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챙겨보고 싶은 것은 참으로 많습니다. 평소 제가 야구팬이다 보니 ‘이 이야기는 우리 팀 이야기야!’라는 탄성을 짓게 만드는 <스토브리그>(SBS)를 비롯해 놀러 가기 전 잠깐 참고하고 볼만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MBC Every1), 지인의 직업이 하필 해당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직업(항공 승무원)과 같기 때문에 더 궁금해지는 <비행기 타고가요 2>(채널A) 같은 텔레비전에서 볼거리는 많습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재미있게 보는 유튜브 채널은 EBS <자이언트 펭TV>, 즉 펭수와 ‘나다’와 ‘니들’을 앞세우며 한국인을 풍자하는 동영상 시리즈로 인터넷을 평정한 러시아인 유튜버 ‘소련여자’ 시리즈를 챙겨보고 있습니다. 거기에 넷플릭스로 제공되는 영화, 드라마, 각종 TV 프로그램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볼거리 천국’입니다.

저는 시간이 비어있을 때 이런 TV 프로그램부터 시작해서 넷플릭스 오리지널까지 다양한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때웁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유료로 서비스하는 대신 합법적으로 다운로드 할 수 있는 네이버 서비스인 ‘네이버 시리즈’까지 찾아내서 그것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발달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어디에 있느냐?”에서 문제는 생깁니다. 발달장애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간혹 있고, 발달장애인 정서상 어울리지 않는 장면도 여과 없이 방송되곤 합니다. 예를 들어 트라우마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 폭행 장면 같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트레이드' 라는 단어가 등장하자 이해를 돕기 위한 자막을 삽입한 장면 ⓒSBS <스토브리그> 실제 화면 갈무리

거기에 비장애인에 맞춰진 방송 난이도 때문에 쉬운 설명을 하는 영상 매체도 찾기 어렵습니다. 가끔 전문용어가 언급될 때 자막으로 간단한 설명을 하는 케이스가 있기는 하지만요. 제가 최근에 본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주제가 주제다 보니 야구 용어가 에피소드마다 계속 나옵니다. 그래서 야구를 잘 모르는 시청자를 위해 자막으로 해당 야구 용어의 뜻풀이를 띄워줄 정도입니다.

그나마 이 정도면 다행입니다. 발달장애인 시청자들에게 영상을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어려운 단어, 발달장애인 정서에 맞지 않는 콘텐츠 구성, 이해하기 어려운 콘텐츠 내용 등. 쉽게 말해 발달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영상 콘텐츠는 극히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저 정도야 그나마 인지 능력이 좋기 때문에 비장애인 수준의 영상을 시청해도 별 무리 없지만, 다른 일반적인 발달장애인들이 과연 영상 콘텐츠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요? 개인적 평가는 ‘조금 아니다’ 정도입니다. 발달장애인 시청자를 배려한 영상 구성 같은 것을 찾기는 현재로서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최근 시도되고 있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영상 콘텐츠를 봤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걸립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구미를 결국 당길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콘텐츠 내용이 대부분 ‘가르쳐 들려는 것’ 위주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여러분도 교양 프로그램 그렇게 잘 안 보시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발달장애인 대상 쉬운 영상 콘텐츠는 대부분 교양 프로그램 위주입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해 재구성한 시중의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은? 없습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스포츠 중계방송은? 이것도 없습니다. 여기가 바로 우리가 의문을 제기할 지점입니다.

발달장애인을 가르치려는 주위의 태도가 문제입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오락프로그램,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EBS <자이언트 펭TV>도 원래는 초등학생 대상 콘텐츠였다가, EBS의 프로젝트 전환으로 대중 오락콘텐츠로 변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교회에 출석하는 초등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요즘 초등학생들도 펭수를 다 알고 좋아합니다. 이제 뽀로로가 유치해졌다는 말은 덤이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발달장애인을 위한 오락프로그램 개발이나 드라마 재구성 이런 것이 성공하지 말라는 것은 없습니다. 콘텐츠를 어떻게 짜느냐에 답이 달린 셈입니다. 문제는 콘텐츠 구성이지, 방법은 많다는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해 만들었던 것이 대중적 성공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발달장애인 시청자의 영상 콘텐츠 소비 패턴도 교양프로그램은 뒷전에 있습니다. 그런데 생산하는 것은 대부분 교양프로그램 위주입니다. 대단한 불균형입니다. 발달장애인도 자기 나름대로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을 보고 싶지, 발달장애인을 위한 콘텐츠가 가르치려는 것만 있으면, 과연 발달장애인을 위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발달장애인 무시한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영상 콘텐츠 제작 패턴이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콘텐츠가 일단 ‘재미있어야’ 합니다. 즉, 재미있으면 구미가 당기니 당연히 볼 것 아닙니까? 실제로 소소한 소통과 시청자미디어재단과의 협력 프로젝트로 개발된 버전 중에서는 재미도 나름 있었던 버전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시사회 결과 호응을 받은 영상도 꽤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재미있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 영상에서 출연한 발달장애인이 연기를 잘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남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발달장애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한 ‘효과성’이 있어야 소위 말하는 ‘가성비’가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모방행동의 우려를 적당히 제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콘텐츠가 긍정적 모방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일부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발달장애 자녀의 미디어 시청 지도 내용이 모방을 감안하지 않고 지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대상 영상 콘텐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 흥미에도 적합하고, 긍정적 모방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하는 효과성이 있어야 합니다. 무작정 가르치려는 내용은 말고요.

그래서 우리는 질문합니다. 볼거리 천국에서 발달장애인은 무엇을 봐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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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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