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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의미 없이 한 행동, 시각장애인에겐 큰 상처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 제발~"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3-29 14:42:31
권순철 칼럼니스트의 전신 ⓒ 권순철 에이블포토로 보기 권순철 칼럼니스트의 전신 ⓒ 권순철
시각장애인으로 살면서 공통으로 겪는 일 몇 개가 있다.

그중 한 가지만 꼽자면 비시각장애인과 동승한 자리에서 시각장애인에겐 말을 걸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시각장애인의 지인이라면 절대 행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시각장애인을 잘 모르는 비시각장애인들은 종종 그런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머리카락을 다듬기 위해 활동지원사와 함께 집에서 가까운 미용실을 방문했다.

보통 미용실에 가면 머리를 어떻게 다듬을 건지 물어보는 게 일반적인 과정이라 글쓴이는 그 과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데 내 머리카락을 다듬을 미용사가 나 아닌 활동지원사에게 “어떻게 머리를 잘라드릴까요?”라고 묻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물론 이런 일을 처음 겪은 건 아니지만,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난 묘한 자괴감에 빠지고 만다.

분명 머리를 다듬을 사람은 나고, 옷을 사야 할 사람도 나이며, 진료를 받아야 할 사람도 나인데 나에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않는 건 나의 정체성을 그가 인정하지 않아서 아닐까?라는 의문부터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쓴이는 비시각장애인들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길래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SNS에 질문을 던졌다.

해당 게시글이 담긴 칼럼니스트 권순철씨의 페이스북 화면 캡처 ⓒ 권순철 에이블포토로 보기 해당 게시글이 담긴 칼럼니스트 권순철씨의 페이스북 화면 캡처 ⓒ 권순철
질문을 해 본 결과 비시각장애인들은 “무심코 의미 없이 한 행동일 것”,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생긴 일”. “활동지원사와 시각장애인이 좀 더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각장애인과 마주 보는 게 실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등의 의견을 피력했다.

글쓴이는 선천성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 이해하긴 어렵다 보니 대부분의 의견이 크게 와닿지 않았고, 일부 의견은 반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내 의견과 맞지 않다고 해서 그들의 의견이 무조건 옳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 하나하나를 반박하진 않으려 한다.

다만 이것 하나는 비시각장애인 여러분에게 알려주고 싶다. 시각장애인들도 여러분이 보내는 시선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끼리 모여있을 때면 가끔 이런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향의 벽을 쳐다보고 있어도 대화가 통하는 사이 아니겠니?”

사실 사회생활을 하기 전만 해도 이 이야기는 시각장애인들의 현실과 같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사회성을 갖게 된 시각장애인들이라면 이런 행동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행동인지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시각장애인은 시선을 맞추지 못하더라도 비시각장애인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걸 느낄 수 있고, 그런 행동이 일반적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한다면 비시각장애인이 욕구가 있는 시각장애인이 아닌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사람에게 시선을 맞추고 소통을 하는 건 시각장애인에게 큰 결례가 된다는 것이다.

만약 비시각장애인 본인이 이와 같은 일을 당했다고 상상해 본다면 시각장애인들이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인 것이다.

SNS에 글쓴이의 경험이 공유되고 난 뒤 많은 시각장애인들은 불쾌한 기분을 숨기지 못했다.

“무슨 그런 어이없는 일이 다 있나”. “시각장애인을 아이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난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아예 혼자 다닌다”, “유럽은 그렇지 않다” 등 다양한 불쾌감이 댓글에 투영됐다.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은 특수교육을 전공한 사람마저도 시각장애 교사와 소통하기보다는 시각장애 교사를 도와주는 보조교사와 소통을 한다는 지인의 반응이었다.

충분히 장애인들과 익숙한 생활을 했던 사람도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매우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게 결례가 되는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하면 반드시 항의하라는 대안을 내는 이도 있다.

그러나 당연한 일을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 역시 시각장애인 당사자에겐 매우 피곤한 일이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보니 그런 일들이 반복될 경우 서로가 불편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이 눈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건 당연하고, 그 당연한 걸 시각장애인들도 알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비시각장애인이 많아진다면 서로 간의 불필요한 감정 소모는 없으리라고 본다.

내 앞에 있는 시각장애인이 당신이 알고 있는 시각장애인이 아니라 나와 동등한 위치에 서있는 사람이라는 걸 인지한다면 무심코 아무 의미 없이 하는 행동이 시각장애인에게 상처가 되진 않을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어려운 것이 아니며, 당연하다는 것을 비장애인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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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권순철 (kscwin07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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