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는 SNS(Social Network Service : 사회적인 연결망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일상 및 정보를 공유하는 활동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고 하루 일과 중 SNS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에 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SNS로 인한 부작용 및 폐해가 언론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뤄지기도 하며 SNS 활동을 통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SNS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만큼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농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SNS는 페이스북인 것 같다. 그런데 몇 년 동안 농인들의 페이스북 이용행태를 들여다보면서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페이스북을 활용하는 농인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소수의 농인들만이 자신의 글을 올리고 있을 뿐 대다수의 농인들은 지인의 글을 보며 ‘좋아요’를 누르거나 간단한 댓글을 다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마저도 하지 않고 담벼락에 붙어서 보기만 하는 농인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 같다.

왜 농인들은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페이스북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한글이기 때문이다.

수어를 자신의 모어로 하는 농인에게 있어 한글은 제2외국어와도 같다.

그래서 문해력이 좋은 농인 또는 SNS 활동에 대한 욕구가 있는 농인들 중 일부만 페이스북을 활발하게 이용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SNS는 다수의 농인으로 하여금 또 하나의 소외를 낳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 농인들이 꼭 한글로만 페이스북을 이용하여야 할까?

자신의 모어인 한국수어(동영상)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올리기도 하고 좋은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끔씩 농인 이용자가 지인의 페이스북을 공유하는 형태를 통해 해외 농인들의 페이스북 활동을 접하게 되는데 해외 농인은 글이 아니라 자신의 언어인 수어를 통해 활발하게 SNS를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한국의 농인들 중에서도 간혹 수어를 통해 SNS 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긴 하나 매우 미미한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필자는 농인들이 SNS 활동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욕구는 있으나 한글로 올리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되어 지레 포기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많이 느끼고 있다.

같은 농인이 올린 것이라 하더라도 한글로 올린 글에 대한 반응과 한국수어로 올린 동영상으로 된 경우의 반응은 말 그대로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한글로 올린 페이스북 조회수와 비교할 때 한국수어 동영상 형태로 올린 경우 엄청난 조회수가 나온다. 이러한 현상이야말로 농인의 접근성과 수용성이 용이한 언어는 한글이 아니라 한국수어임을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이제 우리 농인들도 SNS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움츠려들지 말고 한국수어를 통해 자신의 일상과 생각, 느낌, 다양한 소식들을 활발하게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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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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