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6.13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습니다. 제가 치른 지방선거 역사상 최초로 제가 표를 던진 후보 모두가 당선되는 기적을 맛봤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나 장애인 사회 전체적으로 보나 결산해야 하는 것들이 좀 있었습니다. 나름대로의 지방선거 결산을 해봅니다.

먼저 개인적으로 영향을 끼친 사건은 일명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라는 인천-부천 비하 망언 사건이었습니다.

저는 사전투표를 앞두고 직장에서 점심식사를 하다 소식을 듣고 어이없어했는데, 이미 소식이 빨라서 제가 만난 더불어민주당 선거 담당자들은 제가 이 사실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면서도 “지용아, 이미 알고 있었어” 라면서 무안해보이지만 속으로는 같이 분노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장애인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저는 인천시민이었기 때문에 분노한 것입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또 다른 생각을 합니다. 저런 식의 논리 전개라면, 분명히 발달장애인들도 그렇게 비하당하는 형국이 전개될 것이라는 왜인지 느끼는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비하한 사람은 다음번에 다른 사람을 비하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이미 온갖 상식 이하의 비하발언만 하고 다니는 만화가라고 주장한 윤아무개가 대표적입니다.(참고로 윤아무개는 장애인 비하 발언도 했습니다.) 네, 내일은 발달장애인이 비하당할 말이 들릴까 걱정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장애인 사회로 넘어와서 보면 일단 장애인 비례대표 광역의원들이 많이 배출되었다는 소식은 지난 2016년 총선에서의 실패에 대한 보상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장애인 문제는 중앙정부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는 지방정부의 문제에서 비롯된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죠.

얼마 전 외근을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가다가 본 길거리에서 장애인 콜택시가 오기를 학수고대하던 어느 장애인의 울분도 장애인 광역의원들이 해결할 과제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투표를 하는 과정에서도 장애인 관련 이슈가 있었습니다. 접근성 문제는 논외로 친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피플퍼스트 활동가들의 문재인 대통령을 찾아가 시위를 한 사건이 인상 깊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 언론들이 피플퍼스트 활동가들을 만나 인터뷰 등을 했다는 소식은 고무적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속한 자폐성장애 성인 자조모임 에스타스(estas)도 선거 대책을 내놨어야 했는데, 장애청년드림팀 사업 이슈 관련 일이 많아서 처리하지 못했고 이슈 제기조차 못 하였다는 사실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반성하는 일입니다.

비록 이번 선거에서는 발달장애인 관련 지원이 안내문 ‘달랑 하나’밖에 없었지만, 이후 들려온 소식을 들어보니 발달장애인의 선거 지원 관련 법령 수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물론 에스타스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당당히 말하기로 약속한 다짐을 지키기 위해 발달장애인 선거 지원 정책 논쟁이 길어지고 영국 연수에서 답을 찾으면 당당히 말해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물론 더 인상 깊었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피플퍼스트 활동가들에게 대한 태도였습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시대 때에는 ‘성가신 사람들’ 취급당하며 가까이 더 가까이 갈 수 없었습니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의 부르짖음을 대통령이 들었으면 한다” 라는 피플퍼스트 활동가들의 외침을 가벼이 여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경청’하는 태도로 정중히 들은 것은 좋았습니다.

물론 대통령이라는 직책 때문에 즉시 답을 주기는 어려웠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이제 곧 장애인 참정권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대화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습니다.

2018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약 용어 풀이 내용.ⓒ소소한 소통 (소소한 소통 백정연 대표 협조 받음)

아, 저도 사실 발달장애인 참정권을 위해 일한 것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소소한 소통에서 선거공보물에 자주 나오는 단어의 뜻을 풀이한 카드뉴스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제가 소소한 소통의 간사라고 했는데 이 업무에 나서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이 오히려 잘못입니다.

사실 제가 이 프로젝트의 실무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선거공약 자료도 찾아보고, 단어를 정리하고, 단어를 풀이하는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열심히 하루의 시간을 써가며 동료들과 협업해서 만든 것의 결과물이 바로 소소한 소통에서 내놓은 지방선거 선거공보물 자주 나오는 단어 뜻풀이 카드뉴스였습니다.

필자 본인의 2018 지방선거 투표인증샷 ⓒ장지용 (참고: 선거법 개정으로 투표인증샷에서 지지한 후보자의 정당등을 암시하는 손짓이 가능함)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이지만, 제가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사진 한 장으로 투표를 했다는 사실을 말씀드립니다. 네, 저도 투표했습니다.

대한민국 자폐성장애인 투표율 15%, 지적장애인 투표율 33%(보건복지부 통계)라는 참담한 통계 속에서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투표하고 싶어도 투표 못 한다는 비극이 있으니까요.

2009년 자폐성장애법(Autism Act 2009)이 영국의 사회복지 시장화 정책 와중에 태어났다는 것에 estas는 의문을 품고 있거든요. 이것에 대한 답도 찾으러 저희 에스타스(estas)팀이 영국으로 떠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투표 한 번 잘해야 제대로 된 세상을 만난다는 것을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5월까지 비싼 수업료를 치르면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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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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