. ⓒ최순자

모든 장애아동에게 이런 존재가 있어야 한다. 가족, 이웃, 사회, 국가가 일부분을 맡아주면서, 울타리가 돼 주어야 한다.

“잘못된 삶이란, 착하지 않거나 나쁜 짓을 저지른 삶이 아니라 존중받지 못하는 삶, 하나의 개별적 존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격당한 삶이다.”라고 한 김 변호사의 말을 기억하며, 단 한 명의 장애아동도 실격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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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자 칼럼니스트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을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심리, 발달심리, 부모교육 등을 강의하고 있다. 상담심리사(1급)로 마음이 아픈 아이와 어른을 만나기도 한다. 또 한 사람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애착형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부모교육 강사로 이를 전하기도 한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에 관심이 있다. 세계에서 장애통합교육을 잘하고 있다는 덴마크, 싱가포르 학자 외 일본, 헝가리, 인도 학자들과 국제연구를 한 적이 있다. 아이 발달은 아이들이 가장 사랑받고 싶은 대상인 부모 역할이 중요성을 인식, 박사논문은 아이발달과 부모 양육태도와의 관계에 대해 한국과 일본(유학 7년)을 비교했다. 저서로는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 역서로는 ‘발달심리학자 입장에서 본 조기교육론’ 등이 있다. 언제가 자연 속에 ‘제3의 공간’을 만들어,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으며 글 쓰면서, 자신을 찾고 쉼을 갖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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