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청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 중의 하나가 보청기 착용과 관련된 것이다. 대부분 필자가 만나는 청인들이 왜 농아인들이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곤 한다. 그 질문의 배경에는 보청기를 착용하면 잘 들리게 되고 그러면 들리지 않아 겪어야 하는 불편함이 해소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나는 농아인들의 보청기 착용은 습관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려서부터 보청기를 착용해 왔던 농인들은 보청기 착용을 하지 않았을 때의 상태가 불편하다고 느끼게 되므로 습관적으로 보청기를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청기를 착용한 농아인들에게 상대방의 말을 정확하게 들을 수 있느냐고 질문을 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경우가 많다. 개인차가 있지만 중장년층의 농아인들은 언어치료나 청능훈련을 동반하지 않고 단순히 보청기를 착용만 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청기를 착용했다고 해도 상대방의 말을 변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다만 보청기를 착용했을 경우 소리의 유무는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반면 어려서부터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았던 농아인들의 경우에는 보청기를 착용할 경우 개인의 청력상태에 따라 적응기간을 두고 보청기 착용에 적응해 가야 하는데 이 기간을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보청기의 성능이 매우 우수해 지고 있어 부모나 형제들이 농아인 가족에게 보청기 착용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게 구입한 보청기가 집안에서 뒹구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일반적으로 청인들은 농아인이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으면 자신이 하는 말을 다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알고 말을 하게 되는데 정작 농인은 보청기를 통해 말을 변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인공와우 시술을 받고 청능훈련과 언어훈련을 병행하여 보청기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 또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농아인이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음성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청인들이 잘 이해하고 그에 따라 상대방 농아인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의 의사소통 방식을 명확히 알고 대화를 나누는 자세가 농인 당사자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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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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