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라는 한 개인이 나라 일을 좌지우지하며 나라와 국민을 조롱한 것이 사실로 알려지면서, 국민의 뜻이 먼저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시민들 모두가 분노했다. 그래서 지난 10월 29일부터 국민들은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 부산, 광주 등 전국에서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12월 9일 탄핵안 가결 전까지 대통령은 3차에 걸친 대국민 담화를 했다. 1차 때는 최순실 국정개입은 인정하나 대통령 자신은 국정을 꼼꼼히 챙기고자 순수한 마음으로 최씨에게 도움을 구했다고 말했다. 2차 때는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겼다니 국민께 송구하다며,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진상과 책임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고, 검찰조사에도 응하겠다고 했다.

3차 때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 오로지 최선을 다했고,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하며,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해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만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대국민 담화를 듣고 페친(페이스북 친구의 준말)들과 SNS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느낀 것은 대통령의 말에는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대통령 변호인을 통해 2차 때 검찰조사를 받겠다던 약속을 파기하며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3차 담화를 듣고 페친과 SNS을 한 후에는 표면적으로 물러난다는 말을 통해 대통령 퇴진에 대한 촛불민심과 새누리당의 탄핵·퇴진을 주장하는 동력의 약화를 노려 우선은 탄핵을 막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의중은 또한 국민의 아픔과 상처에는 상관하지 않고 헌법을 파괴하지만 자신의 권력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필자의 느낌이 맞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여기에 최순실이 사주한 ‘문화창조 융합벨트’에 1200억 배정, 발달장애인 인권침해·유린이 잦은 장애인 거주시설 예산은 180억을 증액하지만, 장애인 연금은 고작 200원 인상 등에 그치는 현실을 보며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그래서 필자는 11월 12일부터 촛불집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집회와 다른 일정이 겹치는 날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마음으로는 집회에 가 있었다. 가서 대통령 탄핵·퇴진을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촬영한 촛불들 모습 ⓒ이원무

탄핵안 가결이 되기 전, 가결에 필요한 국회의원 정족수를 확보한답시고, 한 야당 의원이 새누리당의 비박계 의원들을 설득한다고 했다.

하지만 박근혜 탄핵 및 퇴진이라는 민심을 따르지 않고, 국회의원 일부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눈치 챈 국민들은 즉각 탄핵을 추진하라고 한 목소리로 여야 국회의원들을 압박했다.

필자도 인터넷을 통해 박근혜 탄핵을 찬성하고 추진하라는 의견을 몇몇 국회의원들에게 보냈다. 마침내 12월 9일 탄핵안이 상정되고 국회의원 299명의 투표 끝에 탄핵가결 정족수 200명을 넘어선 234명으로 탄핵안이 가결되었다.

필자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과 함께 탄핵가결 모습을 대형 스크린으로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후 필자와 시민들은 다시 한 번 박근혜 퇴진구호를 외쳤다. 앞으로도 박근혜 퇴진을 위해 한마음으로 함께 할 것을 다짐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필자는 ‘함께 함의 위대함 ’을 강렬하게 느꼈다. 집회에 나온 세부적인 이유는 제각기 다 다르지만 오로지 목적은 단 하나, 국민이 다 함께 나라의 악을 뿌리 뽑고 국가기강을 제대로 세우고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것임을 말이다.

이 목적 하나로 국민들은 강하게 단합되면서도 평화적으로 촛불집회에 함께 했다. 앞으로도 박근혜 퇴진이 이루어질 때까지 국민들은 집회에 함께 참여할 것이다. 필자도 기회 있을 때마다 촛불집회에 계속 참여하려고 한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등 많은 것이 남았지만 우리 국민의 단결된 힘과 의지라면 헌재의 탄핵 인용, 아니 그 이전에라도 박근혜 즉각 퇴진이 현실이 될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국민을 진정으로 섬길 새로운 대통령을 뽑고 국민의 단결된 의지와 냉철한 눈으로 대통령, 정치인들을 제대로 감시해 민주주의를 함께 이루어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연구소 생활을 했을 당시 ‘함께 함의 위대함’을 경험했던 때가 생각난다. 그 어렵다던 장애인권리협약 조문내용을 지원자가 설명하면 발달장애인들로 이루어진 10명 내외의 제작위원들이 어려운 조문을 알기 쉽게 바꾸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던 때를 말이다.

힘들 때도 있었지만, 2년 반 동안의 조문제작과정 끝에 누구나 알기 쉽고 모두 함께 누리는 장애인권리협약 ‘나 여기 있어’ 책자가 나온 그 순간, 지원자, 제작위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노력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다른 유형의 장애인 및 비장애인과 함께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겼다. ‘함께 함의 위대함’을 경험했던 이 시간들만큼은 내 기억의 그림자 속에 영원히 새기고 싶다.

앞으로 자기옹호에 대한 체계적 시스템을 세워 나가고, 발달장애인의 당사자활동을 법과 제도 등을 통해 제대로 지원하는 우리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다른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며 모든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권리와 책임,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이 되기를 다시금 바래본다.

그래서 하나 된 촛불민심으로 탄핵 가결을 이끌었듯,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에게 힘들거나 어려운 문제, 위기, 과제 등이 닥칠 때 모든 발달장애인이 함께 하나로 뭉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 함께 함의 위대함 ’을 경험하게 되는 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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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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