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에 대한 주간활동 서비스 정책이 시작되었다. 물론 현재는 도입 초반이기 때문에 100% 적용할 수 없으며, 앞으로 정책적 수정이나 보완은 필연인 것은 맞다. 역사는 시행착오 없이는 진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정책의 결정적인 문제점은 ‘직장생활을 하는 발달장애인은 신청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낮 시간에 노동을 하기 때문에 그러한 원칙이 적용된 것이라고 하겠지만, 다른 문제점이 여기에 있다. 바로 ‘업무 후’와 ‘주말 낮’에 대한 지원은 이에 따라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 노동자의 ‘업무 후 생활’이나 ‘주말 생활’ 문제는 또 다른 문제다. 발달장애인 노동자들의 이른바 ‘여가 생활’을 비장애인과 똑같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는 철저히 주중 낮을 전제로 설계된 개념이기 때문에, 발달장애인 노동자들에게는 차별의 소지가 있다. 일부 발달장애인은 하루 4~6시간 노동 때문에 낮 시간이 하루 8시간 기준 2~4시간 비어있게 된다.

하루 8시간 노동을 한다고 해도, 그 업무 후 생활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를 발달장애인 스스로 설계하는 것은 힘들다. 발달장애인 노동자들의 ‘품격 있는 업무 후 생활’을 하는 사례는 보기 드물기도 하고.

그리고 주말 생활에서도 많은 미디어에서는 주말 생활에 대한 각종 정보를 쏟아내고 있지만, 그 주말 생활을 어떻게 즐겨야 할지를 제대로 구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주말 생활은 ‘비어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업무 후 삶’이나 ‘주말 생활’도 발달장애인의 생활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발달장애인 노동자도 손가락 빨고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의 의미 있는 낮 생활’이라는 구호에 무언가가 빠진 느낌이 들 정도이다. 발달장애인들이 낮 시간에 노동한다고 손 쳐도, 업무 후나 주말에는 의미 있는 생활을 하지 말라는 뜻인가?

발달장애인들에게 “뭐 하고 싶냐?”라고 물어볼 수 있을 것이고 그 답은 일률적인 답안지가 절대 아닐 것이다. 발달장애인 노동자도 엄연히 자신의 ‘의미 있는 비어있는 시간’을 즐길 권리가 있다. 그러한 욕구를 무시하고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는 발달장애인 노동자에게는 아무런 쓸모 짝에도 없는 ‘빛 좋은 개살구’형 정책으로 전락했다.

발달장애인 정책 설계자들이 발달장애인 노동자의 ‘비어있는 시간’은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정책을 설계한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발달장애인 노동자들은 비어있는 시간을 의미 있게 활용하고 싶은데, 그런 것을 채워준다는 정책에서는 빠져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 노동자들의 ‘의미 있는 비어있는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책적 방향은 올바르나 디테일한 것에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만 발달장애인 노동자에게 주간활동 서비스를 업무 후 시간과 주말시간에 적용할 수 있다고 해도 활동지원 시간 차감 방식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노동이 가능한 발달장애인 상당수는 활동지원서비스의 필요성이 낮거나, 다른 방식의 활동지원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있다.

필자조차도 일상의 신변처리나 사회생활까지도 혼자서 다 할 수 있다. 자립생활 후 주거관리 등 일부 생활기능은 부족하기 때문에 완전한 자립생활 실현 후 그 ‘일부 생활기능’에 대한 활동지원을 받고 싶지만, 현재의 활동지원서비스로는 이것을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개인별예산제도의 지지자이기 때문에, 개인별예산제도 방식으로 발달장애인 노동자의 ‘의미 있는 비어있는 시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발달장애인 노동자 개별 욕구에 맞춰서 그 예산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입장이다.

이미 발달장애인법상 개인별지원계획 규정이 있으므로, 이러한 것을 확대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2020년부터 도입되는 ‘국민배움카드’, 이미 진행 중인 ‘문화누리카드’ 등의 정책적 연결 방법도 많이 있기 때문에 별도로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은 그렇게 힘들지 않다. 별도의 예외규정이나 지원 한도액 증액, 지원대상 확대 방식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의 전제에는 발달장애인 고용 활성화의 개념을 일부 무시한 것도 있는 정책적 오류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발달장애인 노동자들은 ‘의미 있는 비어있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지원 대상 발달장애인’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데도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 문제는 그 ‘적용 시간’이 언제인가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발달장애인의 의미 있는 삶을 구호로 내건 정책이 정작 자신들의 전제조건 바깥의 발달장애인의 의미 있는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이렇게 생겨버렸다. 발달장애인 사회구조는 변화하고 있는데, 발달장애인 정책이 일부 변화하는 발달장애인 사회구조를 따라가지 못한 것은 정책 실패의 요소가 있다. 발달장애인 노동자들도 ‘의미 있는 삶’에서는 똑같이 발달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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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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