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사카 여행을 준비하는 J씨와 대화를 나눴다. J씨는 골형성부전증으로 지체1급 장애가 있는 여성이다. 꽤나 똑똑하고 당차보이는 J씨는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해 안정된 직장에 취업한 후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일도 하며 삶의 여유가 생긴 J씨는 평소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 생애 첫 해외여행을 말이다.

오사카로 목적지를 정한 J씨에게 가장 큰 난관은 항공기에 전동휠체어를 탑재하는 것이었다. 먼저 항공사에 전화문의를 한 J씨는 지레 겁을 먹고 고민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도전을 꼭 성사시켜주고 싶었다. 그녀의 여행을 이야기하기 전에, 언제부턴가 생겨난 항공기 탑승 규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언제부터였는지 전동휠체어의 항공기 탑승 규제가 강화되면서 장애인들의 여행에 걸림돌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 이는 전동휠체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전동휠체어 배터리를 규제하는 것이다.

2006년 영국발 미국행 여객기 테러 미수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 전 세계 공항은 물론 항공기 보안이 강화되었다. 휴대폰이나 노트북이 집중 강화됨과 동시에 전기나 배터리를 사용하는 물품에 대한 규제강화가 시작되었고, 점차 항공기 배터리 탑재 규정이 까다로워지기 시작했다.

2010년 미국 항공당국에서는 폭발이나 화제 위험이 있는 리튬이온전지에 대한 안전 규제를 더욱 강화했고, 우리나라에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기준에 따라 2016년 4월부터 배터리 등의 항공위험물에 대한 안전관리가 더욱 강화되었다.

이렇게 배터리 규정이 강화된 배경은 무엇보다 산업의 발달로 전자기기의 보급이 늘어나고 발전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개인용 휴대전화, 태블릿, PC, 카메라에 사용하는 리튬 배터리는 너무 흔하다. 전자기기는 물론이고 세그웨이, 전동킥보드, 전동휠 등 이동보조장치의 대용량 배터리 사용도 늘어났다.

흔히 사용하는 리튬 배터리는 다른 종류보다 환경 친화적이며, 무게나 부피의 소형화가 가능하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 때문에 대부분의 전자기기에 활용된다. 다만, 리튬 배터리는 외부의 충격이나 이물질, 압력, 과전류에 의해 시스템 고장시 폭발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 최대 단점이다.

그런데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 휠체어 규제는 왜 강화될까. 사실 억울한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 휠체어의 경우 까다로와진 규정 때문에 불필요한 에너지와 시간 낭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리튬 배터리의 속성을 간단하게나마 이해했다면 항공기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것 쯤은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항공기에는 수십명 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한정된 공간에 밀집하게 되고, 안전을 최우선시 할 수 밖에 없는 이동수단이다.

자동차나 기차와 달리 사고 발생시 그 여파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애시 당초 사고의 위험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안전 점검이 까다로워지는 것은 불가피 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고, 안전에 문제가 없는 전동휠체어라고 해도 항공사의 까다로운 요청을 무작정 불쾌하게만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 탑승객 본인은 물론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대인의 풍모로 ‘협조’해 줄 수 있는 범주라 생각한다.

다만, 항공기에 탑승하는 장애인들에게만 인내를 강요할 수 없다. 항공사들 역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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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윤 칼럼리스트 KBS 최초 여성장애인 앵커로 활동했으며, 2016년 장애인 여행 에세이 <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를 출간하여 장애인 관광에 대한 대중 인식 변화를 이끌었고 현재 장애인을 비롯한 ‘모두를 위한 관광(Tourism for All)’ 발전을 위해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장애인은 왜 트렌드세터(Trend Setter: 유행 선도자)나 힙스터(Hipster: 유행을 쫓는 자)가 될 수 없는지 그 궁금증에서 출발해, 장애 당사자로서 장애 청년 세대의 라이프와 문화에 새로운 인식과 변화를 재조명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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