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마을이 핀란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산타마을 모습. ⓒ하석미

가는 겨울이 아쉬워서일까. 1월의 시작시점만 해도 포근했던 날씨는 연이어 영하를 달리고 있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폭설이 온 곳들이 많아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우리는 집안 창문 너머의 눈만 구경할 뿐이다. 눈이 가진 그 매력에 퐁당 빠져보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방송에서는 여기저기 눈꽃축제, 썰매축제다 해서 겨울축제를 펼치는 곳을 소개한다. 휠체어를 이용해서 눈길을 달릴 수는 없지만, 가는 겨울이 아쉬워 기차를 타고 설경을 보고 왔다.

오늘 휠체어로 떠나는 여행이야기는 “순환열차, 협곡열차” O-트래인과 v-트래인 관광열차 여행이다.

"O-트래인" 순환하는 관광열차. ⓒ하석미

O-트래인 열차는 중부내륙을 순환하는 관광열차, v-트래인은 백두대간 협곡열차이다. 중부내륙 3개 도시, 강원도와 충청북도, 경상북도를 하나로 이어주는 열차. 하루 동안 O-트래인 열차를 타고 V-트래인 열차로 환승해서 3개의 도를 다 둘러보려면 열심히 달려야 한다.

중부내륙 순환열차 O-train / 백두대간 협곡열차 V-train 운행 노선도. ⓒ하석미

O-트래인 열차의 O는 “One”의 약자 순환을 상징하는 모양이다.

나는 서울역에서 8시 15분 O~트래인 열차를 타고 출발했다. 출발해 조금 달리다 보면 제천역에 11시 5분쯤 도착해서 관광객을 다시 태운다. 이때 부터 원을 그리면서 3개 도를 돌기 시작한다.

얼음 속의 시냇물은 흐르고. ⓒ하석미

제천을 출발한 열차는 가장 먼저 영월역에 도착하는데, 영월역은 고풍스러운 한옥 모양으로 된 검은 기와지붕이 참 인상적이다. 그 옆 길목에서는 눈 덮인 들녘도 볼 수 있다.

시냇물이 흐르는 곳곳에는 살얼음 얼어 있기도 하고 얼음 밑으로 맑게 흐르는 물줄기도 볼 수 있다. 휠체어를 이용해서는 보기 힘든 풍경들을.

달리는 기차 안에서 보는 활짝 핀 눈꽃나무들의 모습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다. 기찻길 좌측으로 옛 간이역이 유네스코에 등록된 정성 아리랑길도 볼 수 있다. 그 길을 지나면 민둥산과 고한역을 지나서 추전역에 도착한다.

추전역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역 그래서 그런지 이때부터 열차의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는데, 그 곳에서 10분 정도 정차한다.

추전역과 태백역을 지나면 철암역이 나오는데 나는 여기서 내려 V-트래인으로 갈아탔다. 역무원들의 놀랜 기색이 역력했다. 휠체어 이용하는 장애인이 처음이라 탑승이 가능할지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친절한 역무원들 덕분에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었다.

V-트래인은 옛날 열차를 개조해서 만들어서 열차 안에는 없는 게 많았다. 화장실, 선풍기, 히터도 없다. 여름에는 에어컨 대신 창문을 열고 자연 바람과 친구하며 달리고, 추운 겨울이면 땔감을 넣는 난로가 히터를 대신한다. 고구마나 밤을 가져오면 구워주는 서비스도 있다고 한다.

자연 속에 자연 겨울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했다. ⓒ하석미

첫 출발지인 철암역의 풍경은 한마디로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다. 석탄을 캐는 철암역은 마을 전체가 석탄가루에 뒤덮여 나의 어린 시절로 시간 여행을 온 듯했다. 그것 때문인지 여러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1450미터에서 석탄을 캐는데, 이 무연탄을 전국 연탄공장으로 보낸다고 한다.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가이드분이 설명을 해준다. 승부역으로 달리는 기차 안에서 태백의 비경을 볼 수도 있다. 물이 산을 뚫어서 생겨났다는 신비로운 태백의 비경 '구문소'도 살짝 엿볼 수 있다. 엘크사슴을 키우는 농장도 있고, 거북바위 두 마리도 볼 수 있다.

열차는 승부역에서 5분간 정차한다.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라고 한다. 열차가 아니면 갈 수 없는 수송의 동맥이고 또 영동의 심장이라고 한다. 열차가 달릴 때면 여러 터널을 만나는데, 터널을 지날 때면 열차 안에는 오색 빛이 찬란하다. 멋진 트리, 추억의 가요를 들으며 옛 추억에 더 젖어든다.

느림의 미학을 맛볼 수 있는 시간. ⓒ하석미

우리나라에서 제일 작은 간이역인 양원역, 전국 최초의 민자역사를 만난다. 그 곳에서는 느림의 미학을 맛볼 수 있다.

8분간 정차하는데 할머니들이 팥떡, 돼지껍데기에 잔술로 막걸리도 팔았다. 내리기 힘들었던 내게 역직원이 사다주겠다고 해 배고픔을 달래기도 했다.

또 다시 달리다 보면 낙동강을 옆에 끼고 달린다. 낙동강이 다 넓다고만 생각하는데 좁은 낙동강을 볼 수도 있다.

나뭇가지에 꽃이 피었다. "눈꽃" ⓒ하석미

루돌프 사슴코와 산타 할아버지의 환영. ⓒ하석미

마지막역은 분천역이다. 내리기도 전에 와~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산타마을은 핀란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산타마을이 있다. 작은 분천역은 바로 그곳 경북 봉화에 위치한 분천역은 역 전체가 산타마을이다. 루돌프 사슴코와 산타 할아버지가 반기고, 산타가 굴뚝을 타고 올라가는 장면을 볼 있고, 아이들을 위해서 눈썰매도 탈 수 있다.

느림카드 한장에 사랑과 행복담아. ⓒ하석미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분천역 대합실. 대합실 안에는 나무 난로가 중앙에 있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놨다. 크리스마스카드도 판매하는데, 그 수입금은 좋은 일에 쓰인다고 한다.

일명 '느림카드'라고 해서 작성해서 보내면 1달 뒤에 도착한다고 해서 나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 장 보내고 왔다. 받는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분천역 근처 식당들. ⓒ하석미

* 여행 수첩

가는 길 안내

=> 코레일 1544-7788번 예약하시고 가시면 됩니다. 1급 장애인 경우 예상 교통비 43,000원.

먹거리 안내

=> 열차 이용하는 시간이 많은니 삶은 달걀, 사이다 준비하시면 됩니다.

분천역 근처 식당 있음.

편의시설 안내

=> 장애인화장실 기차 환승역 이용 가능

열차 내에 콘세트가 있었서 핸드폰이나 휠체어 충전도 가능

문의사항 안내

=> 네이버 카페 "휠체어로 떠나는 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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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미 칼럼니스트 삶은 여행이다. 우리는 삶이라는 여행 속에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같은 곳을 여행해도 느끼고 남기는 것은 각자가 다르듯 살아가는데 있어 여행이란 각자의 영혼을 살찌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영혼의 살찌움이 비장애인들에게는 늘 당연했던 것이 우리 장애인들에게는 항상 특별한 행사로만 여겨져 왔으며 여행이라는 단어 또한 사치로만 느껴져 왔다. 그 사치로만 느껴왔던 여행을 하석미의 휠체어로 떠나는 여행이야기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떠나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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