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97년부터 현재까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입사하여 생활지원 교사로 근무할 때 그때는 보육사라고도 했고, 보모라는 이름도 종종 듣기도 했던 때입니다.

성인 중증 지적장애인 7명과 한방에서 24시간을 계속 살았고, 휴가는 한 달에 2박 3일 그나마도 제가 휴가를 가게 되면 옆방 직원이 내 방의 이용자들을 함께 지원해야 해서 서로 번갈아 휴가를 가게 될 때의 부담감이 생겼었죠. 휴무는 별도로 없었습니다. 지원자가 별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저는 장애인들과 시설에서 같이 가족, 식구가 되어 살았습니다. 샤워실도 그때는 별도로 없어 2방, 혹은 4방에 하나씩 구비되어 있었고, 번갈아 가며 목욕을 지원했었습니다.

세탁기도 한 층에 1대 정도 구비되어 있어 7명의 옷을 빨고 널고 하는 것이 하루의 일과 중에 중요한 일과였습니다.

남자이용자가 전체 이용자 중에 70%를 차지했었으나 직접서비스를 지원하는 직원은 전체가 여자였습니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남자들은 근무를 꺼려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더라고 우리는 함께 움직여야 했습니다. 제가 지원해야 하는 장애인은 7명이었으니...함께 영화 보러 가고 함께 옷 사러 가고 함께 소풍가고...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01년 지원교사 2배수 지원과 국가의 책임 있는 운영을 위해 대규모 집회가 있고 난 후 직접서비스 인력이 증가되어 휴가나 휴무를 어느 정도 보장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장애인복지법 개정, 최저서비스 기준마련,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 공공후견인 제도도입, 장애인거주시설 중앙환원, 장애등급제 폐지 등을 통해 이용자의 인권의 강화, 그리고 2020년 현재 지자체별로 준비하는 장애인의 탈시설을 향한 계획과 준비들...

이러한 변화를 현장에서 직접경험하면서 잘 변화되어 가고 있다. 더 빨리 제도가 현실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어느 한 계기(도가니사건)로 이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를 위한 이슈를 만들어 냈고, 그리고 대대적인 장애인인권보장을 위한 인권침해 예방 등의 전수조사, 2차 실태조사 등을 실시하게 되죠.

그리고 전체 장애인시설에 인권지킴이단 운영을 의무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고, 지금도 정기적으로 인권이란 이름으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용자들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운동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설을 탈출하는 방법” 이라던가, 탈시설이란 용어로 인해 탈시설만이 이용자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하나의 방편쯤으로 생각하는 여지들이 있어 현재 시설에서 지원하고 있는 사람으로는 무엇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시설에 있는 장애인, 집에 사는 장애인 할 것 없이 어느 조직이나 집단, 사회에서 마땅히 법을 어기고 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운영하는 곳과 개인들은 엄격한 잣대로 평가하고 응당 받아야 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그 조직이나 집단을 다 적폐로 몰아세우는 형태는 지양해야 합니다.

썩은 것을 잘라내고 새순이 자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장애인시설이 보편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나 법집행들은 쌍방간의 서로 이해가 되는 선에서 진행이 되어야 합니다. 그 안에는 이용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이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찬성하고 지지합니다. 장애인 당사자가 살고 싶은 곳, 살고 싶은 방식대로 살 수 있도록 지원적 요소가 분명 마련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를 실천하는 방법에서 이들을 배제하고서 생각하는 집단이기주의를 버리고 왜 이러한 정책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마치 “나의 생각과 판단만이 옳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 안에 장애인을 배제하는 행위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탈시설만이 답”이다, 혹은 “지역에 장애인이 사는 것은 절대 안돼”라는 생각보다는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함께 해야 하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 당연한 권리를 빼앗긴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권리를 돌려주는 것을 전제로 장애인을 중심으로 하는 자립정책, 지역사회중심의 복지서비스를 포괄적인 개념에서의 고민하고 실천 가능한 지원체계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앞에서 말한 일련의 변화의 흐름과 과정들 속에서 현장에서 느끼는 씁쓸함은 이 안에 어떠한 정책이나 제도는 생겨났으나 이용자는 없다는 것입니다.

처음 인권전수조사를 받을 때 시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범죄인 취급하듯 질문하는 태도, 언어, 행동들 이러한 모습들로 조사원들은 시설을 방문했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이용자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습니다.

인권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방법으로 인권침해를 하고 있는 격이 된 것이죠. 현재 탈시설, 커뮤니티 케어, 지역사회중심의 자립지원을 바라보는 현장은 이용자 중심의 실천적인 방법에서 이 해답들을 찾아가야 합니다.

탈시설만이 초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커뮤니티케어에 초점을 두고 진행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장애인 복지가 지금까지도 많은 변화, 급변하고 있으나 늘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당사자의 목소리입니다.

이들을 둘러싼 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있겠지만, 내가 속해있는 현장에서 장애인이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사회에 참여가 자연스럽게 될 수 있고, 지역주민들과 어울리며 자신들의 생각과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많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몰아 서로가 서로를 타파해야 한다는 생각을 접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었으면 합니다.

현재 지체, 지적장애인 등을 위한 거주시설에서 근무하는 저는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현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계획하고 진행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고, 그 답은 지역, 곧 마을을 중심으로 장애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질문을 던졌고 마을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이 계속 진행이 된다면 장애인들의 생활이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애인들이 지역에서 지역주민으로 살아가는 것, 실천현장의 목소리를 하나씩 풀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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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1997년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쌓인 시간만큼 실수도 많이 하고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이 시간을 잘 참아주고 오래 기다려온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가고 싶은 한 사람입니다.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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