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장애인고용공단 기자로 활동 중인 박관찬 기자의 취재 요청이 있었습니다. ‘장애예술가’에 대한 기사를 준비 중인데,‘이규재 화가’ 이야기가 듣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규재 그림에 대한, 아니 우리 자폐인들의 그림에 대한 소개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듯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흔쾌히, 냉큼! 규재와 인터뷰 장소로 달려갔습니다.

박관찬 기자는 ‘시청각장애’가 있는 분이었습니다. 시,,청,,각,,장애! 생소했습니다. 아무래도 내 아들이 자폐인이다보니 다른 장애유형에는 관심이 흐렸었지만. ‘시각과 청각이 모두 장애’가 있는 분을 직접 만나보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박관찬 기자를 활동지원하기 위해 함께 자리한 ‘손잡다’ 단체의 봉사자, 홍민선 씨 이야기를 들으며 ‘시청각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 마련이 절실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발달장애인처럼 이해 방식과 생활 방식, 소통 방법 등이 달리 해석되어야 함에도 장애유형으로 분류조차 되어 있지 않은 현실의 난제로 시청각장애인은 지금의 복지제도에서 소외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포용적 복지국가로서의 성장을 지향한다는 개념을 무색하게 한 배제된 장애, ‘시청각장애’에 대해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짚어 봐야 할 필요성을 알리고 싶어, 박관찬 기자에게 기고를 부탁했습니다. 제 칼럼을 애독해 주시는 많은 분들과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식개선 강의 중인 박관찬 씨. ⓒ김은정

관심이 필요한 또 다른 장애유형 <시청각장애>

혹시 ‘시각장애’가 있는 분이 주로 어떤 방법으로 소통을 하는지 아시나요? 그렇습니다. ‘말’을 통해서 대화를 합니다. 그럼 ‘청각장애인’은 어떻게 소통할까요? ‘구화, 수화, 필담’으로 하죠. 시각장애인은 상대방의 말을 ‘들으며’ 소통을 하고, 청각장애인은 입모양이나 손의 모양, 또는 글씨를 ‘보며’ 소통을 합니다.

그럼 시각과 청각이 ‘동시에’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어떨까요? 말을 해도 ‘듣지’ 못하고, 구화나 수화, 필담으로 의사를 전달하려 해도 ‘보지’ 못합니다.

이 세상에는 시각장애 또는 청각장애만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이렇게 <시각과 청각에 동시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역사를 빛낸 훌륭한 인물을 떠올린다면 헬렌 켈러를 생각할 수 있고, 그리고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됩니다. 저도 <시청각장애인>이거든요.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나와 있는 장애유형은 총 15가지인데, 여기에 <시청각장애>는 따로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실태조사에서도 제외되고 있어 현재 대한민국에 이러한 <시청각장애인>이 몇 명이나 있는지 정확하게 집계조차 되어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우리 주변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시청각장애>라고 하면 단순히 전혀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보통 시각장애라고 하면 크게 ‘맹’과 ‘저시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청각장애라고 하면 역시 크게 ‘농’과 ‘난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럼 <시청각장애>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맹과 농’, ‘맹과 난청’, ‘저시력과 농’, ‘저시력과 난청’입니다.

분명히 크게 보면 같은 장애유형이지만, 장애의 정도와 특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의사소통 방법도 다르고 통역을 받는 방법도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에 따라 다 달라집니다.

청각장애인이 수어로 소통을 할 경우, <시청각장애인>은 시각에도 장애가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구사하는 수어를 보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청각장애인>이 저시력인 경우에는 그 시력만큼 알아볼 수 있는 가까이에서 구사하는 ‘근접수어’로 소통하고, 전맹인 경우에는 수어를 구사하는 상대방의 손을 만져서 대화하는 ‘촉수어’의 방법을 사용합니다.

필담의 경우, 저시력이라면 시야와 시력에 따라 선호하는 글씨체와 글씨의 굵기 등이 다르기 때문에 글씨를 크게 써도 읽는 데에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전맹의 경우에는 글씨를 볼 수가 없죠. 그래서 ‘손바닥 필담’을 할 수 있습니다. <시청각장애인>의 손바닥에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적어서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또 하나의 의사소통방법으로 ‘점화’가 있습니다. 6개의 점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자의 각 점을 양손 검지, 중지, 약지 손가락에 각각 대입하여 점자형 키보드로 간주하듯 찍어서 대화하는 방법입니다.

<시청각장애인>은 처음부터 시각과 청각에 동시에 장애를 가지게 되었을 수도 있고, 시각 또는 청각에 먼저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가 다른 쪽 장애를 나중에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청각장애인>마다 선호하는 의사소통과 통역 받는 방법이 다 다르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교육장소나 행사장 같은 곳에서 제공되는 문자통역 또는 수화통역 지원서비스가 <시청각장애인>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요즘 청각장애인들이 스마트폰으로 영상 통화하는 것을 종종 본 적이 있습니다. 멀리 있어도 이렇게 스마트폰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서로 연락하며 소통할 수 있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시청각장애인>은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촉수어를 하는 분은 영상통화 자체가 불가능하고, 저시력인 경우에도 폰에 가까이 들이대면서 통화하기가 여간 쉽지 않죠.

그래서 <시청각장애인>은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 경우가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만난 <시청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법이 서로 다를 경우, 대화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시청각장애인 A씨는 촉수어를 사용하는데 시청각장애인 B씨는 점화를 사용합니다. 그럼 어떡해야 할까요? 당사자 간의 대화를 통역해줄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시청각장애인>이 선호하는 의사소통 방법에 따라 자연스럽게 통역해줄 수 있는 인력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시청각장애인>은 장애의 특성과 정도, 선호하는 의사소통과 통역방법에 특화된 활동지원 인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식으로 등록된 장애유형이 아니다보니 <시청각장애인> 활동지원에 대한 어떠한 가이드라인도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시청각장애인> 중에서도 최중증이라고 할 수 있는 ‘전맹전농’과 같은 유형은 현재 심각한 인권 침해를 받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전혀 보지도 전혀 듣지도 못함에도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행복추구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시청각장애인>도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더 나아가 이 사회, 이 지구를 구성하는 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누구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고, 그저 먹고 자는 것밖에 모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장애인복지가 발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시청각장애>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하루빨리 <시청각장애>에 대한 맞춤형 복지와 지원, 장애 정도와 특성에 맞게 전문화된 활동지원 인력의 양성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시청각장애인>을 찾아내어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시청각장애인>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당히 그리고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박관찬 씨. ⓒ김은정

박관찬: 대구대학교 법학 석사/ 한국장애인연맹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 장애인고용공단 기자/ 함께걸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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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칼럼니스트 발달장애화가 이규재의 어머니이고, 교육학자로 국제교육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본능적인 감각의 자유로움으로부터 표현되는 발달장애예술인의 미술이나 음악이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가치로 빛나고 있음을 여러 매체에 글로 소개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며 장애인의 예술세계를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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