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도 이전에는 점자필기구를 일본에서 수입하여 사용하였다. 일본 제품은 점이 아주 잘 찍히고 고급스러웠으나 당시 가격으로도 7만원이나 하였다. 가격이 부담이 되기도 하고, 국산으로 왜 만들지 못 하는가 의구심을 가지고 개발을 시작한 곳은 한국시각장애인복지회였다.

처음 개발을 재안한 분은 임안수 교수로 당시 한시복의 직원이었다. 요즘이야 ‘한소네’라는 점자정보단말기로 점자를 입력하고 돌출된 솔레노이드 점핀으로 출력하여 읽는 정보화 시대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점자필기구를 보급하여 교육사업에 힘쓰는 데에도 힘에 겨웠다.

점을 찍는 점필은 피아노선의 철심으로 끝은 종이에 뚫린 구멍을 내지 않도록 뾰족하지 않고 둥글게 갈아야 한다. 그리고 손잡이에 엄지와 검지, 장지로 감싸 쥐고 힘을 주도록 잡기 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점을 찍으니 점필은 잉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잃어버리지만 않으면 평생 사용하는 필기구다.

한때는 점자책이 너무 부족하여 자원봉사자들이 점자를 배워서 책을 만들었다. 수화교실처럼 점자교육이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고, 봉사자들에게 점자를 배우면 암호처럼 사용할 수가 있어 비밀이 보장되므로 일기를 쓰면 혼자만이 보게 된다고 하였고, 점자우편은 배송이 무료이므로 우표값이 들지 않으며, 심지어 컨닝 페이퍼를 만들어 서랍 속에서 손으로 만져보면 들키지 않는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눈으로 읽는 점자가 아니라 손으로 만지는 점자의 실력까지 갖춘 봉사자는 사실 없었다.

점자판은 120그램의 좀 두꺼운 16절지 종이(점자지)를 끼우는 데 고정되어야 하므로, 종이를 무는 상단 부분(점첩)은 리벳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이 리벳 부분에는 뚜껑을 여는 부분과 바닥 부분에 좌우 각 2개의 핀이 있어 종이를 고정시키게 되어 있다.

점자를 찍다가 다시 종이를 빼내었다가 다시 필기를 위해 같은 자리에 다시 끼워야 하는 경우 정확히 제자리에 들어가야 하므로 핀이 종이를 뚫은 부분에 끼우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종이 사이에 점관이라는 점자틀을 끼우게 되는데, 점필을 이 틀의 점 위치에 누르게 되면 점이 균일하게 찍혀야 하기 때문에 이 틀은 주물기술이 뛰어나야 한다. 점필이 꽉 끼어서도 안 되고, 너무 헐렁해서도 안 되며, 점이 단 하나라도 문제가 있으면 안 된다.

점자 필기구를 생산하면 이러한 검사를 위해 일일이 필기구를 시험해 보아야 했는데, 처음에는 상당수가 불량이 나왔다.

종이의 우축(제본부분)을 접어야 하는데, 이는 점자로 인하여 부풀어진 종이를 책자를 만들기 위해 제본을 할 경우 점자를 보호하기 위해 부피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종이를 접기 위해서는 점판의 모서리가 둥글어서는 안 되며, 직각으로 매우 날카로운 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종이를 접을 수 있다.

점판의 견고성이나 휨이나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하여 중앙 부분은 합판을 사용하고 좌우 부분은 원목으로 만들어 접착제로 붙여야 한다. 그리고 점관이 점자의 줄을 맞추어 한 줄을 찍고 다음 줄로 이동하기 위하여 상하로 이동하여야 하는데, 이동하는 간격마다 홈을 파서 점관의 두 다리를 이 홈에 넣어 고정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종이를 뒤집어서 뒷면을 사용하게 되는데, 점이 한 줄을 사용하고 다음 한 줄은 뒷면에서 사용하기 위해 비워 두어야 한다. 종이를 뒤집어서 앞면에서 사용하지 않은 줄을 사용해야 하는데, 만약 뒤집었을 때에 정확하게 빈자리가 오지 않으면 점끼리 서로 충돌하여 엉망이 되고 만다. 뒷면을 사용하지 않고 모든 줄을 앞면에 찍게 되면 줄이 서로 엉키어 줄을 구분을 할 수 없다.

종이를 고정하는 점첩의 핀 자국이 종이의 상하에 자국으로 남게 되는데, 두 개 중 하나를 아래로 내려서 종이를 걸면 빈 줄 자리가 뒷면에 와야 하므로, 점첩의 뚜껑 부분의 핀과 바닥의 핀 사이의 간격이 한 줄의 간격이어야 하는 것이다.

점자는 매우 빠르게 필기가 가능해야 하고, 힘을 들여서 점을 찍으면 오랜 시간 필기를 하게 되어 매우 피로하게 되므로 팔의 힘이나 어깨의 힘이 아니라 가벼운 손목의 움직임만으로 점을 쉽게 찍을 수 있어야 한다.

점자는 한 줄에 32칸(마스)의 점간이 있고, 한 간에는 6개의 점이 모여 있다. 한 간의 점과의 간격과 간(칸)과 간과의 간격이 서로 달라야 어느 점이 한 칸의 점모양인지를 인식할 수 있으므로, 조금의 오차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점을 찍을 때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면서 찍게 되는데, 이는 점을 읽을 때에는 튀어나온 부분을 읽게 되므로 종이를 뒤집어서 돌출된 점을 읽기 때문에 찍을 때에는 들어가도록 하는 이유로 좌우가 서로 바뀌게 된다. 우리가 글을 읽을 때에는 좌에서 우로 읽기 때문이다.

점의 모양과 찍을 때와 읽을 때의 위치가 좌우가 서로 반대이다. 점자는 브라이유라는 발명가의 이름을 빌어 브레일이라고 한다. 브라이유는 혼자 독창적으로 점자를 발명한 것이 아니라, 맹학교에 봉사활동을 온 통신장교에 의해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지금처럼 전기를 사용하는 시대가 아닌 당시에는 작은 불빛도 적에게 군대의 위치를 노출하게 되므로 점자라는 암호를 만들어 촉각 암호로 군사용으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점자가 발명되기 전에는 일반글자 모양을 돌출되게 하여 교육하였다. 이를 문 문자라고 하는데, 개발한 사람이 영국의 문이다. 점자를 발명한 당시에는 점자가 시각장애인의 글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학생들이 점자를 사용하면 교사로부터 벌을 받기도 했다. 점자판을 하나 제작하는 데에도 단순히 종이에 점을 찍는 간단한 도구가 아니라 매우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기술을 보유하는 데에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필요하였다. 이제 이 기술은 큰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컴퓨터 시대가 점자의 환경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대량 출판 시설이 갖추어졌고, 교과서도 점자책으로 보급되고 있다. 과거에는 선배들이 만든 교과서를 빌려다가 몇 달 동안 학생 스스로가 책을 만들어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 점자기본법이 제정되어 점자도 국어의 하나로 대접받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길이 멀다. 교과서 외에는 점자 서적이 거의 없고, 독서를 하고 싶어도 시중에 쏟아져 나오는 출판물의 불과 3퍼센트만이 점자책으로 제작되는 실정이다.

그리고 맥주나 음료 등에 점자가 있고, 편의증진법에도 점자촉지도와 점자안내판을 설치하도록 하고, 비치용품으로 점자안내서를 갖추도록 하고 있지만 점자안내서에서 얻을 수 있는 내용이 오래 되었거나 너무 간단하여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조기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각 후보자들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하여 선거공보물과 명함도 점자로 제대로 만들어 시각장애인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대접받기를 바란다. 점자는 6비트로 구성된 컴퓨터의 비트와 바이트로 구성된 문제체계인데, 컴퓨터가 개발되기 이전에 시각장애인들은 컴퓨터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자판의 전신인 타자기 역시 핀란드의 시각장애인 연인과 편지를 주고받기 위해 발명된 것이다. 현재의 고도의 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기술들은 불편을 느끼는 시각장애인들에게서 만들어진 원천 기술들로서, 사람들은 그 문명의 이기를 결과물로서 누리면서 정보화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동등한 기회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모처럼 웹사이트 외에 모바일 등에서의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하고 품질인증을 의무화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런데 장차법 개정안에서 ‘웹 사이트’라는 문구를 ‘웹사이트 등’으로만 바꾸어서는 안 된다. 구체적으로 웹사이트와 모바일 등에서 정보제공자가 제공해야 하는 수준을 구체적으로 평가 가능하도록 명시해야 하며, 차별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보잘 것 없는 나무판자 하나같은 점자판에도 초정밀 기술들이 숨어 있는데, 정책들은 정밀하지 못하고 두리뭉실하여 책임성 없이 정치적으로 사회적 장식만 하려한다면 혜택을 주어 효과를 보자는 것이 아니라 혜택을 주는 척 시늉만하는 배반의 정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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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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