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총련)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은 국회의원 비례대표를 우리 손으로 각 당에 추천하겠다며 단체의 참여를 제안하였고, 많은 단체들이 오픈 프라이머리 행사의 주최자로 참여하였다.

그리고 장애인 비례대표 국회의원 오픈 프라이머리 위원회는 각 당에 우리가 후보자를 추천하면 반영하겠는가에 대하여 요청을 하였고, 각 당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왔다며 선거인단을 구성하였다.

선거인단은 참여단체의 규모 등을 감안하여 몇 명으로 배정할 것인가와 추천인을 선정하는 문제로 여러 차례 열띤 회의가 있었고, 단체가 정치적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고, 참여 단체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유리한가의 여부에 따라 밀고 당기는 논쟁도 있었다.

장총련과 한국장총의 대표는 후보를 추천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다할 것이고, 자신들은 경쟁에서 빠짐으로서 객관성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하였고, 여당과 야당 장애인 당사자 후보자들은 정견발표와 함께 투표에 적극 응했다.

장애인 오픈 프라이머리 위원회가 추천한다고 하여 당이 그 사람들 중에서 공천한다는 보장도 없었고, 추천 투표에서 탈락을 하였다고 당에 후보자 등록을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후보자들은 열심히 후보등록을 하였고, 장애인들 앞에서 발표와 투표를 진지하고 엄숙하게 진행하였다.

결과는 후보자 중 단 한 명도 공천을 받지 못했고, 행사 주관 단체장만이 공천을 받았으며, 참여한 후보자들은 엉뚱한 짓을 했다며 후회도 하고, 부끄럽기까지 했으며, 오픈 프라이머리 위원회에 농락당한 기분까지 들었을 것이다. 애써 나름 의미가 있었다고 말을 했지만 내심 망신스럽고 체면을 구겼다고 느꼈을 것이다.

장애인단체들은 응집력이 분산되는 결과를 가져왔고, 신뢰성도 많이 실추되었다. 그러나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것은 아니었다.

긍정적 답변을 들었다는 것이지, 당의 행사가 아니었기에 구속력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장총련과 한국장총의 대표 모두가 국회로 진출한 결과를 낳았는데, 이는 장애인들이 오픈 프라이머리 행사를 하는 것을 보고 그 주최자들의 정치적 역량을 높이 사서 당에서는 대표들을 공천하게 되었다는 말도 있어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도 있었고, 진행만 하고 스스로는 나서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므로 배신으로 생각하여 원망하는 이도 많았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행사를 하지 못할 것이다. 다시 또 배신을 당할 수는 없다며 아름다운 축제로서 장애인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추천을 위한 오픈 프라이머리 행사는 다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다시 오른 프라이머리 행사가 요구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도 상향식 공천으로 하겠다고 발표를 하였다.

당규에 의하면, 장애인·여성 등을 고려하여 공천한다고 하였지, 장애인에게 반드시 할당한다는 규정은 없다. 장애인에게 가점을 주는 것 역시 당헌당규에 의무사항으로 되어 있지는 않다.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에는 가점은 명확히 되어 있으나, 비례대표에서 장애인을 할당하는 것은 명확하게 규정된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비례대표가 상향식 공천으로 되는 것을 상상해 보면,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로 구성된 틈에서 장애인 후보자도 공천을 위한 경선을 해야 하는데, 장애인 당사자는 매우 불리할 것이고, 가점을 준다 해도 그 동안 관행처럼 만들어진 비례대표 2번의 장애인 비례대표 공천은 위기를 맞을 것이다.

새누리당 대표가 비례대표 공천 역시 상향식으로 한다고 했으니, 장애인 비례대표 몫은 그대로 유지를 해 달라, 장애인 대표는 직능 대표로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이므로 가점이 아니라 장애인계에서 상향식 공천위원회를 구성해서 행사를 하도록 인정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대세도 아니었고, 당에서 확정된 약속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지금 상향식 공천을 당에서 스스로 하겠다고 공표하는 마당에 장애인계의 정치적 역량과 장애인의 정치적 참여권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이제 누가 당에 가서 이러한 요구를 하고, 협상을 하여 답을 얻어 올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장총련과 한국장총의 대표가 이제 대표값을 제대로 할 과제가 생겼다. 서로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같이 당대표를 찾아가 장애인계에서 행사를 통한 공천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여야 한다.

그리고 공천 방식과 선거인단 구성 등의 규정을 정하고, 참여단체를 제안하여 주관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 완전하지 못한 오픈 프라이머리 실패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실패가 지금의 행사에 큰 경험이 될 것이다.

야당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선거 문화와 장애인의 정치적 역량 강화를 위해서라도 한 당만 공천하는 반쪽이라 하더라도 오픈 프라이머리를 장애인의 손으로 치러야 한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다른 당에서도 장애인의 역량을 인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 장애인계가 과거의 상처에 연연하지 말고 다시 뭉쳐야 한다. 다시 한 번 국회의원 비례대표의 오른 프라이머리를 우리 손으로 해 보자.

장애인계가 많은 시민단체의 모범이 되고 국민들의 주관심사가 되는 계기도 될 것이고, 장애인의 정치적 역량이 확장되어 장애인들의 사회적 지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장애인들이 고개들과 어깨 힘주고 거리를 다니며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행사에서는 추천인단을 선정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공식적으로 공천인 1명을 뽑는 진정한 게임을 해 보자. 아픈 상처를 잊고 더 큰 마음을 가지고, 다시 한 번 해 보자. 과거의 실패에 사로잡혀 있기에는 이번의 기회가 너무 아깝다.

우리의 힘을 보여 주자. 그리고 기회를 잡자. 과거에 갇혀서 기회를 놓친다면 더 많은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상향식 공천을 우리 손으로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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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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