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3일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었고 8월 4일부터 시행이 되기에 이르렀다. 한국수화언어법의 시행을 앞두고 농사회에서는 법 시행을 통해 향후 농사회에 어떠한 변화들이 생길 것인지가 새삼 화두가 되고 있다.

한국수어가 농인의 공용어로 법적 지위를 얻은 만큼 한국수화언어법의 시행을 통해 농인은 한국수어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환경 조성을 통해 일상생활에서부터 교육, 고용, 문화 등 사회 전반적인 영역에 걸쳐 의사소통으로 인한 장벽들이 해소될 것이다. 또한 한국수어 사용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도 없어지게 될 것이다.

법 시행을 통해 다양한 변화들이 오겠지만 그중에서도 필자가 가장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한국수화언어법 시행을 통한 농학교의 부흥을 꿈꾸는 것이다.

필자가 처음 수화를 배우던 1980년대 중반에는 전국의 농학교마다 수백명의 농학생들이 재직하고 있었다. 운동회가 있는 날이면 넓은 운동장에 만국기가 휘날리고 맑은 가을 하늘아래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응원을 하고 운동회를 즐기던 농학생들의 모습은 여느 학교의 학생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특수교육이 통합교육이 주류화 되면서 대다수의 농학교는 농학생이 없는 농학교가 되어 가고 있다. 학령기 농아동을 둔 대다수의 청인 부모들이 일반학교로 자녀들을 진학시키기 때문이다.

전국에 있는 농학교를 보면 초등부는 거의 전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교육부 지침에 의거하여 청각장애 학생이 중복장애가 있는 경우 농학교로 입학하게 되어 있어 농학교에 진학하는 중복장애가 있는 학생들, 그리고 일반학교로 진학했던 농학생들이 중고등부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간혹 있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농사회는 전통적으로 농인 상호간의 교류를 통해 정보를 나누고 세대 간의 전승이 이루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농사회의 특성을 유지시켜 주는 원동력은 농학교에 있었다.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특성으로 인하여 청인 사회와는 상호간 작용이 제한적이지만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농사회안에서는 역동적이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하여 오늘날의 농인 공동체를 유지해 온 것이다.

그러나 요즘 농학교의 넓은 운동장은 말 그대로 텅 비어 있다. 몇 명 안되는 학우들과 생활하는 농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까지 하다. 농학교로서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의 농학교를 보면 미래의 농사회가 암울하게 예측되기도 한다.

농인 자녀들을 일반학교로 진학시킨 농인 부부에게 왜 자녀를 일반학교로 진학시켰느냐고 질문을 하니 교사들이 수어로 수업을 하지 않으니 굳이 농학교를 보낼 이유가 없다는 답변을 하였다.

이와 같은 어이없는 상황들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한국수어법의 시행을 통해 농학교의 수업 방식이 조속히 개선이 되어야 한다. 농학교로 진학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일반학교로 발길을 돌리는 농학생들이 다시 농학교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그들의 언어인 수어로 교육하는 것이 제1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허탈감을 느끼게 하는 농학교의 운동장이 먼 훗날에는 또 다시 농인들의 수어로 생기 가득한 운동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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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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