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가 갖는 사회적·경제적인 이점과 함께 당사자가 가지는 자존감과 책임감의 향상, 사회성 발달 등 장점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일하는 이유는 사회의 일원이라는 연대감을 갖게 한다. 또한 근로는 국민의 4대 의무 중에 하나이다.

물론 근로란 일하려는 자와 고용하려는 자의 균형도 중요하다. 충분치 않은 일자리가 장애인들의 일자리창출의 가장 큰 문제이긴하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장애인들의 근로욕구가 그렇게 강하다고는 볼 수 없다.

일하지 않는 구실이 너무 많다. 일해 본적이 없다, 그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마음에 맞는 일자리가 아니다, 급여가 적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출퇴근이 힘들다, 구속당하기 싫다 등.

이러한 이유로 일할 기회를 놓치고 점점 근로의지는 꺾인다. 한번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면 안주하는 경향도 있다. 그렇게 장애인의 삶은 하향평준화가 되어가고 있다.

이는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미국과 북유럽에는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고 일하려는 장애인에게 제도를 집중하는데 10년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중도장애 이후에 줄곧 직장생활을 해온 필자는 한편으로는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삶들이 부러울 때도 있었다. 몸이 아파도 일해야 하고 너무 많은 업무와 스트레스에 ‘에이 그냥 나도’라고 할 때도 솔직히 있다.

인간에게는 일하지 않을 권리도 있는데 너무 일하라고 강요하지 말라는 부류도 있다. 솔직히 일하지 않을 권리를 찾기에는 우리는 너무 일해 본 적이 없지 않은가.

장애인의 근로의지를 높이는 현실적인 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현재의 제도는 근로자가 아닌 고용주에 집중되어있다. 물론 고용주의 환심을 살려면 어쩔 수가 없다 해도 시각을 180도 바꾸어 근로자의 근로 의지를 높이려는 노력도 같이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일하는 장애인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은 불안감도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장애연금 안내 사이트. ⓒ이찬우

19대 국회 마지막 회의에서 국민연금법이 개정이 되었다. 전업주부(경력단절여성)도 ‘장애연금’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10년 이상 보험료를 냈거나 최근 5년 동안 3년 이상 보험료를 내는 등의 조건이 맞으면 장애연금이 나오게 바뀌었다.

예를 들어 전업주부 여성이 아이 교육을 마치고 일자리를 구해 3년 일하며(월 소득 200만원) 보험료를 납부하고 일을 그만뒀다. 다시 전업주부로 돌아간 뒤 사고를 당해 1급 장애가 생길 경우 지금은 장애연금이 없지만 앞으로 월 47만원을 받는다. 올 11월부터 시행예정이다.

부럽기도 하고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사실 장애인근로자 중에는 장애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 주위에 많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진 경우, 필자처럼 국민연금 제도 시행 이전에 중도장애가 된 경우, 제도 시행 이후에도 국민연금을 납입하지 못할 상황에서 장애인이 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장애연금을 받을 수가 없다. 그러나 계속 일을 하면서 국민연금은 납입하고 있다.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필자도 국민연금 시행 바로 몇 달 전인 1987년 8월에 사고로 장애인이 되었다. 그래도 퇴원 후에 다시 직장을 다니었고 이제까지 열심히 국민연금을 내면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정부는 장애연금을 받지 못하면서 국민연금을 납입하고 있는 장애인근로자를 위한 특단의 과감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장애를 가진 후에도 일정기간(예, 납입 총 기간 10년 이상)동안 국민연금을 납입했다면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과감한 시도가 있어야 장애인들이 일에 대한 동기가 생기고 장기근속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 노후를 위한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노후준비가 되어야 국가도 이익이다.

장애인의 근로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없는데 누가 일을 하고 싶겠는가? 실질적으로 장애인 근로자에게 혜택이 많이 갈 수 있는 다양한 고민들이 쏟아져야 한다. 근로자 주택도 제공하고 보조기기도 과감하게 지원하고 미친 듯이 지원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일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은 국가가 당연히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일을 할 수 있고 일을 하고 싶은 그 어떤 장애인에게도 근로의 기회를 주는 사회가 복지사회이고, 근로하는 장애인이 우대받는 사회가 생산적인 복지사회이다.

우리는 생산적인 복지사회에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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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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