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통해 바라본 바깥 풍경. ⓒ황진이

사춘기 아들의 감정표현은 유아기 수준이다.

웃거나 혹은 울고불고 자신의 머리까지 주먹으로 때리며 격하게 짜증을 내거나이다.

그런 아들에게 사춘기 호르몬의 장난질은 극약과도 같았다.

두피와 이마에 실핏줄이 터져나갈 만큼 자신의 머리를 때렸고 울부짖음은 주변 사람들 모두가 잠 못 이룰 정도이다.

평생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적절한 화를 내보지 못한 질풍노도의 처절한 몸짓을 부모로서 바라보고 있는 마음은 참담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럴 때면 뒷좌석에 아들을 태우고 무작정 길로 나선다.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서 가장 안전한 곳, 차 안으로의 피난이다.

아들은 발을 구르며 소리 지르고 나는 음악을 크게 틀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절규한다.

세상 그 누구에게도 발산하지 못했던 두 사람의 절규를 자동차가 온전히 다 받아주고 있는 것이다.

신호등 없는 도로에서는 창문을 열고 허공에 대고 악을 써본다.

아무도 듣지 못하길 바라며,

이렇게 시작된 둘만의 드라이브(?)는 마법처럼 사춘기의 괴물 호르몬을 무찔렀다.

지금도 엄마와 아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드라이브를 시작한다.

여러분이 혹시 신호 대기 중에 뒷 자석이 들썩거리는 자동차를 만나게 되더라도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마시라.

그 안에는 리듬을 타며 있는 힘껏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는 발달장애 아들과 핏대를 세우며 생목으로 삼단 고음을 소화해내고 있는 엄마가 타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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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칼럼리스트
우리아이발달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장애인들의 교육과 사회적 융합에 힘쓰고 있다. 컬럼을 통해서는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얻어내고자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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