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경이는 얼굴이 예쁘고 상냥함과 애교를 갖고 있으면서도 남학생들에게는 여성 특유의 톡톡 튀는 거절로 남학생들이 접근하고 싶은 데에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매력이 넘치는 사랑스런 제자다.

자신이 이성 관계에서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여 안심을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본능이 있기에 마냥 안심은 금물이라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곤 했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인경이는 파리크라상의 케이크 상자를 만드는 회사에 취업했다. 직장생활 역시 학교생활처럼 성실하고 살짝 미소 띤 얼굴에 동료나 상사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3년쯤 지났을 까 하는데 그 때에도 사후지도를 하느라 회사에 들렀다. 사장님께 먼저 인사를 드렸는데 “요즘 인경이에게 좋은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아요. 회사 내에서 좋은 사람을 만났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하시며 ‘허허’ 웃으셨다.

지난 번 왔을 때에는 사회적으로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등 경제관련 말씀을 해 주셨는데 오늘은 아이들에 대한 말씀을 하신다. 바쁘신 중에도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대단하시기에 한 명 한 명 각자의 직장생활을 알고 계신다. 그러기에 아이들은 사장님을 따르고 좋아하고 사장님 얘기만 나와도 신이 난다.

바로 작업장에 들러서 반장님을 찾아뵈었다. 반장님의 표정이 밝지 못하시니 무슨 일인가 있는 것을 짐작했다. “글쎄 인경이가 사내에서 민석이를 사귀는데 아침 출근할 때부터 시작해서 손을 잡고 다니고 식당을 갈 때에도 사무실에 심부름을 갈 때에도 손을 놓지 않고, 작업할 때에도 각 각 다른 업무를 다른 장소에서 하도록 해도 어느 사이엔가 함께 일을 하고 있으니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누가 얘기를 해도 듣지 않고 부모님들께서 말려도 안 되니 선생님께서 해결을 좀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신다.

아니 아까 사장님께서는 허허 웃으시며 긍정적으로 말씀하셔서 좋은 일인가 했더니 반장님의 말씀 들으니 상황이 심각하다. 누구의 말도 통하지 않고 오로지 둘이 좋은 것뿐이다. 서로 좋아한다는 것은 우리 아이들 사이에 참으로 반가운 일이지만 어떤 태도나 방법을 취할지 몰라서 일반인들 사이에서 통하기 어렵고 직장생활의 단체생활에서 어려움은 클 수밖에 없다.

가르치고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휴식시간을 이용해서 인경이와 민석이를 만났다. 천천히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둘은 서로 좋아하는 것을 인정했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지극하게 행복해했다.

“얘들아 회사에서 서로 좋아한다고 손을 잡고 다니는 사람 있느냐? 보았느냐?” “아니요, 없어요. 그런 사람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너희들은 출근할 때부터 일할 때에도 손을 잡기도 하고 식당에 갈 때도 손잡고 가고 퇴근할 때도 그렇게 하지 않느냐?” “네에~ 선생님.” 대답하며 방법이 잘못되었음을 다소 아는 듯 고개를 떨군다.

“너희들이 좋아하는 것은 알지만 다른 사람들이 안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일도 안 되고 하는 것을 아느냐? 지금까지 반장님께서 말씀하셔도 안 되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셔도 안 듣고 계속해서 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만 하니까 할 수 없다.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내일부터 당장 출근하지 말거라.”

나는 호되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그렇지 않으면 들으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고 다시는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퇴근 후 회사를 나가서는 손을 잡고 다녀도 된다고 들려줬다. 이유는 다른 사람들도 좋은 사람끼리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을 이해하도록 했다.

이후 반장님께서 전화를 주셨는데 아이들이 손을 놓고 다니며 각자의 업무에 충실하다고 좋아하셨다. 좋아하는 감정을 감출지도 알고 표현하는 방법과 장소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더욱 좋아한 분은 인경어머니이시다. 혹시나 이해되기 어려운 행동으로 회사에서 미움을 받거나 급기야는 어려운 상황까지 갈까봐 노심초사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의 사랑을 읽는다. 선생님이 미워서가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통하는 것이다. 아주 예쁜 녀석들이다. 선생님의 진솔한 사랑을 읽을 줄 아니 말이다. 인경이와 민석이는 그렇게 모진 돌을 갈고 둥글게 만들며 사랑을 속삭이며 지냈다.

한참을 잊고 지냈는데 인경어머니께서 만나자고 하신다. 취업을 시켜서 돌아온 스승의 날에 인경이는 한 개의 봉투를 들고 왔고 나는 방법을 가르쳤다.

“너희들이 돈을 벌면서 선생님을 찾아올 때는 빈 손으로 오면 안 되고 음료수 한 병이라도 너희 정성을 담아서 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선생님께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사주어도 좋겠다. 너희들이 돈을 못 벌을 때에는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밥을 사주셨듯이 너희들도 고마운 분들에게는 고마움을 기억하고 돌려드려야 한단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구차하게 보이는 것이라고 여겨도 가르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반인은 이해가 어렵고 결국에는 장애인이기 때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나는 휴식시간에도 사업체에 찾아가 본다. 보통 간식을 챙겨 와서 먹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저 얻어먹기만 한다.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고 누군가 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

“내일은 네가 갖고 있는 용돈으로 간식을 사와서 나누어 먹어라. 남에게 한 번 얻어먹으면 너도 나누어서 줄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세세한 부분도 교사는 놓치지 않아야 한다. 물론 부모님께서 해주시면 좋겠지만 회사 상황을 아이가 집에 가서 얘기하지 않으면 부모는 모르기 때문이다. 언어 표현력과 전달력이 부족한 것도 이유이다.

봉투를 돌려보낸 후 한 동안 뜸하더니 다시 만나자고 한다. 이번에는 고춧가루이다. 그것도 받은 것으로 하겠다고 했더니 인경어머니께서는 소리를 높이신다.

“선생님! 인경이가 월급 받아서 그 동안 몇 천 만 원을 모았고 이렇게 행복하게 사는데 왜 우리가 농사지어서 드리려고 하는 작은 선물도 받지 않으려고 하시는지 무척 속상해요.”

나는 아이들의 삶의 터전이 마련되고 그 속에서 나름의 삶을 꾸미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으로 충분하고 대만족이다.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우리 아이들은 그로써 나에게 대한 답례는 다한 것이다. 그런데 무엇을 받으랴. 말씀을 드려도 나에 대한 원망으로 돌아왔다. 나는 어머니와 인경이의 마음을 헤아렸고 고춧가루로 맛있게 음식 해먹고 건강하겠다고 약속했다.

내 손에 고춧가루를 들려주고 돌아가는 인경이와 어머니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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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의 칼럼리스트
특수학교 성은학교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특수교육과 직업재활 관련 과목을 강의하면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특수교육을 실현하면서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에 매진하고 교육부와 도교육청에서 정책을 입안하여 학교 현장에서 적용함으로써 장애학생을 사회자립 시키는데 부단히 노력했다. 칼럼을 통해서 특수교육 현장의 동향,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간절한 바람, 장애인의 사회통합관련 국가의 정책과 적용 현실 등을 알려서 현재보다는 발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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