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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평생 살아온 나의 어리석었던 어릴 적 ‘고백’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11-24 13:36:34
나는 이제야 고백을 한다. 아주 어린 시절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였을 것이다. 내가 어린 시절은 60년대 초였으니 6.25전쟁으로 인한 상이용사들이 살아가기 힘들고 먹고 살기 힘들어서 부상당한 상처를 무기로 구걸을 하기도 했고 협박을 하여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전쟁 후의 폐허 속에서 병이 발병해도 치료를 할 겨를 없어 장애를 갖기도 했고 죽음에 이르기도 했다. 소아마비도 창궐했고 그래서 길을 가다보면 지체장애인을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었지만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을 보는 듯 쳐다보고 또 뒤돌아 쳐다본다.

그것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도 너무나 또렷하고 선명하게 떠올려지는 얼굴이 있다. 나이는 중년쯤 되었을까? 상의는 주황색의 체격보다 큰 점퍼를 입었고, 하의는 보통 바지를 입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꼽추(척추장애인을 낮잡아 부르는 말)였고, 등이 굽을 대로 굽어서 낮은 키에 점퍼가 상체를 가리고 있었다. 나와 같이 갔던 친구들은 다함께 놀리기를 시작했다.

“아저씨 병신아저씨, 꼽추래요. 병신이래요.”

아저씨는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발걸음을 재촉하여 달아나듯이 멀리 사라졌다. 아이들과 나는 어디까지 쫒아가면서 놀리기를 계속 했고 골목까지는 따라가지 않았다. 나는 그 때 이후로 놀렸던 상황을 잊고 지냈다.

초등학교 1학년을 거의 마칠 무렵 나는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 이전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정해진 시각이면 여지없이 누워있거나 기운이 없어서 잠을 자거나 했다.

목욕을 시키면서 어머니께서는 등이 굽어지는 것을 발견하셨고, 전전긍긍 병원을 다니지만 병명을 알아내지 못했다. 등은 빠른 속도로 굽기 시작했고 종합병원을 찾았을 때의 병명은 척추결핵이었다.

접수를 했으나 수술은 바로 잡히지 않았고 반년이 지나 10시간의 대수술을 마치고 1년여의 휴식을 하면서 깁스를 풀었다.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나는 놀림을 받았다. 심하게 등이 굽지는 않았지만 남들이 보기에 놀림을 받을 정도로 드러날 수 있었다.

“저기 병신 간다. 야 병신아! 꼽추 등아!”
아이들은 내 뒤를 따라오면서 큰 소리로 놀렸고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뛰어서 도망갔다. 병신이라고 놀렸더니 내가 병신이 될 줄이야!

여상을 졸업하면서 모 은행 입사시험을 보았으나, 당연히 떨어졌다. 흔적만 있어도 떨어지던 시대였다. 간신히 개인사업체에 취업을 하여 돈을 벌면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서 쓰려니 했으나 적은 급여로는 턱없는 일이었다.

나의 진로를 특수교사로 결정하게 된 이유도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장애인들을 이해할 것 같았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특수교육을 하면서 나는 직업재활에 전문가가 되어서 장애학생들을 취업시키는 일에 전념했다.

작년에 특수학교로 전근을 오면서 수민이와 나는 약속을 했다.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가더라도 너는 꼭 취업시켜줄거니 안심하고 공부 잘하고 있거라.”

올해 00플라자 주방보조에 구인의뢰가 들어와서 자신 있게 수민이를 추천했다. 7남매의 장녀인 수민이는 동생들이 모두 장애를 가지면서 늘 주방일은 엄마와 함께 일했고 엄마가 안 계실 때는 도맡아 일하면서 동생들을 돌봤다.

주방일은 아마도 나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 실력이 대단하다. 못하는 반찬이 없고 요리를 해 놓으면 군침이 절로 솟는다. 주방보조 업무이니 수민을 추천했고 수민이도 좋아라했다.

3개월 실습을 마치고 엊그제 나를 찾아왔다. 아직은 고3이라서 기말고사를 보고 시간이 있어 찾아 온 것이다.

준이와 형진이랑도 함께 왔다. 아이들은 나를 보면서 얼싸안고 그동안 보고 싶었던 마음을 보여주었다. 3명 모두 취업을 해서 월급을 받고 있었고 궁금했던 일들과 지난 일들을 재미있게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준이는 엄마가 안계시면서 나에게 엄마가 되어 달라고 하며, 내 나이를 25살로 보는 녀석이다. 선생님이 다른 학교에 계서도 마음은 함께 하는 것 같다고 하면서 취업을 하더니 어른 같은 소리도 한다. 수민이와 아이들은 선물과 편지를 내밀었고 나는 편지에 눈이 갔다. 얼른 열어보았더니 눈에 익은 글씨가 정겹게 다가왔다.

"To 황윤의 선생님께
선생님께서 성은학교에 계시는 것이 마지막이라 가슴이 막막해집니다.(내년에 성은학교에서 퇴임하는 것을 잘도 기억하였다.) 제가 1학년 때 철이 없던 시절에 사고도 치고 시끄럽게 굴고 자세를 불량하게 한 것도 죄송합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철들고 칭찬도 받고 어른스럽다는 말을 많이 듣기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준비한 떡도 맛있게 드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
2015.11.17. 화 최 준 올림"


수민이는 힘들고 어렵지만 참아내고 일할 것이고 선생님께서 힘들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썼다. 참으로 예쁜 녀석들이다.

이렇게 사랑스런 아이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어 개탄에 개탄을 한다.

핵폐기물보다도 못하고 쓰레기 매립장의 쓰레기보다 더 볼 수 없고, 만나면 안 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 밑바닥부터 올라오는 울부짖는 탄식을 글로는 표현을 다할 수 없다.

30년 특수교사 생활을 하면서 순수하고 거짓 없고 우리 아이들이야말로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가진 아이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이기에 아이들을 만나면서 나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게 되었고, 내가 장애인이기에 우리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기도 한다. 내가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이 아이들을 어떻게 만날 수 있었겠는가.

어제는 초등선생님께서 수업을 하다가 아이와 부딪쳐서 뒤로 넘어져서는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조심스레 다가와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는 눈길을 보면서 선생님은 그 눈길에 감동받고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순수한 눈길을 언제까지고 잊을 수 없을 것이고, 선생님은 그 사랑의 힘에 얼른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고 했다.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왜 핵폐기물보다 못하고 쓰레기보다도 더 못하다고 하는 것인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루 한 시 앞날도 내어다볼 수 없는 인간인데, 살면서 자신이 장애인이 안 될 것이라고 장담할 사람 있겠는가!

나는 60평생을 살면서 병신이라고 놀렸더니 내가 병신이 될 줄을 몰랐던 어리석은 나를 질책하면서 오늘 또 깊이 참회한다.

미안함을, 죄스러움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특수교사로 재직하면서 그 미안함을 갚았을까? 인과응보의 자연 순리를 모르고 산 나의 잘못을 죽을 때까지 참회하면서 죄를 덜어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살면서 가장 잘 한 선택은 우리 아이들을 만난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인간됨은 부모가 늙고 병들었다고 멀리 하지 않을 것이며, 부모의 은공을 부모 곁에서 지고의 사랑으로 돌려줄 것이다. 배반하거나 버리거나 모른 체 하지 않고 얼굴의 주름을 어루만져 줄 아이들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이 세상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면서 행복한 미소를 머금을 수 있도록 열정과 소신을 다했다. 장애인과 함께 한 나의 삶은 너무도 자랑스럽고 나 자신에게 매우 잘했다고 다독거리며 칭찬한다. 사랑하는 아이들이 함께하기에 내일도 힘을 내고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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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황윤의 (hwang926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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