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음악코미디영화 ‘미라클 벨리에’. ⓒ에이블뉴스DB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는 2015년 프랑스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 제40회 세자르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였으며 국내에서도 8월에 개봉이 되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였다.

미라클 벨리에는 이 영화의 실재 주인공인 코다(농인 부부에게서 태어난 자녀, CODA: Children Of Deaf Adults) 베로니크 풀랭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소설 “수화, 소리, 사랑해”를 각색한 영화이며 그녀의 소설은 한국어로도 번역 되어 출간되었다.

공연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베로니크 풀랭은 소설 속에서 코다로 성장하면서 자신이 겪은 일들을 아주 솔직하게 묘사하고 있다.

"나는 두 개의 언어로 말한다. 내 안에는 두 개의 문화가 살고 있다.

두 세계로의 항해.

말과 수화.

두 개의 언어

두 개의 문화

그리고

두 개의 나라."

짧은 글이지만 코다의 삶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문장이다. 그녀의 자전적 소설을 손에 붙잡자마자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그녀가 코다로서 겪어 왔던 삶의 순간순간이,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문화적 차이는 있었지만 내가 주위에서 본 코다들의 삶과 너무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들을 수 없어 운다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음을 너무 일찍 알게 된 그녀, 어린 시절 한시도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던 부모님을 기억하는 그녀, 사람들의 집요한 시선을 피해 수화로 대화하는 것을 자제했던 기억, 평범한 부모님을 갖고 싶었던 바램,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지겨움,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버거웠던 순간들, 들을 수 없는 농인 부모가 내는 수많은 소음들로 인한 일상적인 스트레스까지. 그녀의 삶은 오늘을 사는 수많은 코다들의 삶과 맞닿아 있었다.

그녀는 고백한다.

"슬픔

분노

폭력성

살기.

내 안에 살아 있던 그 모든 것을 기억한다.

난 내 부모님을 정말로 지키고 싶었다.

나는 부모님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창피함, 분노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했다."

코다로서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러나 그녀는 또한 고백한다.

다른 사람들은 농인 부모를 둔 것을 끔찍한 일로 여겼다

난 아니었다.

아무 상관없었다. 그런 것들은 내게 당연한 일이자, 내 삶이었다."

영화에서 부모와 남동생 모두 농인인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청인인 딸 폴라가 합창부에 가입하게 되고 그녀의 천재적 재능을 발견한 선생님의 권유를 통해 파리에 있는 합창학교 오디션에 가게 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자신들과 세상을 이어주던 딸이 자신들의 곁을 떠나려 한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부모님들에게 폴라가 수화와 노래로 함께 부르는 비상의 가사는 코다인 그녀의 마음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 저는 떠나요

부모님을 사랑하지만 전 떠나기로 했어요

이제 부모님에게는 더 이상 아이는 없는 거예요

난 도망치는 게 아니라 날아 가는거야

...

어제 그녀는 나를 쳐다보았지

걱정스러워하고 불안 해 하는 나의 엄마

...

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해줬지

모든 게 다 잘 되고 있는 느낌이야

그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아빠

웃음을 지었네

돌아 보지마

조금 더 멀리 가자

여기 역이 있고 또 다른 역이 있어

그리고 마침내 대서양이야

이 길을 가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어

부모님이 의심스러워 하진 않을까

눈물이 흘렀어

...

이 감옥은 참 이상해

나의 마음을 막고 있는 이 감옥

더 이상 숨을 쉴 수가 없어

노래하는 것을 힘겹게 만드네

...

오늘 밤

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날아가는 거야

나는 날아가네, 비상하네."

우리사회는 드러나지 않는 코다들의 어려움을 알지 못하고 있다. 농인에 대한 정책은 있지만 코다를 위한 정책은 언어발달지원서비스 외에는 거의 없고 이 서비스 또한 모든 코다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있다.

농인 당사자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코다들에 대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