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열린 고용노동부의 33차 국무회의 이후 복지부의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과 고용노동부의 ‘장애인 취업지원사업’이 유사중복사업으로 분류되어 조정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근로능력이 있는 장애인 취업지원 서비스가 중복된다며 복지부 사업 중 근로 능력이 있는 장애인 취업 지원은 고용노동부로 이관하는 등의 기능 조정을 할 계획이라 밝혔다고 한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그동안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과 함께 서비스 이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에 대해 우려 섞인 전망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사용되는 국가재정의 합리적 사용을 목표로 정부의 사업들에 대하여 검토하고 문제점들에 대해 대안을 찾아간다는 점에 있어서는 분명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과 관련된 사항인데다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는 장애인을 위한 직업지원과 관련된 정책이기에 좀 더 신중한 검토와 발표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장애인의 직업재활 지원과 취업 지원을 고용노동부로 일원화하는 것으로 결정하게 된 배경이나 취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일자리와 관련된 정책이기에 고용노동부 소관 사업으로 간주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니면 장애에 대한 이해와 복지적 접근이 필요하기에 보건복지부 소관 사업으로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판단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이와 유사한 논의는 중증장애인직업재활기금사업을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주관하던 2000년대 초 중증장애인이 소외되는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시작되었고, 2007년 3월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이 고용노동부에서 복지부로 업무가 이관되었고 고용노동부의 기금사업에서 복지부의 일반회계사업으로 개편되며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해당 업무를 주관하게 되며 일단락 지어졌다.

이렇게 중증장애인이 소외되는 문제로 인해 복지부가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이 사업이 노동부로 이관되어야 한다는 정부 발표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사업을 노동부가 수행해도 될 만큼 장애인의 취업 현황이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인지 고용노동부가 중증장애인에 대한 소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역량을 갖추었고 중증장애인에 대한 높은 이해와 감수성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결코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눈에 띄는 보도자료가 있었다. 감사원이 지난해 11월, 2014년부터 2017년 6월 사이 15개 기관의 직접일자리사업 총괄기획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중증이 아닌 경증장애인이 참여하는 사례가 2014년 566명, 2015년 617명, 2016년 781명, 2017년 1,247명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사업에 조차 경증장애인이 참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증장애인이 직업적으로 소외되지 않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중증장애인 소외문제를 초래했던 부처로 사업을 재이관하려면 최소한 이 부처가 중증장애인에 대한 직업지원 서비스를 충실히 제공할 수 있는지 철저히 검증하고 장애당사자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본다.

또, 복지부의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은 지난해 기준예산이 187억원이고 노동부의 장애인취업지원사업은 지난해 기준예산이 84억이었다고 한다. 단순히 예산만 놓고 생각해보면 더 큰 살림을 작은 집에 몰아주는 격으로 보인다.

중복사업에 대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사업을 일원화한다는 취지를 고려해 볼 때 결국 우리 장애인을 위한 복지예산의 삭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구체적 대안이나 계획 등이 명확히 공개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 발표 이후 20일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세부사업들이 이관되는지 아니면 전면 이관인 것인지, 수행기관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또 해당 사업의 인건비지원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수행인력들은 그대로 유지가 되는지 아니면 인원 감축이 이루어지는지 단 한 가지도 발표되지 않고 있다.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 중 직업능력개발훈련은 10월 말까지 차기년도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만약 내년부터 이관이 된다면 제출처부터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또,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의 경우 새롭게 평가지표가 개발되어 2018년도부터 이 지표가 적용되게 되는데 수행기관들은 어떠한 평가지표를 적용받게 되느냐도 문제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이관이 진행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우리 장애인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장애인등급제가 폐지되기 때문에 중증, 경증의 의미가 없어지고 결국 노동부로 사업이 이관된다 해도 중증이 소외되는 문제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애 정도나 특성에 따라 직업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들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고 정부의 예산을 사용하는 사업이기에 실적에 대한 압박도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은 좀 더 쉽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이들에게 서비스가 편중될 가능성이 높다. 또, 사업이관은 어떠한 형태로든 해당 사업을 수행하는 이들에게 추가적인 업무를 부가할 것이다.

그러면 결국 우리 장애인을 위한 취업지원에 활용할 시간과 노력을 사업이관과 관련된 추가업무에 사용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일자리문제의 심각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장애인들은 이러한 사업이관으로 인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