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으로 살아가다보면 여러 형태의 차별을 겪는다.

대중교통의 접근성 미비로 이동의 차별, 인터넷 사이트의 접근성 부족으로 정보 접근의 차별,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인식 부족으로 인한 차별 등 차별의 종류와 정도는 아주 다양하다.

여러 유형의 차별이 존재하는데 장애인의 경제적인 자립과 사회참여를 저해하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고용과 관련된 차별이다.

직장을 잡고 일하면서 급여를 받고 산다는 것은 장애인 혹은 비장애인 모두에게 사회적 자립을 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특히 장애인연금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장애인이 일하지 않고서는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며 많은 수의 장애인들 역시 일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장애인이 직장을 찾는데 있어 가시적·비가시적인 형태의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에서 직장을 구하는 동안 여러 종류의 차별을 겪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비장애 응시자와 비교해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장애인에 대한 평가절하의 시선, 시각장애인은 일을 잘 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 장애 관련 단체에서 오히려 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차별 등을 겪었다.

미국에서는 고용과 관련된 차별을 아주 심각한 차별의 형태로 간주한다.

고용활동이 장애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미국 장애인 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ADA)의 제1장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용과 관련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장애인이 고용과 관련해 응시·시험·채용·승진·혜택·해고 등과 관련해 부당한 대우나 차별을 당한 경우에는 평등고용기회위원회(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 EEOC)에 차별 개선에 대한 요청을 의뢰한다.

EEOC는 1961년에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대통령령 제10925호에 의해 유색 인종에 대한 고용 차별을 금지하면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구성되었으며 1965년 7월 2일에 공식적으로 설립되었고 미국 연방 기관으로써 고용활동 및 고용 현장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법률을 시행·집행하는 기관이다.

1964년에 제정된 시민법(Civil Rights Act) 제7장, 1973년에 제정된 재활 법(Rehabilitation Act), 1990년에 제정되고 2008년에 개정된 미국 장애인 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등에 법적인 근거를 두고 있다.

EEOC는 인종, 국적, 종교, 성별, 나이, 장애 등에 의한 고용 차별을 조사하고 위법한 행위에 대해 법적인 제재를 가하며 차별의 정도에 따라 피해자를 대신해 법적인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며 연방 기관에 의한 고용 차별에 대해서는 법적인 판결을 하기도 한다.

또한 차별 주체가 조사와 관련해 정보를 불성실하게 제공하거나 비협조적인 경우에는 조사권을 발동할 수 있고 필요한 정보를 소환가능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적인 법적 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EEOC는 강력한 집행권을 통해 여러 형태의 차별을 조사·개선하고 있으며 특히 장애에 의한 고용 차별에 대한 소송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08년에 EEOC에 의해 조정된 장애 관련 고용 차별의 사례는 19,543건 이었으며 이전 년도와 비교해 약 10.2% 이상 증가하였다.

장애 차별과 관련된 대표적인 소송으로 2012년 9월에 소매업체인 ‘홈-디포’가 암치료 중인 계산원에게 적절한 장애 편의를 제공하지 않고 부당하게 해고한 사건을 들 수 있다.

EEOC는 피해자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홈-디포’는 결국 100,000달러(한화 1억2천만 원)를 배상함과 동시에 추가적인 차별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에 동의했다.

이 뿐만 아니라, EEOC는 개별적인 장애 차별에 대한 조정은 물론 고용과 관련된 조직적이며 제도적인 차별 제거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2012년 회계 연도 동안 EEOC는 240건에 달하는 조직적·제도적인 고용 차별을 조사하였으며 그중 46건의 합의·화해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보호 작업장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에게 최저 임금 이하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한 예외 조항이 장애인고용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결함으로써 발달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도록 판시하였다.

EEOC의 주요한 역할은 고용 현장에서 차별 받을 수 있는 소수 집단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강력한 법적 집행권을 통해 고용주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다.

장애 차별의 경우 15인 이상 고용한 사업주는 어떠한 형태의 고용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명시함으로써 자격을 갖춘 장애인이 고용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50년 동안 고용 차별과 관련된 진정을 처리하면서 차별 사건에 대한 광범위하고 전문적인 자료를 축적하고 있으며 확실한 법적 집행력을 토대로 사업주에 의한 부당한 대우나 비협조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 EEOC의 주된 특징이다.

장애인이 면접이나 입사시험 등과 같은 고용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는 흔하다. 하지만 채용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된다는 점, 신고를 할 경우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이나 오명에 대한 두려움, 차별에 대한 법적인 후속 조치에 대한 불신, 장애인 차별에 대한 법조계의 인식 부족, 차별 진정 조사의 장시간 소요 등 여러 문제 때문에 장애인이 고용 차별에 대해 법적인 진정을 신청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제도적·정책적으로 장애와 고용에 대한 전문적인 차별 조정 기구가 존재한다면 장애인들이 고용 차별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진정을 요청할 수도 있다.

EEOC의 사례는 고용과 관련해 장애인이 겪을 수 있는 차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 중 하나로써 유용한 사례로 이 같은 역동적이며 전문적인 기구를 조직한다면 장애인이 고용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차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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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선 칼럼리스트
재활복지전문인력양성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장애인 재활·복지 분야의 제도 및 정책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미국의 장애인 재활서비스와 관련된 올바른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특히 현재 장애계의 주요 이슈인 장애 등급제 폐지, 재활서비스 대상자 판정, 개별서비스 제공 방식과 서비스의 종류, 원스톱 서비스 체계의 구축 등과 관련해 미국에서 얻은 실무경력을 토대로 정책적인 의견을 내비칠 예정이다.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에서의 재활상담사로서 실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얻은 지식과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선진 장애인 재활서비스 제공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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