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수많은 ‘신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경제성장’이라는 신화, ‘과학 기술 발달’이라는 신화.... 신화란 절대적이고 획기적인 업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표현으로 쓰입니다. 대중 매체룰 통해 의도적으로 만든 이야기라는 인상이 강한 것이 사실이지요.

저는 조금 다르게 해석하고 싶습니다. ‘신화’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바람을 모은 것! 사람들이 무언가 하나에 가치를 두고 그것을 공유하면 사회 속에서 ‘공동의 환상’이 만들어지는데 그 시대의 공동의 환상을 ‘신화’라고 정의하겠습니다.

국내 최초! 발달장애화가와 기업이 이루어낸 사회적 가치가 빛나는 ‘신화’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라는 단어에는 불가능의 의미도 포함시켜 암묵적으로 동의해 왔다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요? 불가능이라는 짙은 선입견으로 발달장애인들의 사회 활동의 기회가 배제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아직도 이 사회는 모르고 있나 봅니다. 발달장애인의 능력은 결손, 결여가 아닌 우리와 ‘다른 조건’에서 ‘다른 감각전달체계’로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그중 발달장애인의 두드러지는 고유한 특질인 시각적 정보저장의 탁월함이 발현되어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발달장애화가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존재하고 있는 인간의 고유한 본성으로 학습되지 않은 자유로운 색채와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는 욕심 없는 선들로 그려낸 발달장애화가들의 그림은 현대미술 시장에서 세계적으로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발달장애화가들의 예술 활동은 단발성 전시나 아트상품을 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 조차도 발달장애화가들에게는 쉽지 않은 기회임은 분명합니다.

저는 제 아들이 발달장애 청년화가로 활동 중이고, 같이 마음을 모은 5인의 발달장애 청년화가들과 <아르브뤼 코리아>라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이 청년작가들의 그림이 경제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를 확장하고자 이런저런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대표로서 다섯 작가의 포트폴리오를 들고 동행서주하는 옛날 사람 방식의 영업전략(?)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속내를 털어놓겠습니다. 그래도 감사한 일은 우리 오!(5)작가들의 개성 있는 그림 풍을 인정해 주는 주변 선생님들과 선배들과 가능성의 기회를 열어주시는 공공기관 관계자 분들의 격려로 조금씩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아! 서두에 표현한 국내 최초 ‘신화’이야기가 늦었네요.

제가 일전에 에이블뉴스 칼럼에 서초구청의 앞서가는 예술 행정의 예로 발달장애화가 작품을 렌탈 전시사업으로서 지자체 최초의 성과를 소개한 글이 있습니다.

그 칼럼을 읽은 로보케어 기업의 송상수 이사라고 밝힌 관계자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발달장애화가들의 작품을 사내에 렌탈 전시하고 싶다는 내용을 보고 놀란 토끼 벼랑 바위 쳐다보듯 모니터만 째리며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지요.

로보케어 김덕준 대표와 작가들. ⓒ로보케어

이렇게 국내 최초! ‘신화’는 “로보케어”의 현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로보케어(www.robocare.co.kr, 대표 김덕준)는 2012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1호 기술 출자회사로 설립되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미국 타임지 선정 세계 50대 발명품 9위의 영예가 있는, 기술력 인정받는 인재들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육용 로봇, 바리스타 로봇, 아이스카빙 로봇 등의 특정시장에 최적화된 로봇을 시작, 현재 사회적 약자의 편익성에 기여하고자 치매 예방과 어르신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는 목적의 로봇을 개발하여 전국 치매안심센터 37개소에서 대활약 중입니다.

로보케어 김덕준 대표는 로봇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미래 핵심기술이라는 확신으로 휴머니즘을 강조한 로봇기술로 사회적 약자의 편익성을 확대하고 더 나아가 사회와 국가에 우리 모두의 가치를 기여한다는 신념으로 회사의 미래를 설계한다는 설명을 들으니 ‘기업시민(의식)’을 선두에서 실천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 이름 속의 ‘케어’는 간호, 간병, 마음의 치유라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 ‘신뢰’를 쌓는 서로의 배려심에 입각한 ‘살기 좋을 사회’를 이루려는 대표의 사회적 가치 비전이겠지요.

‘살기 좋을 사회’라고 하니 문득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말이 생각납니다. “살기 좋은 사회란 배려와 정의가 있는 사회”라고 했던가요? 로보케어 김덕준 대표와 조지 오웰이 말하는 배려와 정의는 사법적 해석이 아니라, 친절(hospitality)에 뿌리를 둔 ‘윤리’에 가까운 것이라고 제 나름대로 정의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신화’의 일등공신, 로보케어 송상수 이사의 말을 옮겨봅니다. “발달장애화가의 작품을 사내에 전시하는 렌탈 사업에 함께하는 이유는 발달장애화가들이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인재로서의 가치를 부여하며, 더불어 우리 사내 동료들이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나 차이를 인식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작품 렌탈 전시를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로봇을 개발하는 회사라고 해서 숫자적 계산에 능한 이공계의 적막한(?) 사람들일 것이라는 애당초 생각은 사라지고, 저와 같은 근거 있는 희망을 조합해 갈 수 있는 새로운 유대가 열린 것에 무한 감동, 감탄, 감사 중입니다.

현재 여타의 기업의 메세나 활동은 자금을 내는 쪽과 받는 쪽이라는 단순한 관계로 돈을 내는 기부라는 행위의 의미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느낌은 아마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이번 로보케어는 발달장애화가들과 이 사회의 공통의 과제를 함께 풀어가는 상생의 관계로 경제적 인재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기업의 파트너쉽으로 구축한 것이라고 설명하겠습니다.

로보케어와 이르브뤼코리아 작가. ⓒ김은정

우리 아르브뤼코리아 시회적협동조합 5인(금채민, 김기정, 이규재, 이다래, 정도운) 작가들도 파트너쉽을 발휘해서 자칫 작가 풍이 다른 그림들의 산만함이 작품 감상에 방해될까, 작품 사이즈를 통일하고 질 좋은 재질로 맞춤 제작한 캔버스로 따끈한 신작에 14일간 밤낮을 집중하며 심혈을 기울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제 그림예술은 인간과 사회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그림이라는 단어는 단지 미적 의미만을 뜻하지 않고 일정한 과제를 해결해 낼 수 있는 숙련된 ‘효용적 기술’이기 때문이지요.

이 ‘효용적 기술’인 그림예술이 기부 차원의 베푸는 시혜로 인식될 것이 아니라, 정당한 경제적 노동력으로 인정받아 사회적 유대 관계에 일조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했던 제 바람이 로보케어의 선진적인 기업시민의식과 함께 ‘신화’가 되어 발달장애화가들의 미래에 힘이 되었습니다.

휴머니즘을 장착한 ‘로봇’이 ‘케어’하는 문화전략, 발달장애화가의 작품을 렌탈 전시하는 국내 최초를 스타트한 로!보!케!어!처럼 발달장애예술인들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발휘되는 무한 가능성에 기업들은 눈 뜨길 강조합니다.

발달장애화가들이 너머 너머를 보고, 느끼는 천리안적 예술 감각은 분명 건설적인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에너지를 생성해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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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칼럼니스트 발달장애화가 이규재의 어머니이고, 교육학자로 국제교육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본능적인 감각의 자유로움으로부터 표현되는 발달장애예술인의 미술이나 음악이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가치로 빛나고 있음을 여러 매체에 글로 소개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며 장애인의 예술세계를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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