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 정기 예약을 하는 날이라 병원에 방문해서 진료, 즉 상담을 받고 의사의 처방에 따른 약물을 수령하려는데, 어떤 사람이 필자에게 몇몇 질문을 하고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필자로서는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대화가 끝났다.

“그러면 바리스타인가요?” 이 한마디에 대화가 끝났다. 당연하겠지만, 필자는 바리스타 자격증도 없는 사람이니 더 황당한 결말이었던 것이다.

아마 필자가 자폐성장애인, 즉 발달장애인이라는 것을 즉시 간파하고 그런 질문이 나왔던 것이고 그 사람은 발달장애인이 바리스타 직종에서 많이 일하는 모습을 본 탓이었을 것이다.

웃지 못할 일이었지만 필자가 이 이야기를 소개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비장애인들의 발달장애인 일자리에 관한 편견이 존재할 수 있음을 넌지시 알 수 있는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들의 일자리 진출은 매우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주간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일자리를 가지며 낮에 열심히 일하는 모습인 것이다. 어차피 일을 하다보면 9시부터 18시까지는 금방 가버리는 것이 현실이니까 그런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직종의 다양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이번 작은 사건에서 느꼈다. 곧바로 ‘그 직종?’이라는 자동 연상 작용(?)이 나왔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비장애인들이 이제는 ‘발달장애인 일자리=바리스타’ 이런 공식이 성립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제로 바리스타 훈련을 받았으나 재훈련 도중 다른 직종에 재능이 있음이 발견되어 전직된 사례도 있다.

우리는 무언가 잘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발달장애인이 그 일자리에서 일하는 것이 정말 발달장애인에게 유익한가?” 와 “더 다양한 곳에서 발달장애인이 일하게 해야 하지 않는가?” 이 두 가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발달장애인 일자리 훈련을 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는데, 바로 기업체 맞춤형 프로젝트가 아닌데도 특정 직종에 집중해서 훈련시키는 것도 문제라고 할 것이다. 물론 과학적인 직업능력평가를 거치고 나서 결정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무작정 ‘너는 일자리를 가져야하니 이런 직업을 연습하는 것이 좋다’식의 발상은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날 그 사람은 아마 “너는 발달장애인이니까 바리스타 준비를 해야 하는 게 맞을 거야”라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필자를 만나본 사람들은 알 것이지만 필자는 철저한 사무실 체질이라는 것을 금방 알 것이다.

비장애인들의 편견은 이렇기 때문에 발달장애인 일자리에 있어서는 매우 무서운 것이다.

발달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비장애인의 편견은 결국 발달장애인 고용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발달장애인 종사 일부 직종에 대해 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짐작하고 있다. 과잉 공급되는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포장/조립 직종은 자동화의 영향 때문에, 바리스타는 포화상태가 된 카페 시장의 특성 때문에 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는 양대 직종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무행정 지원, IT 같은 분야는 당사자의 수요는 많지만 일자리의 공급이 적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일자리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 직종이다. 그렇지만 공급이 확대돼야 하는 직종은 비장애인들이 ‘이 일은 발달장애인이 종사할 수 없다’라는 편견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도 그러한 편견 때문에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경험이 많다.

그 편견을 깨는 것은 발달장애인과 회사 모두 다 같이 깨야하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은 새로운 직무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능력 있는 직장인이라는 모습을 실천하면서 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반면 회사는 능력 있는 발달장애인을 편견 없이 고용하여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책임의 비율을 따지면 회사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회는 발달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북돋아 주고, 회사에는 발달장애인 고용이 사회적인 이익이 될 수 있음을 설득하는 역량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발달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편견은 결국 발달장애인의 사회 진출과 일자리 확대, ‘직업재활’에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것만 생각했다가 결국 그 일자리는 포화상태가 되거나, 공급 부족 둘 중 하나에 걸리게 될 것이다. 그러한 일은 2019년부터는 없어져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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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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