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는 발달장애인들에게 성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그들이 인간다운 품위 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에서 찾아보았다. 발달장애인들에게 성교육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를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TV, 스마트폰, 인터넷일 것이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이 가정집 안방에까지 들어와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나라이다. 이 초고속 인터넷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바로 포르노와 같은 성적인 자료들이다.

우리나라가 1인당 포르노 소비량이 전 세계 1위 국가라는 보도가 2011년 뉴스위크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초고속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사용이 일상화된 환경 때문에 우리나라는 포르노가 합법화되어 있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포르노 접근성이 월등히 좋다.

그래서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조차 쉽게 포르노에 노출되고 중독될 수 있는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친구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발달장애인들도 이런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TV,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통해 포르노와 자극적인 문화상품들이 확산되면서 발달장애인들은 성에 대해 배운다는 의식 없이 왜곡된 성을 접하게 되지만 이들에게 적절한 교육적 개입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시각적 자료를 통해 정보를 잘 습득하는 발달장애인들의 장점은 성적 정보가 시각적으로 유통되는 멀티미디어 환경에서는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다.

TV에 나오는 많은 아이돌들의 노래가사와 안무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며,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튜브의 내용들과 만화, 광고들도 성을 자극적으로 표현한 상업적인 것들이 많다.

발달장애인들은 이러한 멀티미디어의 문화상품들을 소비하는 동안 성을 쾌락의 도구로 여기는 성 인식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이렇듯 문화를 통해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는 매우 강력한 성교육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이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영상물들에 내포된 왜곡된 성 이미지와 성 정보에 노출되고 있으며 그것들이 이들의 심리적, 정신적 측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전문가들과 부모들은 인식해야만 한다.

필자가 성교육을 제공해 온 많은 발달장애인들(초등학생, 중고등학생, 성인 모두)이 멀티미디어의 성 정보에 의해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고기능 발달장애인들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성 정보에 매우 쉽게 접근해서 성에 대한 그들의 호기심을 채울 수 있다.

반면, 부모들은 발달장애 자녀들이 성 정보를 접근한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또 자녀들이 접하는 성 정보들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멀티미디어가 사람들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현대 사회의 특성과 발달장애인들이 나타내는 성 태도와 성 행동의 기저에 있는 성 인식과 윤리관의 관계는 매우 밀접한 상관이 있다.

사람들이 정보를 획득하는 지배적인 매체가 책에서 영상물로 바뀌면서 발달장애인들의 성장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이런 환경은 글을 읽고 쓰는데 도전을 받는 발달장애인들이 무엇인가를 좀 더 쉽게 배우게 할 뿐만 아니라 성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여 긍정적이지 않은 정보들도 더 쉽게 획득하게 만든다.

성 인식과 윤리관을 왜곡시키는 상업적 영상물에 발달장애인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그들이 이런 영상물을 통해 왜곡된 그들의 성 인식과 윤리관을 바로잡아줄 지속적인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발달장애인들은 흔히 현실과 허구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기 때문에 영상물 속의 많은 이미지들이 비현실적인 것이고 또 무엇이 현실의 것인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

특히 발달장애인들이 많은 이미지들 기저에 정교하게 깔려 있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메시지들에 의해 미혹당하지 않도록 부모들과 전문가들은 인간으로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교육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럴 때 성 정보로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도 발달장애인들은 피해를 당하거나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건강하고 품위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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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칼럼리스트 현재 서울시중구장애인복지관의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20년 동안 조기교육실, 그룹홈, 생활시설, 요양시설, 직업재활시설 등에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일하였다. 특수교육에서 발달장애인의 성에 대한 주제로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사회복지에서도 석·박사학위를 지니고 있다. 97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발달장애인들에게 성교육을 제공해 오고 있고, 부모교육과 종사자교육, 교사교육 등을 해 오고 있다. 현재 서울시중구장애인복지관에서 상·하반기에 걸쳐 발달장애인성교육전문가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숭실대학교, 단국대학교, 숭실사이버대학교 등의 외래교수로서 사회복지와 특수교육 관련 과목을 강의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이 칼럼을 통해서는 발달장애인의 성과 성교육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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