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중 남녀노소 온 국민이 두루 즐기는 게임이 퍼즐 맞추기 게임이다. 이것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지만 레벨이 높아질수록 이것이 과연 클리어 할 수 있는 수준인가 의심할 정도로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러나 아무 의심 없이 반복에 반복을 거치다 보면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쉽게 한 판을 해치우게 된다. 그렇게 반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번 판도 반드시 깨질 수 있다는 검증을 거쳤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 지겨운 싸움에서 승리했었다는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 큰 위안이 되는 것처럼 고된 길을 가는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님께서도 길고 지난한 이 판도 반드시 끝날 거라는 믿음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 방법의 집합인 ‘알고리즘’도 빅 데이터(경험)가 필요하다.

앞서간 사람들이 쉽고도 명확하게 제시해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발달장애의 다양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마도 누군가 발달장애의 다양성을 연구하게 된다면 엄청난 빅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다.

원인도 이유도 알 수 없는 해괴망측한 상동행동들이 나오지만 일반화하기 쉽지 않다. 아마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제각각의 기질들까지 더해져서 단 한명도 같은 증상으로 묶을 수 없는 것 같은데 여기에 치료의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선생님도 우리 아이만의 특성을 전부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은 장애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자기표현이 가장 어려운 발달장애의 부모가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게 만드는 이유가 이러한 다양성에 있다.

타인에게 우리 아이에 대해 이해시키기가 어려운 만큼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오기도 그만큼 어렵다. 가까운 이웃이나 친척 혹은 활동보조인에게 몇 시간 아이를 맡길 때도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최소한 1시간짜리 브리핑이 필요하다.

그래서 발달장애인 가족 활동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어서 가족에 의한 장애인 활동지원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발달장애 부모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지쳤다. 수시로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하고 무기력에 빠진다.

이럴 땐 미하엘 엔데의 「모모」에서 모모의 친구 도로청소부 베포의 마음으로 ‘도로 전체를 생각하기보다는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을 생각’ 하기로 다짐해 보지만 누군가 그 도로의 끝을 보여 준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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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칼럼리스트
우리아이발달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장애인들의 교육과 사회적 융합에 힘쓰고 있다. 컬럼을 통해서는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얻어내고자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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