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오후 2시 한국희귀질환정책연대가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19대 대선 공약 정책제안서를 전달하고 있다. ⓒ서인환

한국희귀질환정책연대는 5월 1일 ‘제19대 대통령 후보 희귀질환자를 위한 정책 제안서’를 발표하였다.

대선공약 제안서를 준비한 한국희귀질환정책연대는 주로 근육병 관련 희귀성 질환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골형성부전증, 근위축측삭경화증(루게릭병), 진행성근이양영증, 노나카말단근병증, 다발경화증, 듀센근이영양증, 베커형근이영양증, 미토콘드리아근병증, 샤르코마리투스병, 선천성근병증, 신경성근위축증, 얼굴어깨팔(안면견갑)근디스트로피, 지대근디스트로피, 척수성근위축증, 폼페병, 후쿠야마형 선천성 근이영양증,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수포성표피박리증, 혈우병 관련 장애인들이 연대를 구성하였다.

이러한 장애인들은 한국근육장애인협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는 희귀질환 당사자들의 모임이다. 그리고 의료적 전문가의 참여단체가 아니라는 의미로 환우회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보통 희귀질환 단체들은 주로 한국희귀난치질환연합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이 단체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는 환자들의 모임이 아니라 장애인단체라는 이유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과 산하 단체가 아니라 장애인정책과 산하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하여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보통 희귀질환 관련 단체들은 주로 의료적 서비스 확대를 목적으로 의료 서비스 전문가들과 공동 참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한국근육장애인협회는 자립을 목적으로 당사자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번 19대 대선에서 장애인 관련 공약 제안 활동의 특징은 첫째, 지난 18대 대선에서의 발달장애인 관련법 제안에 이어 서비스의 구체적 예산 확보, 희귀질환 소수자들의 목소리 높이기라고 할 수 있다.

18대 대선에서 중증질환자 지원 확대 공약이 주로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였고, 보험적용에서의 암환자 지원 확대 수준에 그침으로써 희귀질환 장애인들은 소수자로서 중증질환에서 소외되었다고 자각한 것에 연유한다.

유승민 후보는 5일 과천에서 어린이날 행사에 참여하여 희귀질환 장애인의 보험적용 확대를 공약한 바 있고, 양산에 사는 한 희귀질환 장애인의 아버지가 SBS 방송에 출연하여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그가 한 연설의 요지는 ‘역형성 상의세포종’을 가진 아들의 소원이 안철수를 만나 보는 것인데, 그 말을 전하자 병원으로 달려 와 주었으며, 이러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면 희귀질환 장애인의 공약을 확실히 실천할 사람이라는 지지 연설이었다.

국민일보 4월 30일자에서는 “아픈 아이 부모는 내일이 없다… 병원비 보장 대선공약 반드시 이루어졌으면…”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급성마비성 희귀질환인 길랭바레증후군 환아 보호자가 의료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 가정에 갑자기 감당할 수 없는 위기가 온다는 사연을 전하면서, 중증·희귀난치성 아동가구의 의료비 부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고 하면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을 가진 18세 미만 아동이 있는 200가구를 대상으로 ‘의료비 과부담 실태’를 분석한 결과, 연평균 의료비는 총 2476만원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또한 국민일보는 58개 시민사회 및 보건의료 사회복지단체가 함께 결성한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가 어린이 입원 병원비 전액을 국가가 보장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하면서 연간 환자 본인부담금은 5152억원을 국가가 지원하면 15세 이하의 어린이 희귀질환자의 의료비 걱정은 해결된다고 하였다.

이렇게 될 경우 어린이날을 맞아 주장되고 있는 15세 이하의 어린이의 의료비만 해결되고 그 이후의 경제적 고통은 전혀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 어린이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정책의 주장은 필요하지만 희귀질환 장애인의 의료비의 개인부담 문제는 원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희귀질환정책연대의 생각이다.

정책 제안서에서의 주요 요구사항을 보면, ‘국민 중심, 사람 중심의 희귀질환 정책 만들기’로 희귀질환관리센터를 설립하고, 희귀질환관리운영위원회 구성인원을 증원하여 희귀질환관리운영위원회에 당사자 참여를 보장해 달라는 것과 ‘희귀질환 환자를 책임지는 대한민국’을 위해 의료서비스 예산확보 및 희귀질환자 중심의 서비스 조기도입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희귀질환 환자가 웃을 수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희귀질환별 단체육성 및 기금조성을 통한 지원사업 마련을 제안하였고, ‘모두 함께 어울리는 대한민국’을 위해 희귀질환에 의한 장애인의 처우개선을 제안하였다.

이중 희귀질환자 관리센터의 설립이나 운영위원회에서의 당사자 참여 보장 등은 지난해 12월 말에 발효된 희귀질환관리법의 실효성 있는 이행을 촉구한 것이고, 희귀질환관리위원회에서 15인 이내의 인원으로 위원회를 구성할 경우 다양한 질환의 당사자 참여가 어려우므로 위원회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희귀질환관리법은 연구사업이나 전문가 양성, 전문기관 지정 등에 대해서는 5년의 기간을 두고 예산을 투입하겠지만, 이제 연구를 시작하면 언제 혜택을 볼 수 있느냐는 막연한 기대로서는 당장의 고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과 의료비 지원에 필요한 재산조사 등의 절차는 법에서 정하고 있으나 어느 수준으로 지원을 해 줄 것인가는 장관 고시로 별도로 정하도록 하고만 있을 뿐 구체성이 없다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의료비 지원 서비스를 즉시 시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호전되거나 완치되는 희귀질환이 아닌 경우는 재등록이나 재검사를 폐지할 것을 주장한다. 현행은 산정특례는 5년마다, 인공호흡기는 2년마다 재등록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난치병 암환자의 경우 자부담을 5%로 하고 있는 반면, 현행 희귀질환의 경우 자부담을 10%로 하고 있으며, 그것도 보험 적용 예외가 많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평생 소득이 없이 지출을 해야 하는 자부담을 전면 폐지해 달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인공호흡기나 기침발생기 등의 자부담 10%도 폐지해 달라는 주장이다.

자부담하고 있는 간병비만도 월 250만원 이상이 지출되고 있는데, 이를 포함하여 희귀질환 장애인의 보조기구인 자세변형전동침대, 특수마우스, 응급알림 시스템, 기능성전동휠체어, 특수컨트롤러 등의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희귀질환 대상자 및 산정특례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데, 선천성 혈관종의 경우 얼굴, 신체피부에 종양으로 외형까지 심하게 변형이 되는 경우가 많고 지속적인 수술로 종양을 제거해야 하는데, 성형수술이라고 의료비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의료비 지원의 확대는 수가의 상향도 필요하지만 재산 및 소득기준의 완화도 필요하다. 비유전인자 인공수정에 대한 지원과 유전질환자의 출산 시 자녀의 유전질환 예방을 위하여 인공수정, 시험관 아기시술에 필요한 의료비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밖에도 희귀질환자와 가족을 위한 동료상담, 가족상담의 지원, 희귀질환 장애인단체의 육성과 기금조성 지원, 휠체어 탑승용 차량 개조비 지원 등도 요구하였다. 현행 장애인 판정기준에서 마비가 아닌 운동성에서의 실질적인 장애를 잔영해 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희귀질환에 의한 장애인의 처우 개선을 통해 현재 의료 난민 상태에 놓여 있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각 당에 전달된 희귀질환 장애인의 대선 정책제안은 장애인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과 희귀질환관리법에 잘 반영이 되어 요구안들이 해결되는 정책이 마련되도록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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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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