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선거를 앞두고 거소투표를 신청한 사람은 9만 7천명이다. 선관위는 장애인 등이 투표장에 가는 불편을 고려하여 거소투표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는 참정권의 보장이라는 점에서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고 권리를 행사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거소투표란 투표장에 가지 않고 미리 투표용지를 신청하여 거주하는 곳에서 투표를 하는 부재자투표의 한 방식이다.

19대 총선에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거소투표를 이용한 부정선거가 28건이 있었다고 국회에 보고된 바 있다.

그 때에 강릉시립복지원에서는 거소투표 부정으로 인하여 30명의 장애인의 이름으로 신청된 투표용지에 한 복지사가 대리하여 투표하여 벌금형을 받았으며, 그 외 18명이 강릉시 거소투표 관련 고발을 당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전력이 있는 복지원이 20대 총선에서 또다시 부정투표 의혹에 휩싸였다. 거소투표 부정 신청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복지원은 이용자 52명에 대해 거소투표 신청을 하였는데, 모두 한 사람이 한 것이었다. 필체가 동일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선관위는 필적이 사무국장의 필체라면 52명의 부정으로 보아야 할 것인데, 36명의 대리 신청으로 사건을 판단하여 검찰에 고발했다.

36명의 부정신청 중 18명은 전혀 의사표현 능력이나 인지능력이 없어 신청의 의사표현 자체가 불가능하다. 자신의 이름도 모르는 장애인들인 것이다. 선거가 무엇인지 개념조차 없다.

나머지 18명은 의사표현 능력이 있지만 글을 모르는 자로서, 신청을 부탁한 적이 없다고 했다.

복지원의 사무국장은 ‘장애인이라고 투표를 못하나요?’라고 하면서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대리 신청했음을 항변했다.

그렇지만 선거법 247조(사위등재 허위날인죄)에서는 분명히 대리 신청을 금하고 있으며, 정말 장애인의 권리를 생각했다면 신청에 대한 동의와 결과에 대한 고지가 있어야 했을 것이다.

가정에서 거소투표를 신청할 경우 거소투표는 가족이 대신 투표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전국의 9만 7천명이나 되는 거소투표 신청자를 모두 감시하기에는 국가의 여력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장애인집단거주시설에서 거소투표를 실시할 경우 공공참관자나 정당추천인을 배석하도록 하자는 주장은 오래된 말이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이러한 방법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고발된 복지원은 부정선거의 전과가 있어 강릉시민행동에서 눈여겨 감시를 하고 있었던 기관이다. 사건의 발견은 선관위에서 동일한 필체로 무더기 신청이 되어 적발한 것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배석인도 한 편이 되어 부정을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각 당의 추천인으로 복수 배석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거철에 무척 바쁜 선거 후보자들이 이러한 사람을 배석하는 것까지 신경 쓰기에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공익배석인(참관인)이나 선관위원을 복수로 참관시키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CCTV를 설치하여 감시하자고 주장하는데, 이는 투표하는 장애인의 개인 프라이버시의 문제가 생기거나 비밀선거에 저촉될 가능성도 있다.

거소투표는 반드시 장애인 스스로 하거나 부탁하여 대리로 신청한다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의로 신청을 대리한 후 투표 시에는 누구를 찍을지 장애인에게 물어서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할 생각이었다고 하더라도 법을 어기는 것이다. 물론 이번 사건에서 악의성이나 고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재판 과정에서는 선의라고 주장하여 처벌을 가볍게 하도록 노력할 것은 뻔하다.

장애인에게 선거에 대한 정보를 설명해 주고, 의사표현 능력은 있지만 투표 절차를 혼자서 하기 힘들다면, 글도 모르고 투표용지 작성도 어렵다면 구두로 물어서 대리로 투표하는 것은 비밀선거의 위반으로 볼 수도 있으나, 그래도 권리를 행사하게 한다는 점에서 감독 하에 가능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

장애인집단거주시설에서 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부정선거가 발생하는가? 첫째, 가장 확실한 특정인 지지를 받아낼 수 있다. 다음으로 이런 행동을 통하여 특정인에게 과잉 충성하여 복지관의 행정적, 정치적 이득을 꾀할 수 있다.

같은 지역 유지나 토호세력으로 정치인 하나 정도는 인연을 맺고 있어야 복지사업도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들키지 않으면 좋고 들키면 한 직원이 죄를 뒤집어쓰고 마는 구조 속에서 사회복지사들은 희생될 수 있다. 선관위나 검찰은 적발이나 처벌 몇 건의 실적이 아니라 원천적 문제를 파헤쳐 근절시켜야 할 것이다.

이것은 선거법 위반의 한 사건이지만 시설에서 장애인의 권리가 어떻게 묵살되는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에 불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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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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